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세종프레스포럼,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북 관계 전망과 한국정부의 과제(발제문)

정 성 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1.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북 관계 전망

지난 11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제3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와 인근 지역으로의 순환 배치 확대․강화, 한국의 독자적 방위력 증강을 위한 양국의 군사협력 확대,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 회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 즉시 개시 등에 대해 합의했음.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확인했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한민국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감옥국가’, ‘종교집단처럼 통치하는 국가’,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 등으로 묘사하며 매우 신랄하게 비판했음.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국회에서 “책임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불식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종식을 강조했음.

그리고 “중국, 러시아 등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격하하며, 모든 무역을 단절해야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대북 봉쇄정책’의 추진을 정당화했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신랄한 북한인권 상황 비판과 봉쇄정책에 대해 과거라면 정부 성명, 외무성 성명 등으로 강하게 비난했을 북한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위상이 낮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 내용을 비난했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전면거부하는 망발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국가를 《악마화》하여 우리 정부와 인민을 갈라놓고 조선과 국제사회를 대치시켜보려고 꾀한 것”이라고 주장했음.

북한이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신랄한 북한 비판에 대해 과거에 비해 훨씬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것을 피하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됨.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의해 대북 유류 도입이 약 30%, 정유제품 수입은 56%나 감축되고,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도 금지되며, 내년 1월 9일(김정은 생일 다음 날)까지는 중국에 진출한 북한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고 종업원들이 전면적으로 철수해야 하고, 중국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도 그들의 비자 기간이 종료되면 비자 연장 없이 무조건 철수해야 하는 전무후무한 고립상황은 북한 경제에 매우 중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음.

북한은 현재 정유제품 수입의 감축으로 인한 공장가동율 저하 및 물류 수송 차질, 섬유제품 수출 중단과 중국 내 근로자 철수로 인한 외화 수입의 급감, 그로 인한 긴축재정 편성, 귀국하는 식당 종업원과 근로자들의 일자리 제공 등의 문제로 매우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됨.

최근 북한 로동신문은 1면부터 지면의 상당 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하고 있음.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북한이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발사 후 거의 두 달 동안 새로운 도발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그때에는 다시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음.

북한은 지난 12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트럼프와 같은 늙다리미치광이의 망발은 … 우리가 선택한 병진의 길이 천만번 옳다는것을 확인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무력건설대업 완성에로 더 빨리 질주해나가도록 떠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음.

만약 북한이 또다시 ICBM 시험발사에 나선다면 미국은 북한으로의 정유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고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시키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며 대북 군사 옵션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됨.

2.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북한은 현재 한국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 ‘식민지 주구’, ‘식민지 충견’, ‘하룻강아지’, ‘미국의 삽살개’ 등으로 표현하면서 깎아내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음.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안에 대해서도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대답’이라는 낮은 수준의 형식으로 비난했음.

이는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와 당분간 남북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됨.

현재는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해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북한이 더욱 심각한 고립으로 경제상황이 매우 악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임.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북핵 해결을 위한 2단계 해법을 제시했음.

그리고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북핵 해법과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 그리고 중국 정부의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 방안 간에는 중요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므로 향후 이들 방안들 간의 접점을 모색하고 한․미․중 3국의 공동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

특히 오는 12월의 문 대통령 방중을 통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과 중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간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함.

지난 11월 7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 공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12월의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까지 수용하면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대북 관여 공조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함.

대북 관여 공조를 위해 한․미․중 간의 고위급 정책협의채널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임.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주요 주변국들에 특사를 파견하면서도 북한에만 특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음.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완화 의지를 북한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함.

문 대통령은 특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권유할 수 있을 것임.

특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철 대남 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특사 파견을 통해 남북한 간의 이견이 단기간 내에 좁혀지지는 않겠지만 남북 고위급 대화 채널의 복원은 남북한 최고지도자간 소통에 기여할 것임.

그리고 특사 교류를 통해 어느 정도 신뢰가 구축되고 북한이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 방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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