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ᆞ중 정상회담의 평가와 의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3-16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통 해, G20와 APEC 다자 정상회담의 부속회담 형식으로 개최되었던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보다 훨씬 더 심도 깊게 양국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개최 전부터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0월 18일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를 통해 권력을 공고화하고 ‘신형국제관계’와 ‘신형주변관계’를 언급하였고, 우리 정부와 중국이 양국 간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로 합의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결과’를 발표(10.31)하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공동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하였고,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없었다는 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양국이 사드문제에 이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다 큰 틀에서 사드문 제가 더 이상 양국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10.31 합의의 기본정신이다. 따라서 양국 간 이견을 공동성명에 담아내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표출하기 보다는, 대의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양국 정상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전환점으로 삼아 한·중 관계를 정상궤도로 회복시키겠다는 양국 지도자 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는 사드의 기술적 운영 과 관련하여 강경 기류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 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해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이익의 교집합을 심화시켜나가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 바, 중국이 사드 운영의 기술적 측면을 구실로 제2의 사드경색 국면을 초래하기 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사이버 안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정 부와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번 정상 회담에서 핫라인 구축과 고위급 수준의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이 이와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이번 정상회담의 두 번째 성과는 양국 정상이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후 발표된 양국 외 교부의 설명에 의하면, 양국 정상은 ‘한반도 전쟁 불가’에 공감하였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한반 도 안정과 평화라는 기존의 한반도 3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쌍잠정과 쌍궤병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양 국은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양국의 교집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양국 간 교집합이 점증적으로 확대된다면, 향후 양국이 공동으 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화국면을 추동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권력을 공고화한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수 세적이었던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 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가 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시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화국면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에 우리 정부, 미국, 북한이 호응할지 여부가 관 건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입장에서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불법 적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등가로 놓는 것은 불가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의 쌍잠정 및 쌍궤병행 제안을 핵동결 입구론 및 비핵 화 출구론으로 호응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한· 미 군사훈련의 규모나 시기를 조정하고자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을 4월로 연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도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기 전에 북한 미 사일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한 회담을 개최하는 데 실익이 있을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제조건 없는 북·미 대화’를 언급함으로써 대화의 가능성을 암시한 것도 이와 같 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는 유엔 및 개별 국가들의 경제제재가 점차적으 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 국면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및 한·미 키리졸브 훈련 이후까지 경색이 지속되는 것을 우 려해야 한다. 북한은 2018년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과 핵보 유국 지위를 공식화하면서 후속 조치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대화 제안 등 전격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 할 가능성을 언급할지 여부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세 번째 성과는 양국이 경제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 하였다는 점이다. 중국은 10.31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WTO 규범 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경제보복을 전면적으로 철회하지는 않고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260여 명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충칭에서 현대자동차 중 국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대일로 구상의 교두보인 충칭 방문은 한· 중 경제관계가 조속히 전면적으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신속하게 복원시키는 것은 2010년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재점화되면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정치·안보 적 갈등이 경제협력을 통해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 최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2017.11.11) 을 계기로 아베 수상과 시진핑 주석은 여섯 번째 회담을 가졌는데, 동 회담에서 아베 수상이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을 요청하였고, 시 주석은 동 회담을 ‘양자 관계의 새로운 출발’ 이라고 언급하였다. APEC 정상회담 에 이어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EAS 정상회의(2017.11.14.) 시 성사 된 아베 수상과 리커창 총리의 회담에서 아베 수상이 2018년 ‘중·일 평 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 향을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이후 일본은 250여 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대중 경제사절단을 북경에 파견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구체화되어 감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일본이 경 제협력 촉진을 통한 양국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 경제연대 등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중 경제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통해 일본에 앞서 우리 기업의 중국 내 경제활동 및 일대일로 관련 사업 참여 의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메가-FTA'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이해관계 상충 시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 면서 우리 정부의 경제 이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 관계 회복을 계기로 향후 한·중·일 협력을 주도해나 가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EAS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11.14) 했을 때 한·중·일 협력을 강조하였고, 이번 방중에서도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해 한·미·중, 한·미·일 3자 협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서도 강조하였다. 앞서 언급한 아베 수상과 리커창 총리 회담 시, 한·중· 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재개가 논의되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 있 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환경 및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 분야로까지 한·중·일 협력의 외연을 확대하고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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