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과 영사접견권, 통일연구원>

(이규창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Ⅰ. 북한인권결의안의 영사접견권 포함

유엔 총회는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해오고 있다.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는 전 세계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고 이를 통해 북한인권 개선 방안의 역량을 결집시켜 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유엔 총회의 2017년 북한인권결의안이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에 제출되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11월 14일 제3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며, 12월 20일을 전후하여 유엔 총회 본회의 채택을 앞두고 있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북한인권결의안은 제3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정식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결의안에서 주목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북한 내부와 외부에서 외국인들에게 자행되는 인권 유린을 지적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 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들은 북한 주민과 해외 탈북자,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 내의 외국인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2017년 북한인권 결의안에는 북한 내 외국인 수감자들에 대한 영사보호 문제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북한 내 외국인 인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외국인 수감자의 인권 문제가 포함된 배경에는 웜비어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17년 6월 13일 혼수상태로 풀려나 송환 엿새 만에 미국에서 사망하였다.

Ⅱ. 영사접견권의 법적 성질

영사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이 1963년 채택되어 1976년 효력을 발생하였다. 북한은 영사협약에 1984년 8월 8일 가입하였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80년 미국과 이란 간의 테헤란 인질 사건에서 영사협약이 영사관계에 관한 기존의 국제 관습법규를 성문화한 조약이라고 판시하였다.

영사협약은 제5조에서 영사기능의 하나로 국민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영사협약 제36조는 파견국 국민과의 통신 및 접촉에 대하여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규정을 종합하면 영사접견권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인 동시에 자국민을 접견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또한 영사접견권은 개인의 입장 에서 보면 자국의 영사를 접견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다. ICJ는 2001년 LaGrand 사건을 판결하면서 영사접견권이 국가의 권리인 동시에 개인의 권리라고 판시하였다. 

비록 이 판결은 독일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형선고에 국한된 사건이었지만 동 판결에서 나타난 원칙은 다른 외국인에 대해서도 또한 사형선고만이 아닌 일반적인 형사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주인권재판소(American Court of Human Rights)도 1999년 권고적 의견에서 영사협약 제36조는 수감되어 있는 개인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국제인권법의 일부라고 판시한 바 있다.

Ⅲ. 외국인 수감자에 대한 영사접견권 적용 실태

2017년 11월 3일을 기준으로 외국인이 북한에 억류되어 형사재판을 받은 것은 미국 국적의 유나 리(Euna Lee)와 로라 링(Laura Ring), 아이잘론 말리 곰즈(Aijalon Mali Gomes), 케네스 배(Kenneth Bae, 한국명: 배준호), 매튜 토드 밀러(Matthew Todd Miller), 오토 프레데릭 웜비어(Otto Frederick Warmbier), 김동철과 한국 국적의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그리고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 등 9건의 11명이다. 유나 리와 로라 링, 곰즈,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 임현수는 석방되었고,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김동철은 아직 수감 중이다.

미국과 북한은 영사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사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이익보호국(또는 이익대표국, protecting power) 제도를 통해 영사접견권을 실현할 수 있다. 이익보호국이란 외교관계 또는 영사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제3국이 외교관계 또는 영사관계가 수립되어 있는 국가의 국민을 위하여 외교임무 또는 영사임무를 수행하는 국가를 말한다. 

북한은 미국 시민권자인 유나 리와 로라 링, 곰즈, 케네스 배, 오토 웜비어에게는 이익대표국인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영사접견권을 인정 하였다. 비록 재판을 받지는 않았지만 2009년 12월 북한에 무단 입국하여 억류되었다가 43일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을 챙긴 것도 스웨덴 대사관이었다. 2010년 11월 체포되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의 경우에도 영사접견권을 인정받았다. 다만, 매튜 토드 밀러와 김동철의 경우에는 영사접견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는 2015년 12월 18일 캐나다 외교관 2명을 접견하였다.

위와 같이 북한은 미국 시민권자들과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에게는 영사접견권을 보장한 반면 남한 국적의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에게는 영사접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케네스 배 이후 영사접견이 장기간 차단되는 등 외국인들의 영사접견권 실현이 장애를 받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김동철 외에 미국 국적의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이 억류되어 있으며, 남한 국적자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하여 6명이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Ⅳ. 북한의 영사접견권 준수 의무

북한은 영사협약의 당사국으로서, 또한 국제관습법인 영사접견권을 준수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가 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총회 결의를 준수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자국 내 억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영사접견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 사회는 2017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제출을 계기로 북한 당국에게 영사접견권 준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남한 주민들에게도 영사접견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자들 에게는 영사접견권을 인정한 반면 남한 주민들에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법적인 근거를 발견하기 어려우며 형평에도 맞지 않다. 북한이 국제관습법상의 권리인 영사접견권을 남한 주민들에게 인정하지 않는 근거는 남북한 특수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남북한의 관계가 일반적인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 하더라도 북한 당국의 행위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남한 국민과 정부는 남한 주민의 북한지역 억류, 조사, 재판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영사접견권을 인정하지 않은 행태에 대해 북한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영사 접견권을 보장하도록 촉구하여야 한다. 국민의 보호는 국가의 가장 큰 책무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영사관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지만 스웨덴을 이익보호국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처럼 제3국을 이용한 영사접견권을 추구할 수 있다.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의 영사보호 대상에 남한 주민을 명시하는 방안도적극 고려 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남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보고 있지만 남북한 내부적으로는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특수관계에 따라 남한이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도 남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남북한 특수관계는 수감시설의 차이에서도 확인된다. 일반적인 외국인은 재판과정에서 외국인 교화소에 수감되지만 남한 주민은 다른 시설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다.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이 정식 채택될 경우 북한이 영사접견권의 대상은 외국인이며 남한 주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억측을 부릴 가능성을 배제하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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