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의 과제와 정책 제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한미연구소(USKI) 워싱턴 리뷰)

1. 대북정책 : "북미회담 성사된다면 대화형식 중요하지 않아"

(로버트 갈루치 前 미 국무부 북핵 특사)

현재 미국의 최대 국가안보 현안은 북한의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이다. 미국 대통령 은 취임한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의 새 대통령 역시 취임한지 불과 몇 일이 지났을 뿐이다. 한미 정상이 조만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한미 정상이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1) 북한에 관한 어떠한 셈법보다 한미 동맹을 우선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양국 모두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는 지역차원의 안보 협의체가 없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긴요한 동맹 관계들이 존재한다. 이는 북한에 대한 대응방침은 동맹국들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세워야 하며 이상적으로는 정책조율까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2) 현재의 북한은 20 년 전의 북한과 같지 않다. 더욱이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북한의 위협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역사에서 교훈은 얻되 더이상 과거를 반복하거나 과거 정책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북한은 경제성장과 함께(평양을 방문하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핵무기와 운반체계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대북정책이 성공을 하기 위해선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3) ‘북한발 위기’는 북한이 미국 영토를 핵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배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미국의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을 핵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소련과 현재 러시아, 중국은 오래전부터 그와 같은 능력을 보유해왔지만 미국은 억지력을 유지했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확장억지력을 제공했다. 북한의 핵타격 능력이 명백히 드러나더라도 이같은 상황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 미국 도시들을 공격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4) 이미 이행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추가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더 강력한 제재는 국제사회의 합당한 조치이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북한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5) 중국은 북한이 보다 신중한 행동을 하도록 대북 압박을 제한적으로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정권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국제 제재의 영향을 완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6) 북한과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과거의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대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북이 서로 외교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핵심이다. 회담 성공 가능성은 양측 모두 전제조건을 만들지 않을 때 더 높아질 것이다.

미북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한미의 특정한 군사 행위 등 회담을 중단시킬 수 있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시할 수 있을 것이다. 

(7) 협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 한반도겠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으로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이 없는 한반도를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핵물질 생산핵실험 동결과 핵폐기를 검증하는 과정을 기대하는 것이 합당하다. 

(8) 북한은 미국의 북한 정권교체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미국의 보증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으며, 한미와 북한 간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관계정상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시작으로 이같은 변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논리도 해결될 것이다. 

(9) 한미-북한 간에 존재하는 적대감은 구조적인 것이 아니며 정책의 문제이다. 이는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북한의 인권정책 변화를 통해 다뤄질 것이다. 이같은 변화 없이는 북한이 한국·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 

(10) 1994 년처럼 북한인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핵무기 이슈만 따로 떼어 대북 협상을 기획한다면 결국 실망과 함께 실패할 것이다.

 

2. 한미동맹 : "미국,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에 사드 필수적'"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한국은 노무현 정부(2003-2008) 시기 한미동맹 안에서 자주권 확대를 추구하던 진보적인 정책들로 회귀하게 되었다. 국방개혁, 임기말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필요한 군 역량 확보 등 문재인 캠프의 공약들은 노무현 정부 국방정책의 골자들과 흡사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00년대 중반에 비해 한층 더 심화되고 광범위해진 대미 안보관계를 넘겨 받았다.

이와 관련된 주요 성과들은 ① 한미 공동비전 성명(US-ROK Joint Vision Statement) 채택, ② 한미간 새로운 공조체제 확립 (△한미통합국방대화(KIDD), △확장억제 관련 한미간 대화 강화, △북한 도발관련 대응체계 구축 △사이버·해양·우주 등 “미개척” 분야 협력), ③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대화 출범 등이다. 또한 한미동맹은 양국 국민들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미 양국 모두 새로 들어선 정부가 안보동맹을 관리하게 된 만큼,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핵심과제는 한미 공동비전 성명의 주요 내용에 대한 검토와 재확인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양국은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을 상호 비교하고, 한반도·동북아시아·전세계 안보 우선순위들을 확인하는 동시에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를 찾아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2009년에 채택된 한미 공동비전 성명은 미국이 한국의 자주국방 노력을 지지하고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의 비전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의 방어능력 강화·개혁과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당면 과제로는 사드 배치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과정, 특히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배치가 이루어진 이유, 중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려 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한 대응에 사드가 필수적이라는 미국의 시각과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지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한미간 마찰의 또다른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분담 요구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지지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의견차이를 불필요하게 정치화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끈기있게 협상해야 하며, 또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리더십과 ‘화학적 결합’, 이념이 아무리 바껴도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양국의 공동 이익과 제도화된 협력 체제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인해 위험에 빠져서는 안된다.

 

3. 한미FTA : "한미FTA의 대미 FDI 효과 강조해야"

(트로이 스탠거튼 미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위원)

현재 한미FTA가 시행되고 있지만 미국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그랬던 것처럼 동 협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이같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한미FTA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반면 대미 수입은 감소했지만 감소율은 한국의 전체 수입, 특히 다른 FTA 상대국들에 비해 낮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한미FTA가 없었다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는 현재보다 160억 달러 더 많았을 것이다.

사실 동 협정이 발효된 이후 2015년까지 미 의회 전체 지역구 가운데 수출이 감소된 곳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구들은 수출 규모에 변화가 없거나 증가세를 보였다.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주요 보좌관들은 무역을 상품무역수지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미국의 서비스무역 수출 증가는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좋은 소식은 있다. 한미FTA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상품수지 적자가 124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는 2016년 5월이후 전년동기대비 매월 감소하거나 변동이 없었다.

상품무역 가운데 최대 이슈는 자동차 부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 규제와 관련된 어려움을 계속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한미FTA의 혜택을 상당히 입었다는 주장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무역흑자가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자동차 수입관세를 없앤 뒤에는 2%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만약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대로 한미FTA를 폐기한다면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상품무역수지 적자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한국 정부는 한미FTA로 인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두 배 증가하면서 미국 제조업 분야에서 4만 7천 개의 일자리 창출을 도왔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조해야 한다.

이들 노동자는 미국 내 평균보다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를 평균 연봉으로 환산하면 총 9만 2천 달러에 이른다.

미국이 한미FTA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양국 통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도 존재한다.

한국은 미국과 곧바로 재협상에 들어가기 보다는 일본·중국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통상 이슈들을 논의할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미FTA 조항 중 디지털 경제와 지식재산권 관련 사항들을 업그레이드한다면 한미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수정안도 공식 협상 이전에 세밀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환율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있는 만큼, 한국이 외환거래를 더 투명하게 한다면 환율조작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긍정적인 경제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한미FTA와 한미 경제관계가 미국에 이롭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만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4. Editor's Note : 한미 정상회담과 ‘러시아 스캔들’ 

지난 2월 트럼프-아베 정상회담 도중 발생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이후 워싱턴의 최대 외교정책 이슈는 단연 북한이었다.

미국 언론도 ‘4월 한반도 위기설’과 트럼프의 미북 정상회담 시사까지 숨가쁘게 북한 이슈를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2주동안 ‘러시아 스캔들’이 워싱턴 조야를 뜨겁게 달구면서 북한 이슈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특히 트럼프의 첫 해외순방이 진행되면서 중동·유럽 방문국들과 관련한 이슈들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언론도 이를 자세히 보도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러시아 스캔들’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 해임, 러시아 외무장관·대사와 IS관련 기밀 공유, 코미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 요구 등 모두 트럼프 본인이 자초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번갈아 특종보도를 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은 점점 더 커져갔고 급기야 닉슨, 포드, 레이건, 클린턴 등 미 대통령 4명의 고문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거겐도 이제는 ‘탄핵 국면’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보수매체인 폭스TV조차도 트럼프를 옹호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방송출연 섭외가 힘들어졌다고 털어 놓았고, 백악관 참모진도 트럼프의 말바꾸기를 해명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중간급 간부들은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트럼프 탄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직까지는 트럼프의 ‘사법방해’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고,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버릴 정치적 동기가 강력하지 않다.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와 트럼프의 지지율 추이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소한 앞으로 몇달간 뮬러 특검의 행보와 코미 전 FBI 국장의 청문회 증언 등 ‘러시아 스캔들’에 워싱턴 조야와 미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이 또 어떤 특종보도가 터져 나올지도 알 수 없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콜롬비아와 터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미국 언론은 ‘러시아 스캔들’에만 매달렸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가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백악관 참모진과 내각을 물갈이 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전직 국무부 관리는 필자에게 6월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성사되고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외교 과외교사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해도 국내정치 현안만 집요하게 묻는 ‘워싱턴 언론’을 피해 휴양지에서의 회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의 재계 인맥을 통해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제안하면서 트럼프와 코드를 맞췄고, 정상회담 도중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행운’으로 안보동맹까지 과시했다.

반면 한국은 대북정책, 사드 배치, 한미FTA, 한미일 3각협력 등 민감한 현안들과 함께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불청객의 소란도 지혜롭게 다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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