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이후 해빙무드가 지속되려면", 남북물류포럼>

(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 무술년 신년사에는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에 관련된 제안 같은 것은 없었다.대신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더 나아가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 핵 타격 사정권에 있으며,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놓여 있음”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재 선언하고 핵무기 대량 생산과 실전배치를 언급함으로써 핵 포기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놀랍게도 그는 미국이 ‘결코 북한을 상대로 전쟁하지 못할 것이라는 ’핵보유국과 같은 자신감‘도 보여 주었다.

문재인 정부 북미간 가교역할을 해야

필자를 극히 불안하게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조건’이다. 남한과의 접촉과 왕래, 교류협력의 확대는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과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이 중단되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1회성 행사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지금으로서는 4월 중순 이후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종전보다도 더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이 미국으로부터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맞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미사일의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가 실행된다면, 북·미간의 ‘말 전쟁’(war of words)이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과 북·미간의 협력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 가교역할 (bridge-building role)을 해야 한다. 북·미대화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한반도 위기가 되풀이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가교역할은 외교적으로 감당해야 할 도전이기도 하다. 평양의 전략가들은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있을 것이다. 북·미간 직접대화는 현시점에서 미국의 전제조건 때문에 물 건너 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쉽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를 통해 미국에 접근하려는 전략, 즉 용남통남통미(用南通南通美)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 관계개선을 위한 가교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핵 해법의 단계적 입구론과 출구론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정부가 이와 같은 가교역할에 실패하면 모처럼 피운 한반도 해빙의 불씨는 꺼져 버릴 것이다. 가교역할을 통해 북·미간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되, 이를 남·북·미 3자회담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한으로서는 미국 대표의 참석 없이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남·북·미 3자회담을 개최하여 향후 핵·미사일 동결과 함께 한미합동 군사연습 관련 후속조치가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합동 군사훈련 조치 연계필요하다

북한은 연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소리치고 있다. 남북 군사회담에서 남쪽대표단은 북한이 제의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훈련중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유예·중단을 선언하도록 공식 요청하는 것이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한 당연한 상응조치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남북대화는 1회성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금년도 키리졸브와 독수리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까지 약 90일 동안 문재인 정부는 꽉 막힌 북미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가교역할에 정부의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 한반도는 다시 위기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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