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

트럼프 정부의 대북 발언에 대한 국내 언론의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신행정부에서도 상당한 지속성을 보이고 있다.

비록 중국 카드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재조정을 거치고 있다고는 할 수 있으나, 북한의 비핵화 거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상황적 여건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한편, 북핵문제를 중국을 내세워 아웃소싱하는 방식은 국가이익과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미・중 간 차이가 있다는 것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 미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아이러니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당분간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의존하면서, 경제제재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의 계산법을 간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미・중 간 전략적 움직임 사이에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며,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 동맹 간 공조를 긴밀히 하는 노력일 것이다.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공습,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 장악지역에 대한 공중폭발 대형폭탄(MOAB) 투하, 칼빈슨 항모전투단의 한반도 근해로의 이동 등 일련의 사건과 관련하여 국내 외 언론들은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행동이 북한에 대해 “곧바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함과 동시에 한반도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포괄적 조치를 취할 것’ 이며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 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끝났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 는 점을 또다시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인가라는 점과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가능한 상황까지 리스크(risk)가 고조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대북정책은 ‘방법적인 측면’ 에서 재조정(adjustment)을 거 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관련국들이 ‘상황 관리’ 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제1차 핵위기가 발생했던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을 중대 위협 요소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 미국 본토에 미치는 위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북한이 이를 전력화하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급성’ 에 대한 인식이 높아 졌다고 하겠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거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상황 또한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이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중국을 경유한 대북 압박이며, 신 행정부는 이 옵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두 가지의 아이러니가 발생 한다. 첫째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킬 수록 북한의 위협에 강경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에 미국이 더욱 신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중국에게 대북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는 ‘아웃 소싱(outsourcing)’ 방식은 중국에 대해 미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현재 백악관은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군사태세 강화와 협상 모멘텀(mo mentum)의 창출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왕이 부장 등을 통해 중국이 주장해왔던 ‘제재와 대화’를 골자로 하는 투트랙 접근법과는 엄밀히 말해 동일하지 않다.

국내 언론에 ‘왕이 이니셔티브’ 라고 소개된 투트랙 전략은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미 대화 를 ‘동결 대 동결’과 같은 제한적 아젠다를 우선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므로 미국의 접근방식과 다르다.

대화와 협상은 개념적으로 다르며, 미국은 그간 이 둘을 분리해 왔다. 미국식 투트랙 전략의 본질은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때까지 ‘강압외교’ 를 고수하면서, 협상의 기회가 포착될 때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강압외교는 개념상 상대방이 행동을 돌이키도록(undo)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deter)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군사력의 직접적인 사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강압(coercion)과도 차이가 있다. 강압외교의 여러 가지 이행방식 중 미국은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을 슬쩍 꺼내 보이면서 관망하는 태도(wait and see)를 견지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압력 을 추가(turning the screw)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을 경유하여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옵션이 제한된다는 상황을 방증한다.

여전히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유보하고 있고, 북한과 미국 간의 작용-반작용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현재까지 미국 내 전문가들 간에 제시되어 온 미국의 대북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특히 미 의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북제재 강화 조치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향후 대북정책 변화 방향을 전망하고자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 옵션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했다는 판단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결정하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즉, 복잡한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흑백 논리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과거에도 대북정책은 항상 강압과 회유라는 양 극단을 가지는 스펙트럼 내에서 움직여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느 국가나 그렇듯 미국의 외교정책 과정에서는 맥락, 리스크, 이익, 비용, 불확실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며, 대북정책의 결정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한 각 옵션은 기본 가정과 추진 가능한 조건이 상황적으로 맞아야 한다. 워싱턴 내 한반도 전문가들 간 북한의 위협 수준에 대한 판단과 대북 옵션에 대한 선호도는 다르지만 적어도 한 가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대북정책 옵션 비교(사진=한국국방연구원)

그것은 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표1>에서 볼 수 있듯, 북한이 핵포기 의지가 없다는 가정하에 당장 시도할 수 있으면서 주변국의 반대수위나 리스크가 높지 않은 옵션은 강압외교로 판단된다.

미 국무부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한 이전에도 ‘새로운 옵션’ 을 소개했고, 이는 북한을 비핵화 회담으로 돌아오도록 ‘설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새로운 대북 제재 법안을 검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 안보리 회 의에서 추가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강화와 더불어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강압외교가 강제적인 설득(forceful persuasion)이라는 점과도 부합한다. 

그리고 4월 6~7일 열린 정상 회담 이후 미・중 간에는 대북 압박 공조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 심각한 마찰이 당장 발생할 소지도 적다.

한편, 비핵화를 위한 대가로 북한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대타협이라는 의미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의 경우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 하다는 믿음이 전제가 되어야 추진할 수 있다.

첫째, 국무부는 3월 9일 북한과 비핵화 이외의 다른 이슈로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협정을 포함하여) 모두 비핵화 과정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북한이 비핵화라는 협상 목표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평화협정이 단순히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선택하기 어렵다.

평화협정의 체결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뿐 아니라 한반도 정전체제를 감시하는 유엔사의 존속 근거 및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주일미군의 전력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지난해 7월에 한반도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5가지 요구에는, 미군 철수의 선포와 더불어 대한민국 내 모든 핵무기 기지 철폐 검증과 미국이 지금까지 어느 국가에도 제공하지 않았던 ‘핵 불사용의 약속’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요구가 협상 과정에서 다시 제기될 경우, 대타협 방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평화협정 논의의 중심에는 ‘한국 배제’ 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맹중시 정책과도 충돌한다.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보장 체계를 수립하는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1974년 이후 교차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였으나, 한반도 문제가 남북한 양측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1979년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던 카터 정부조차도 ‘한국을 동등한 정식 참여자로 포함하지 않는 방식’ 은 거부한 바 있다.

넷째,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이행 순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로 대변되는 북한 비핵화 검증에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를 비핵화 로드맵 중 어디에 둘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미국이 핵・미사일 실험과 연합훈련의 중단이라는 제한적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로,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미래의 핵 통제’를 위한 회담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는 점 에서 양측이 의도하는 협상의 궁극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지난해 6월에 6자회담의 사멸을 언급했고, 기존 핵프로그램이 아닌 추가적 핵무기 개발을 논의하는 협상을 역제안했다.

‘동결 대 동결’이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비핵화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과는 협상을 시작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관련하여 미 국무부는 핵・미사일 실험과 연합연습은 동등한 교환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한・미 연 합훈련이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적법한 방어연습인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불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제한적 협상 옵션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의 고도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

실험의 동결은 핵・미사일 기술연구를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며, 지상에서의 엔진 실험이나 영변 시설에서의 핵물질 생산과 같은 기타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에 확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의 대북 협상을 실패라고 신랄하게 비판해온 트럼프 정부로서는 핵・미사일 기술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할 경우 수반되는 정치적 비용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다.

세번째로, 핵・미사일 실험 동결의 대가를 제공하는 것은 그간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주도해 온 대북 결의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유엔 안보리결의 제2321호 제2항은 핵・미사일 실험동결을 북한이 스스로 이행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제49항은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감행될 경우 안보리가 추가 조치를 채택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원천 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옵션은 북한에 대한 압박 모멘텀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선택하기 어렵다.

마지막 군사적 옵션과 관련해, 미국은 지금껏 군사적 제재를 초래하는 한계 수준 즉, 대북 레드라인 (red-line)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것은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외교적 압박에 직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과연 트럼프 정부의 최근 강경 발언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인지, 또는 과거 정부와는 차별적인 옵션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은 그 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항상 확인해왔던 것처럼, 군사적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동시에 고수해 왔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관여정책을 검토했던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조차도 북한에 대한 단계적 대응 조치에 정밀타격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 시기 국방부 수장이었던 애슈 턴 카터(Ashton Carter) 전 장관도 미국은 항상 군사공격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군사 옵션 발언은 모든 옵션이 고려된다는 사실을 또 다시 상기시킨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오히려 특정 조치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미국의 행동 반경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검토 대상에서 ‘군사적 조치를 배제한다’ 라고 발표하는 것이야말로 획기적인 사건인 것 이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위협에 강경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핵대치(nuclear brinkmanship) 상황에서 의지의 경쟁(contests of resolve)이 중요하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현재의 위기가 앞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대치 상황에서 먼저 물러나라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오판해서는 안된다’ 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경고적 차원에서, 그리고 ‘군사적 갈등을 원치 않는다’ 는 발언은 상황 관리를 목표로 한다는 차원에서 마치 이중적으로 들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위기완화(de-escalation) 의도를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선제공격과 같은 군사적 옵션을 미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결정할 때에는 사활적 이익이 침해되었는지, 의회와 대중의 지지가 충분한지, 다른 옵션이 소멸되었는지, 인적・물적 손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등이 고려된다.

1994년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밀타격 옵션이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대규모의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 는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리고 제재를 비롯해 비군사적 옵션이 소진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또한 선제공격으로 핵・미사일 위협의 완벽한 제거가 불확실하다는 점과 확전으로 지역불안정이 야기된다는 점을 의회와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물리적・심리적 압박의 한계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 때 중국 이라는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무력충돌은 양측이 피하고자 하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결국 위기고조의 완급 조절은 미국과 북한 간 중국의 ‘완충’ 역할에 따라 달라 질 수도 있으며, 이 부분에서 미국, 북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차단과 제재 현대화 법안(H.R.1644) 주요 내용(사진=한국국방연구원)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와 중국 변수

현재 미 의회에서 검토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 법안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북 압박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쉽게 파악된다.

미 하원에서 제출된 북한 차단과 제재 현대화법안(H.R.1644)은 나머지 북한 관련 법안들(H.R.479, S.672)이 다루는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시기적으로도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이전에 채택된 2016년 대북 제재법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 법안은 강제조치와 재량조치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안보리 결의 2321호에서 채택된 추가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기존의 법을 업데이트하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후자는 안보리 결의 2321호의 충실한 이행에 더하여 금융・선박・인권 제재를 일부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추가된 재량 조치의 내용을 보면, 다량의 직물 거래, 다량의 현금・귀금속 거래, 원 유・정유 제품 거래, 온라인 외화벌이, 조업권 구매, 통신서비스, 다량의 농산품 구입, 해외노동자 송출 책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 간 이루어지는 거래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래의 표와 같이, 북한 향발 선박・항공기 화물 검색 및 해외노동자 고용 문제 등 중국이 연루 되는 문제를 다수 다루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어느 한 국가(A)가 제재 대상국(B)에 대해 영향력이 크지 않을 때, 제재 대상국(B)과 거래관계에 있는 제3국(C)의 기업・개인에 대한 경제・금융 규제를 가함으로써 실제로 제재하고자 하는 대상국(B)과 제3국(C)의 거래관계를 차단하게끔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세컨더리 보이콧은 속인・속지주의에 의거하여 이행되기 때문에, 미국 내 자산이 있거나 미국인의 통제하에 있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에 한해 보복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 기업이나 개인의 위반사례를 조사하는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의 조치에는 제3국 기업의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 불허, 미 정부와의 계약에서 배제, 모회사-자회사 관계 단절, 국내 자산・소유권 차단, 신용보증・대출・수입・비자 제한 등이 포함되는데, 다양한 옵션 중 무엇을 꺼내들 것인지 결정할 때 미국은 정치・외교적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어느 정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것 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박 가능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은 다시 한번 강압외교의 틀로 설명이 가능하다.

종합하여 볼 때, 미국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군사력의 과시와 경제 제재의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북한과의 대화는 개시될 수 없는가라는 것이다. 강압 외교의 목적이 협상을 시작할 기회를 창출하는 것으로 볼 때, 미국이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인 이후 협상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주목할 것은, 트럼프 정부 내에 대거 포진해 있는 중동 전문가들이 이란 해법을 북한에 적용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나 외화송금, 대금 결제를 위해 필수적인 금융 메시지 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새로운 대북 제재법안에는 포괄적이란 제재법(CISDA)과 유사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1996년부터 이란에 대해 제재를 가해왔으나, 2010년 6월에 이르러 이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외국계 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고, 석유 정제품 공급 등에 도움을 주는 기업을 제재 하면서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였다.

그리고 EU의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대이란 외국인 직접투자의 위축과 자본이탈, 만성적 물가상승(35~40%)과 실업률(전체 13%, 청년 20%) 증가 등으로 인해 이란 정부가 국내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북한과 이란의 개방적・폐쇄적 무역구조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은 주지하는 바이나, 북한 대외교역의 대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한다는 점에서 북・중 관계를 압박점(pressure point)으로 삼을 때 북한의 대외 취약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이 같은 사실만 볼 때에는 이란 해법의 대북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란 핵협상에 비판적인 공화당이 북한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란 핵협상은 이란이 홀로 셈법을 바꿔서 성사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줄곧 거부 해왔던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연구개발 권리를 인정하고서야 타결이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란은 핵프로그램이 초보적 수준이 었고, IAEA 검증 이행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았으며, 핵의 군사적 전용 리스크가 낮고, 유인책으로서 제재 해제의 유용성이 컸다는 점에서 북한과 매우 다른 협상 맥락을 갖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는 기술적으로 더욱 어려운 난관이 놓여 있고, 어렵게 창출한 협상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어떠한 타협이 시도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미리 마련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박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국무부 내 공석 상태로 남아있는 주요 공직을 채우고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동아태국과 국제안보비확산국을 정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NSC가 대북정책을 검토해왔으나, 업무조정 기능을 맡는다는 점에서 국무부, 국방부 팀이 정비되기 전에는 제한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 시사점과 대비 방향

한국은 어떠한 상황 변화에도 비핵화 정책이 지속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차후 각론에 있어서 한・미・중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식별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반도의 위기고조 상황을 불러 올 도화선(trigger)을 모니터링하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핵억제력이 안전을 담보한다고 판단하고 강대강 대응이 전략적 결심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5월 8-9일 오슬로에서 열린 1.5트랙 대화에 참석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여건이 되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발언했으나, 상황적 ‘여건’ 에 대해 미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추진되기 어렵다.

그리고 북한은 5월 14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는데, 핵억제력이 정권의 안전을 담보한다고 믿는 한 핵 억제력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나름의 일정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2차 타격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대미 핵억제력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북한에게 최선의 방책은 시간벌기일 수도 있다.

또한 지역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중국의 경우, 최선의 방책은 북한이 체면을 살리면서 현 대치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로를 마련해주는 것 일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 변수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6자회담 성사 이전 3자(미・중・북)회담을 시작했음을 강조한 것은, 한국이 배제된 채 미국과 북한이 타협점을 모색하 는 데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관련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대북 협상의 조건에 대한 구체적 대안 및 조건별 제재의 완화 수준과 시기별 행동조치에 대한 로드맵을 포함한 한국식 투트랙 안(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셋째, 대북 한계선에 대해 한・미 간 인식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용인 수준’에 대해 미국 주요 인사들의 시각과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 차원에서는 선제공격과 관련한 논쟁이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하는데, 국내 담론에서는 예방공격 과 선제공격 개념이 구분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이 한국과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이를 담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새로운 대북제재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게 될 이후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미국 대북제재 강화의 초점이 금융제재와 더불어 전략물자 수출입 차단에 맞춰진 만큼 관련 통관 정보교류, 물자 차단・검색 훈련(PSI) 소요에 대비하여 인력 확충 및 훈련을 확대・심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대북 제재법안이 외교관 불법활동 대응과 민간 화물 검색을 강조한 만큼, 항만 승선 점검 이전에 필요한 불법활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파견 무관을 활용한 정보수집 강화가 요청될 것이다.

그리고 의심되는 선박의 운항 은폐활동과 관련해 선박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한국 내 입항 시도를 즉시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 간 협업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요청된다.

한국은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과제를 식별하고, 기존의 양해각서를 활용하여 추진하는 현실적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제3국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한국 내 개인과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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