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대일정책 방향 : 한국외교의 전반에 대한 전략적 고려 속에서의 한일관계 모색>

(이면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5월 9일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정부 하에서 전개될 한일관계의 앞날이 매우 험난할 수 있음이 일찌감치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에서는 한일 양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언급한 아베 수상이었으나, 문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먼저 언급하면서 한국측의 성실한 이행을 촉 구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적 정서상 합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 이다.

현재 한국에 있어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인 위안부합의의 재협상에 대해 일본의 아베 수상은 재협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반면에 한국의 문 대통령은 재협상을 추진해야 함을 명확히 보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갈등적 양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선을 전후한 기간 중에도 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재협상 방침을 밝힌 바 있고,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대사 등의 소환 등을 통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기에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위안부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이러한 평행선이 결코 좁혀지기 쉽지 않고, 따라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의해 위안부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이 한일관계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초기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작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전화회담의 분위기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교환했다고 묘사된 것처럼 이견 및 갈등의 가능성이 표출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거나 또는 거부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 반면에, 공식적으로는 적어도 정상회담의 조기개최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의 대응,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등을 위한 노력이 제시된 것이다.

양국 수뇌의 공히 신중히 접근하고자 하는 자세가 보인다는 것으로 이는 서로 의견이 다름을 아는 가운데 서로의 중요성 또한 함께 인지하여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중함을 바탕으로 한 신정부의 대일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우선시 할 수 있으나 그것이 한일관계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종합적,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입장차를 평행선으로 묘사한 것처럼 해결이 결코 쉽지 않음을 고려한 것이다. 합의는 쌍방간의 일정한 양보 속에 가능한 것인데 여전히 양보 못하는 완강한 부분이 양측 모두에게 있어서 재협상을 시작하기도 용의하지 않고, 한다고 해도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를 종합적,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만족할 만한 결과가 예상되지 않아 진전이 없을 때 한일관계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정부가 무엇보다도 일본정부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진중히 전달하고 협의해야 함은 물론, 한국의 당사자 및 지원단체들에 대해서도 합의 및 타협의 상하한선을 얻어낼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지난 합의의 문제점이 내용상이라기보다는 절차상의 측면에서 오는 신뢰의 문제에서도 파생됐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와 관련된 준비와 대비를 철저히 해야 책임있는 결단을 최종적으로는 내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협상이 아니라 지난 합의의 미비점에 대한 추가협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해결이 쉽지 않은 가운데, 한일관계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협의를 병행적으로 추진하여 결과를 내기 위해서도 이러한 소통은 매우 긴요하다고 하겠다.

둘째는 한일관계를 한국의 국익과 외교라는 전반적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탈냉전기, 특히 최근의 동북아 국제관계는 서로 연동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정권에서도 보았듯이, 갈등적 양상의 표출로 인한 한일관계의 어려움은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 3국관계나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관계나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레버레지의 감소 및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특히 개별적 일방주의의 아시아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 하의 미국를 고려하면, 돈독한 한일관계는 일본도 바라는 바일 것이고 한국에도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김대중 정부 하에서 진행됐던 것처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도 일본이 가진 자원은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관계를 한국의 국익과 외교라는 전반적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도 국민과의 소통은 긴요하고, 이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책임있는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위안부 합의에서도 그렇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일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우를 거울삼아 국민 과의 소통을 앞세우는 신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일 정책 방향은 문제의 소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되, 지지해 준 국민만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익이라는 전체 속에서 바라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정부의 역사적 과제이고, 그래야 진정한 ‘진보’의 정체가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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