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2018 정세 전망: 한국 외교안보통일 핫이슈 20'  국제정세 10대 주제

1>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전망은?

정 성 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문제의 제기

2016년 1월 ‘시험용 수소탄’을 가지고 제4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북한은 2017년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을 가지고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보다 약 10배 이상의 폭발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다.

또한 2017년 1월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를 예고했던 북한은 동년 7월 두 차례 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11월에는 제3차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의 백악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 확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나서 김정은은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 위업’이 달성되었다고 대외적으로 선포했다.

북한이 이처럼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함에 따라 향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 모드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앞으로도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고는 올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 대해 간략하게 평가하고, 2018년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가능성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평가

올해 9월 3일 북한은 ‘국가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북한이 개발한 수소폭탄은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Electro Magnetic Pulse, 전자기파)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했다. 만약 수km에서 수백km까지의 광범위한 지역의 적(敵)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파괴)할 수 있는 EMP 공격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핵무기 못지않게 매우 위협적인 새로운 유형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북한은 올해 ICBM 개발에서도 놀라운 진전 속도를 과시했다. 지난 7월 4일 북한이 고각 발사한 ICBM 화성-14형은 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했는데, 그로부터 2주 후인 7월 28일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9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ICBM 화성-15형은 고도 약 4,500km까지 상승해 약 960km를 53분간 비행함으로써 마침내 워싱턴DC 등 미국 본토 주요 대도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제3차 ICBM 시험발사 후 ‘정부 성명’을 발표해 화성-15형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화성-15형 사진을 본 다수의 해외 전문가들도 이 미사일이 미국과 중국, 옛 소련이 보유한 ICBM급이며 핵무기를 장착하기 충분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지만 북한이 매우 빠른 속도로 ICBM 기술을 진척시키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 2018년 북한의 대외정책과 핵․미사일 정책 전망

제3차 ICBM 시험발사 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북한의 향후 정책 방향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매우 심각한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화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중국의 ‘쌍중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 제안을 수용해 내년 1월 1일 김정은의 신년사 등을 통해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더라도 핵프로그램을 동결하지 않으면 2020년에는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므로 한미는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이 같은 ‘평화공세’를 전개하다면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한․미와 중․러 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제3차 ICBM 시험발사 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의원 대표단에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김영남의 이 같은 발언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기 위한 정당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2018년에도 계속 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핵균형’ 및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해 추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16년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 2016년 9월에 제5차 핵실험을, 2017년 9월에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 같은 핵실험 주기를 고려할 때 북한이 2018년 9월경에도 핵능력의 고도화를 위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특히 내년 9월 9일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므로 북한은 제7차 핵실험을 이 기념일의 ‘축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7차 핵실험은 지하 핵실험이 아닌 태평양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들이 공언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경향을 보여 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후 김정은이 동월 21일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위협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이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각국 기자들에게 김정은의 ‘초강경 대응조치’에 대해 “내 생각으로는 사상 최대의 수소탄 실험을 태평양에서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의 리용필 미국연구소 부소장도 지난 9월 25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전 세계가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 부소장은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 최고지도자의 의도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화성-14형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통해 ICBM 능력 확보에서의 상당한 진전을 과시했지만 아직까지 핵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런데 핵무기가 태평양 대기권(고도 100㎞)상공에서 터지면 태평양 도서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고도 500~1000㎞ 이상 우주 공간에서 EMP 공격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폭발의 여파로 인공위성들이 파괴되거나 비행중인 여객기들이 추락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북한이 태평양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최대의 외교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17년에 북한은 ICBM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기 때문에 2018년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2015년 5월 북한은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 잠수함에 탑재된 SLBM 북극성-1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북한은 2016년 4월 북극성 1호의 콜드론칭 및 30㎞ 비행에 성공했으며, 동년 8월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호의 ‘고각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이 미사일은 500㎞를 비행했는데 이 미사일을 정상 발사할 경우 2500㎞를 비행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고래급 잠수함은 SLBM을 1기 밖에 탑재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SLBM을 2∼3기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지시했는데 빠르면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에 신형 잠수함이 건조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지난 12월 1일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남포 해군 조선소의 육상 시설에서 건조 중이던 SLBM용 바지선이 지난 11월 이동식 건조 설비인 ‘플로팅 드라이 독’에 실려 인근 부두로 옮겨졌다. 38노스는 이 부두에서 펌프, 전기, 통신장비 등 바지선 의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종 완성과 배치를 향한 막바지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38노스는 이것이 “북한이 SLBM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강력한 지표”라며 “북한의 (동해함대뿐 아니라) 서해함대도 SLBM 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018년에는 북한의 SLBM이 한국의 안보에 매우 심각한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한국정부는 북한이 2018년에 ‘평화공세’로 나올 가능성과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진할 가능성 모두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공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과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 그리고 중국 정부의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 방안들 간의 접점을 모색하고 한․미․중 3국의 공동 해법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미․중 3자 대북정책 조정그룹(Trilateral C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 TCOG)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이 대북정책 조정그룹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및 SLBM 시험발사를 계속할 경우의 제재 방안과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및 SLBM 시험발사 중단 시 제공할 보상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2017년 북한의 세 차례 ICBM 시험발사와 제6차 핵실험 후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중요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10월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3일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비록 핵무장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시키고 주변국들이 대북 압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핵무장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남한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특히 NLL을 무실화하기 위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하순 김정은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진행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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