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한국정부의 대응 방향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북한이 공식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구성하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대표단에 포함시켰을 때부터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고 쓰여진 파란색 파일(친서)을 휴대하고 들어감으로써 보다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사에서부터 지속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에 북한은 작년까지만 해도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에는 결코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ICBM 시험발사와 제6차 핵실험 결과 매우 심각한 국제적 고립과 초고강도 경제제재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은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고 고위급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분명 북한은 대남 화해 제스처와 대미 강경 태도를 통해 한국과 미국 사이를 벌려놓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무조건적인 한미공조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오직 대북 제재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만약 오판과 적대감에 의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그같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한국 및 국제사회와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위험한 군사적 옵션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북한과의 핵전쟁을 유발하거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관리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청와대를 예방하게 했으므로 문재인 대통령도 평창동계올림픽 종료 후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북한의 협조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전달하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특히 청와대와의 대화 채널을 중시하고 있으므로 한국 고위급 대표단의 단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맡게 하고 대표단에 통일부 장관 및 국가정보원 원장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해 마련된 남북대화의 동력이 약화되기 전에 남북정상회담은 9월 9일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 전에, 특히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태도에서 탈피해 무조건적인 정상회담 개최의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했으므로 문재인 대통령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선 양보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청와대는 조속히 제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T/F 구성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T/F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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