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합의 이끌기 위해 개성공단 재개 반대 조항 삭제했을 것"

개성공단 가동 당시 모습(사진=SPN)

지난해 말 미국 상원 은행 위원회를 통과한 새 대북 금융제재 법안에서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인 개성공단 재개 반대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가 새로 수정된 법안을 기존 법안과 비교해본 결과, 현재 중단된 남북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 재개를 반대한다는 조항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원이 공개한 대북 금융제재 법안(S.1591) 수정법안. 개성공단 재개를 반대한다는 조항이 모두 삭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일 새 대북 금융제재 법안(S.1591)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에 의무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하는 포괄적 대북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해 6월 뇌사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해 ‘오토웜비어 대북 은행제재 법’으로 명명됐다.

하원에서도 유사 법안(H.R. 3898)이 지난해 10월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의회에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상원에 처음 발의된 이 법안에는 108번째 조항에 개성공단과 관련한 ‘의회의 인식(Sense of Congress)’이라는 형태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 의회의 입장을 명확하게 못박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핵, 화학, 생물, 방사능 무기와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할 때까지 개성공단을 재개해선 안 된다’로 돼 있다.

법안은 개성공단 재개 반대 이유를 33줄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2006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첫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지원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2011년 미국에서 북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로 발령된 대통령 행정명령 13570호에 따라 모든 북한산 물자와 서비스, 기술 등의 직간접적 수입이 금지됐다고 적었다..

이어 2013년 미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차관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분명히 우리가 우려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점 등을 개성공단 재개 반대 이유로 들었다.

2016년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사실도 명시했다.

또 개성공단이 북한의 개혁과 자유화, 군비해제에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조건 없이 북한 당국으로 들어가는 개성공단 수익금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엄격하고 효과적인 시행에 필요한 금융압박을 약화 시킨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조항은 민주,공화 양당이 법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돌연 삭제됐다.

조항이 사라진 시점은 은행위가 법안을 심의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초에서 10월 말 사이로 보인다.

이 법안과 관련해 상원 은행위는 지난해 11월 1일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고, 당시 공개된 법안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양당 합의 후 수정된 법안은 엿새 뒤인 11월 7일 은행위 표결에 부쳐져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현재 본회의 표결만을 남기고 있다.

개성공단 관련 조항 삭제 이유에 대해, 은행위 의원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마이크 크라포 은행위원장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조항 삭제 이유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공화당 대표로 법안을 발의했던 팻 투미 상원의원도 17일 ‘VOA’ 기자와 만나 개성공단 반대 조항 삭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안 수정과 관련한 논의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은 폭넓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개성공단 관련 사안은 은행위가 직접 관할할 문제가 아니라 외교위 소관에 더 가깝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밴 홀런 의원은 이날 상원 건물에서 ‘VOA’ 기자와 만나 법안은 검토를 반복하다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고, 개성공단 관련 조항이 삭제된 것을 확대 해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최초 발의 시 공동 지지자로 참여했던 존 테스터 민주당 상원의원은 개성공단 조항 삭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탐 틸스 상원의원은 초당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개성공단 재개 반대 조항을 삭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위 민주당 간사인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이번 법안에 올릴 추가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 의원은 크라포 은행위원장 등과 함께 상원 본회의 표결에 넘기기 전 추가 제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2~3개 정도가 추가될 것이며 에너지 제재가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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