<논평>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의 방남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우익소아병’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비록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일으켜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가져온 김일성과도 1994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했다.

그리고 김정일이 115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1987년 KAL기 테러를 주도했다는 것은 김현희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지만 그런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김영철이 북한군 정찰총국장직을 맡고 있어 천안함 폭침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마치 김영철이 단독으로 천안함 폭침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김영철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천안함 폭침 후인 2010년 5월 하태경 당시 열린북한통신 대표(현재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는 한 토론회에서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천안함 폭침은 2009년 11월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김정일의 복수 지시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정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정명도 해군사령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천안함 폭침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 대표는 김정일이 총감독이라면 김영춘과 오극렬은 조감독, 정명도는 기획, 김영철은 집행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지휘체계를 고려할 때 매우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 같은 평가에 의하면 천안함 폭침을 결정한 것은 김정일이고 김영철은 단순한 집행자였을 뿐이다.

46명의 희생자를 초래한 천안함 폭침보다 대한민국에 더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준 김일성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나려 했던 것과 KAL기 테러를 주도한 김정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났던 것은 한반도에서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현재 북한의 대남정책 최고 책임자인 김영철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나면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은 공산주의 운동에서 혁명 활동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좌익적 편향을 ‘좌익소아병’이라고 비난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체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대결만을 강조하는 편향은 반대로 ‘우익소아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 맞는다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아무리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군사적 보복을 가했어야 한다.

그럴 용기도 없고 북한과 대화도 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당시 일부 청년들은 ‘싸울 줄도 연애할 줄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과거 이승만 정부는 전쟁이 발발하면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면서 ‘북진통일’을 외쳤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북한군에게 내주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했을 때 단번에 격퇴할 수 있는 국방력과 실력을 조용히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북한보다 더욱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계속 주장하면서 정전협상 참가를 거부함으로써 이후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되지 못해 북한과의 군사회담에서 오랫동안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의 북한 대남정책 총책임자의 방남 및 남북 고위급대화를 막고 ‘핵을 가진 북한’과 대결을 지속하는 것과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인해 남한과의 타협을 원하는 북한을 잘 설득해 한반도 안정을 가져오는 것 중 어느 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더 부합하는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냉정하고도 지혜로운 판단을 바란다. 

불행했던 과거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면 결코 행복한 현재와 미래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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