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반도 위기 해법: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제4회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시민포럼 발제문)

(정성장 SPN서울평양뉴스 자문위원 /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대북정책에서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의 이념적 편향성   

과거에 한국 정부는 정부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일정한 편향성을 보여왔다. 보수정부는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북한 당국과의 대화 및 교류협력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주로 안보적인 관점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했다. 그리고 특히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희망적 사고’를 가지고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면서 비현실적인 ‘북한 급변사태’ 또는 ‘통일’ 준비를 강조했다. 또한 보수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오직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일방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진보정부는 대체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체제 생존’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마치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또 다른 ‘희망적 사고’와 ‘선의’에 의존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물론 과거의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의 대북정책이 모두 실패했다고 매도할 수는 없고 이념적 성향을 떠나 정부에 따라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한의 생존능력과 핵보유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한국의 대북 ‘길들이기’ 능력 또는 협상력을 과대평가할수록 대북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정책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설득 능력이다. 그러나 그동안 역대 한국 정부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대북 정책 목표로 간주하면서 북한의 입장과 정책을 무시하면서 당위론적인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어왔다. 

북한은 2009년 4월과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북핵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와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후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개발 의지를 더욱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핵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해왔다. 김정일 집권 기간인 약 17년 동안 북한은 단 두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김정은은 집권 이후 약 6년 동안 네 차례나 핵실험을 했으며 2017년 9월에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또한 지난 7월 두 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강행했다. 

그 결과 북한은 향후 1~4년 내에 수소폭탄과 소형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탄도발사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다수의 미국 핵전문가들은 2020년에 북한이 50개~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갈수록 현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다수의 진보적인 전문가들은 마치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전세계의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김정일 정권을 대상으로 북핵 포기를 설득했던 논리가 김정은 정권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약 10년 전의 북핵 해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두 개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남한의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 소련의 해체 후 북한은 더 이상 첨단 재래식 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되어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핵능력 고도화를 통해 마침내 대남 군사력 우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에서도 심각한 대남 열세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미 관계나 북일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협정도 핵포기로 인한 북한의 대남 군사력 열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어렵다. 

둘째, 핵무기 개발이 재래식 무기 구입이나 개발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 한국의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2013년 초까지 최대 15억 달러(약 1조6400억원)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1조 6400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사드 1기의 가격이 약 1조 4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의 위협 효과에 비해 비용은 매우 적게 들어가는 셈이다. 남한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북측 개발비용의 10배 이상이나 되지만 한국이 그 같은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 핵균형’을 통한 북핵 위협의 자주적 관리 방안  

이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이상적인 목표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남북 핵균형을 통한 북핵 위협 관리’라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체제안전 보장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핵강국’과 ‘로케트맹주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초강대국인 미국과 ‘핵균형’을 이루겠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전망은 매우 어두운 실정이다. 게다가 북한이 ICBM 개발로 ‘레드 라인’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하고 그 피해는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핵무장을 포기하고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만 계속 의존한다면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은 더욱 심화되고 북한은 한국을 계속 ‘미국의 꼭두각시’, ‘식민지 주구’, ‘식민지 충견’, ‘하룻강아지’ 등으로 깎아 내리면서 무시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한다고 해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더욱 많은 첨단 재래식 무기를 구입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2014년에만 약 9조 원 규모의 무기를 해외에서 구입했는데 핵무기 개발에는 그것의 약 1/9인 약 1조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해외 무기 구입 비용을 현저하게 줄임으로써 국방비를 절감하고 복지와 교육 등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안보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5년 4월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 회장이 비확산 전문가 그룹에 비공개로 회람한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획득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한국이 월성 원전에 비축되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만 가지고도 약 4천33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가 북한경제에 부분적인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대체로 그것은 일시적이었고 결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핵우산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도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완벽히 보호해주지는 못하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남한의 핵무장으로 북한의 대남 핵 우위가 붕괴되면 북한 지도부로서는 더 이상 대남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 분야가 사라지게 되고 주민의 적극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낼 명분도 약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남한의 핵 보유를 가장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합법적으로’ NPT 탈퇴를 통고할 수 있다. 그리고 NPT 탈퇴 통고 3개월이 지난 후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국민 여론 및 주변국의 입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핵개발을 추진하면 될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심각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NPT는 탈퇴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탈퇴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과거 북한도 NPT에서 탈퇴했지만 그것 때문에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국제시장으로부터 사올 수 없게 되어 우리 전력사용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곧 멈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들에 핵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기본적으로 1년6개월은 가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은 우라늄 정광을 7개국에서 구입해 4개 업체에서 농축한 것을 들여와 18~24개월 분량의 농축연료를 비축해 놓고 있기 때문에 당장 국제시장으로부터 농축우라늄을 사오지 못한다고 해도 3년 정도까지는 원자로 가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NPT에서 탈퇴한다고 해서 핵연료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에게는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남한의 핵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ICBM 개발로 미국 위협할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어 미국 본토는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방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현재보다 더욱 호혜적인 한미동맹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구도에서 한국은 큰 자율성을 가지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욱 균형적인, 중립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으로 남북 핵 균형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한국과 미일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못하게 되어 비로소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베를린 구상’, 특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이행에 옮길 수 있게 되어 한반도와 동북아에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고 북핵에 대한 공포 때문에 폐쇄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관광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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