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다자안보협력과 OSCE 모델의 유용성, 제주평화연구원>

(이승근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목차>

      1. 동북아 안보질서의 변화
      2.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필요성
      3.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OSCE 모델의 유용성
      4.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미래
      
1. 동북아 안보질서의 변화

  2017년부터 시작된 국제질서의 대결국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질서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실험,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실시, 2017년 12월 18일에 발표된 미국의 신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쟁국' 지명과 북 핵 해결 의지의 천명,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수행하고 있는 ‘자유항행작전’과 이에 일본 함정의 참여, 험난한 여정 가운데 한국에서의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배치 완료와 이로 인한 한‧중관계의 악화, 미‧일 간 더욱 긴밀해진 양국관계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따른 중국의 반발 등 대립적인 외교‧안보 현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정책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더불어 신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음에 따라 아시아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예견케 하였다. 하지만 북 핵·미사일 문제에 직면하여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대 중국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의 일환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내비침으로써 안보에서만큼은 동북아에서 신고립주의를 벗어날 것이라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1) 이는 중국에 대항하여 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존 동맹들에 대한 강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함이다.2) 이를 위해 지난 2월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의 방한 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11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도 이를 거듭 주문한 바 있다. 또한, 11월 6일 동경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중국을 에워싸는 식으로 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NATO)’ 구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3) 이에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이어짐으로써 유럽 집단방위기구로서 ‘NATO 체제’가 아시아에도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적극적인 아시아 정책으로 인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는 자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을 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미 10월 19~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중국몽’(中國夢)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렇듯 동북아에서는 2017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따른 남‧북한 간 대결 국면의 고조, 미‧중 간, 중‧일 간 등 역내 국가들 간의 대립이 더욱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유럽에서 보여 주었던 영국과 독일 간의 군비 경쟁과 국가 간 집단적 전투심리의 고조, 유럽 내에서 보여준 동맹 간의 철저한 대립 국면의 한 단면과 흡사한 상황이 동북아에서 전개되고 있음에 따라 매우 염려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2.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필요성

  최근 10여 년간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필두로 역내 국가들 간 군비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동북아 안보질서 분석을 위해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시각보다는 현실주의(Realism)적 시각이 우세해 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어샤이머(Mearsheimer)가 말하고 있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이 싹트고 있는지 모른다. 동북아 지역에 대한 분석은 세력경쟁과 세력전이, 군비경쟁, 국제분쟁, 민족주의 등과 같은 개념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현실주의 이론으로 이 지역을 분석함이 타당할 정도이다.4)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적 대응책 마련은 매우 난해한 매트릭스를 요구하고 있다.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신정부의 정책 방향은 7월 19일에 발표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구체화 되었다. 이에 따르면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지난 10년간의 동북아 4강 중심외교에서 벗어나고,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기반 확대를 위해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의 실현이라는 신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평화의 축’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구축과 함께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두 개 기둥을 ‘번영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구축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조성과 번영을 위한 환경조성의 일환으로 동북아 다자대화를 담론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ASEAN)과 인도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북방정책은 러시아와 중국, 유라시아경제연합 등과 함께 나진-하산 물류사업, 철도, 전력망 등 남·북·러 3각 협력 추진 기반 마련과 한-유라시아경제연합 FTA 추진 및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참여 등에 관한 것이다.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구축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바 이의 실현에 따라 남북관계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가 실현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9월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5) 고 언급함으로써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10월 30일 국회의 외교부 종합감사 질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겨냥하여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는데 소위 ‘3 No’를 처음 언급함으로써6)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 안보 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의 실현과 이에 따른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구축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동북아 지역에서 다양한 갈등이 현존하고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자안보협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원칙하에 역내 국가들 간에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역내 안보를 지키는 방법으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동맹’(alliance)으로서는 지역 간 불안요소를 더 가중시킬 수 있음에 따라 이것으로만 안보 수단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진행 중인 동북아에서의 ‘군비경쟁’(arms race)은 상대국의 군사력 증강을 지속적으로 불러옴에 따라 동북아는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헤르츠(John Herz)가 언급한 것처럼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7)에 빠질 수밖에 없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내 안정을 답보할 수 있는 동북아 다자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자안보협력은 특정한 안보위협에 대처한다기보다는 지역 내의 불안정 요인들을 제어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참여국들의 공동관심사를 논의하고 대화의 축적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며, 군비축소 및 군비통제를 실현시킬 수 있음에 따라 그 유용성이 있다 하겠다.

3.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OSCE 모델의 유용성

  다자안보협력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고 있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는 1980년대부터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함으로써 개념이 정립되었다. 다자주의는 국제 및 지역 기구 참여국들 간에 공유되는 일반화된 행위원칙과 같은 특정한 원칙 하에서 3개국 이상의 다수 국가 간에 형성된 협력구조를 말한다. 단순히 많다는 측면에서 다자주의가 성립이 되지 않고 참여국 간의 협력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다자주의의 특징으로 러기(John Ruggie)는 ‘일반화된 행위원칙’(generalized principle of conduct), ‘관련된 가치들의 불가분성’(indivisibility of values), ‘포괄적 호혜성’(specific reciprocity) 등을 들고 있다.8) 또한 다자주의는 다자주의기구 내에서 당면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참여국들을 고무시킬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자안보협력은 셋 이상의 국가가 다자주의적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안보정책들 간의 조율을 통해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하고 전통적인 안보위협이 분쟁화 되는 것을 방지하며 동시에 비전통적 안보위협에도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다자안보협력체제는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과 같은 양자 군사동맹이나 UN과 같은 집단안전보장체제보다 낮은 수준의 안보협력을 하는 데 있다. 이러한 다자안보협력체제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지는데 공동안보(common security)체제와 협력안보(cooperative security)체제가 그것이다. 공동안보체제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가 대표적으로 냉전시대 유럽에서 고안되고 시도되었다. 내부화된 위협이 현재의 특정한 위협이라고 상정하고 공동으로 대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유럽에서의 냉전종식 이후 OSCE가 협력안보적인 성격의 역할을 또한 하고 있음에 따라 협력안보기구로도 간주된다.9) 협력안보체제는 탈냉전시대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아세안지역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과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가 그 모델이 되고 있으며 불특정, 불확실한 잠재적 위협을 상정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다자안보협력체제로서 공동안보와 협력안보를 위한 OSCE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북아메리카의 57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유일한 범유럽 안보협력기구이다. 한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 11개 나라는 협력동반자국(Partners for Cooperation)으로 있다. OSCE의 전신으로 1975년에 출범한 CSCE는 냉전기간 동안 동‧서 양측의 군사, 안보, 경제 및 문화, 인권 등 제반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등 동·서 간 대화를 존속시킬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였고, 독일 통일, 구소련 해체, 동구권의 개방·개혁을 유도하여 유럽에서 동·서 냉전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냉전 종식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CSCE는 신뢰구축을 위해 많은 성과를 거둠으로써 1990년 11월 역사적인 ‘재래식 무기 감축협정’(CFE: Conventional Forces in Europe)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1995년부터는 CSCE가 OSCE로 기구화 됨으로써 유럽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되어 ‘대화체’에서 ‘기구’로 발전한 전형적인 유럽 다자안보레짐(multilateral security regime)으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다자안보협력기구’로서 주요 모델이 됨에 따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에 많은 기준을 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한국의 역대 정부에서도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CSCE/OSCE에서의 경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10) 

  OSCE는 다자안보협력의 전형적인 분야로 군비통제(arms control),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 신뢰구축(confidence-building), 인권문제, 선거감시 등의 분야에서 회원국들 간에 협력을 이끌었고, 조기경보(early warning)로부터 분쟁방지, 갈등관리 및 갈등 이후의 재건 등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 중요 상설기구로 정규협의체로서 1993년에 설립된 상설이사회(PC: Permanent Council)와 1992년에 설립된 안보협력포럼(FSC: Forum for Security Co-operation)이 있다. 이러한 협의체는 회원국들 간에 대화의 장이 됨으로써 OSCE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상설이사회’는 OSCE 의장(CiO: Chairperson-in Office) 주재로 57개 회원국 및 11개 협력동반자 국가 대표가 참석하여 주요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안보협력포럼’은 비엔나에서 매주 개최되는데 군사 분야에서의 신뢰구축과 소화기 대응,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회원국들의 군사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을 논의한다.11) 상설조직으로 의장 및 의장단, 의장이 임명한 ‘특별대표’(Personal or Special Representative), 사무국(Secretariat)이 있다. 사무국 조직 중 특히 중요한 안보 분야 조직으로 1990년 파리헌장을 통해 설립되어 신뢰구축을 주요 임무로 하는 분쟁방지센터(CPC: Conflict Prevention Centre)가 있다. 분쟁방지센터에는 비엔나 본부에 근무하는 50여 명과 15여 개의 현장 연락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시조직(Task Force)도 운영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특별감시단(SMM: Special Monitoring Mission)과 민스크협정 실무그룹(Working Group) 등 다양한 한시조직이 있다.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협의체로 NATO 국가들 간의 협의체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OSCE의 협의체와 상설조직과 한시조직 및 이들에 대한 다양한 운영 경험들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CSCE/OSCE를 모형으로 하여 1994년에 ASEAN을 중심으로 협력안보를 위해 탄생한 ARF는 아·태지역의 유일한 다자안보협력체이다. 고위관리회의(ARF-SOM: ARF-Senior Officer Meeting), 각종 회기 간 회의에서 역내 안보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뢰구축 및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년 2회에 걸쳐 진행되는 ‘신뢰구축조치에 관한 회기간 회의’(ISG CBMS: Intersessional Support Group on CBMS)를 통해 역내 신뢰구축 차원에서 회원국 간에 국방정책을 교환하고, 예방외교 및 역내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신뢰구축 차원에서 각국 국방백서의 교환, 군 고위 인사들의 교류 및 군 교육‧훈련 기관 교류, 해군함정의 교환방문, UN PKO 활동에 대한 참가국들 간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에 따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해 OSCE와 함께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냉전 체제하에서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1949년 4월에 조인된 '북대서양조약'에 의거하여 창설되어 2017년 12월 현재 29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NATO는 북대서양조약 제5조에 근거하여 회원국 일방에 대한 공격을 전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기구’(Collective Defense Organization)로 출발하였다.12) 그러나 냉전종식 이후 국제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1991년과 1999년에 새로운 ‘전략개념’(Security Concept)을 채택하여 기구 개편과 회원국 확대를 하였고, 위기관리와 분쟁방지 개념의 도입 및 UN 평화유지활동(PKO)에 대한 참여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집단안보적 역할도 수용하였다. 또한 NATO가 1999년 코소보사태에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협력안보를 유럽에서 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결국 9/11테러 이후에는 냉전종식 이후 3번째 전략개념인 ‘2010 전략개념’을 수립하였고, 집단방위와 위기관리, 협력안보를 NATO의 핵심임무와 원칙으로 설정하게 된다. 이렇듯 NATO의 역할 변화로 인해 NATO가 유럽식 집단안보체제로서의 성격도 띠고 있으나, 2015년 우크라이나사태와 같이 NATO와 러시아 사이에 대립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NATO의 성격이 ‘집단방위’를 위한 역할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3) 이에 따라 NATO모델의 동북아 적용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대립되고 있는 현실에서 다소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공동안보/협력안보에 충실한 다자안보협력기구로서 OSCE모델이 더 유용함을 알 수 있다(<도표-1> 참조).


4.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미래

  아‧태지역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역내 국가들 간의 안보협력 차원에서 ARF와 비정부차원의 아·태안보협력이사회(CSCAP: 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Asia-Pacific))를 구축하여 다자안보협력을 추구해 왔다. 또한, ASEAN+3과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통해서도 정치,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협의체가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으로까지 의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지역에서의 다자안보협력은 그 발전 단계가 미미하여 실제로 민간차원에서 1993년에 출범한 동북아협력대화(NEACD: 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북아지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의 이해가 상호 대립되고 있고 한·미, 미·일 등 양자동맹의 유지와 특히 중국과 일본 간의 지역 군비경쟁의 가속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해 다자안보협력에 한계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특히 한반도에서의 분쟁종식과 탈냉전 및 남북한 통일 여건조성을 위한 한반도 평화정착 모색의 일환으로 남-북한과 미‧일‧중‧러가 모두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의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유럽에서는 CSCE/OSCE의 발전과정을 통해 지난 냉전기간 동안과 냉전 이후에 다자안보협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럽에서 냉전이 종식됨으로써 동·서 간에 대결국면이 사라지자 유럽연합(EU: Euorpean Union)은 통합의 확대 및 심화과정을 통해 구 동구권국가들을 포함하여 28개국으로 확대가 되었고, NATO 또한 다수의 동구권국가들을 신회원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유럽안보를 더욱 공고화하였고, 국제사회에서 협력적 역할을 확대해 가고 있다. 결국,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유럽통합을 위한 기구인 EU나 다자안보협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단방위적인 역할도 아울러 수행하고 있는 NATO보다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범유럽다자협력기구로서 OSCE 모델이 적합할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해서 OSCE의 운영원리를 면밀히 검토하여 상설이사회(PC), 안보협력포럼(FSC), 분쟁방지센터(CPC) 등과 같은 적용 가능한 기관들을 점차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구상에서 언급한 대로 시급한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다자 안보협력의 실질적 운용, 한·중·일 3국 협력 강화 등 소다자협력 추진, 다자안보와 경제공동체를 통합하는 ‘동북아책임공동체’ 형성과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의 실질적인 구축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14) 또한 동북아지역을 포괄하는 ARF, CSCAP, ASEAN+3, APEC 등 아태협의체의 활성화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의 참여국들 간 협력 경험도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OSCE모델과 아태협의체의 경험활용 및 문재인정부의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실현을 통하여 동북아 차원에서 역내 국가 상호 간의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을 쌓고, 상호 협력에 따르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동북아에서는 역학 구도상 동맹관계를 중심으로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는 관계로 기존의 안보전략을 깨고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선뜻 나설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커다란 방해 요소이다. 유럽에서는 CSCE/OSCE의 발전과정에서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소국 및 유럽 비동맹중립국(NNA: Neutral and Non-Aligned)들이 매우 활발한 역할을 하였는데, 이들 국가들은 CSCE/OSCE 내에서 미국, 구소련, 프랑스 등 강대국들 간의 의견 대립을 잘 중재함으로써 다자간 안보협력의 장점을 부각시킨 바 있다.15) 한국 또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음에 따라 OSCE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다자 안보협력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한 스위스나 벨기에와 같이 동북아 안보레짐 구축을 위한 전략적 구상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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