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미외교>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대통령 공백’이 발생한지 정확히 5개월 후인 지난 5월 9일 대한민국 국민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제19대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열악한 안보환경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5월 10일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대신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탄핵정국으로 야기된 국론분열을 수습하고, 북한 핵무기 고도화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조기에 안정 시키기 위해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혔으며, 일자리 창출과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불안은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트럼 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고, 한미관계를 ‘위대한 동맹관계’라고 표현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긴밀한 대북정책공조를 재확인했다.

이어 트럼프 대 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속한 방미를 요청하면서 고위자문단을 한국에 파견하여 정상회담 관련 협의를 진행시키겠다고 언급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따라서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가시화되었다.

물론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 구성이 이제 시작 단계이고, 수많은 한미 현안에 대한 우리의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우려의 이유다.

게다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최대한 압박과 관여’로 요약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충돌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비용분담, 방위비분담금 증액, 한미FTA 재협상 등으로 한미관계가 갈등관계로 전환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과 대북정책공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현안은 시간을 두고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국제관계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만 타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개인적 친분, 특히 개인적 신뢰관계를 중시할 것이기에, 일단 한미 정상 간의 상견례 차원에서의 만남 자체가 중요하고, 이 만남을 통해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신뢰)을 쌓는 것이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해 바람직하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 부의 한반도정책, 특히 대북정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정상회담을 피할 이유가 없다.

다만 양국 정상의 첫 만남임을 감안해 이견이 노출될 수 있는 현안은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이해한다는 차원의 덕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 발언에 대한 이해를 표명할 수 있다. 한미FTA 체결 이후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가 연간 2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여,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대미 직접투자를 장려할 것 이고, 그동안 이행을 미루어왔던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과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할 것이라는 정도의 덕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6가지 중에, 우리의 안보와도 직결된 대테러전과 사이버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판단된다. 이는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당연히 우리 정부가 참여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 현안은 대북정책 공조라고 판단되지만, 굳이 정책공조의 세부사항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즉 두 정상이 강조하는 대북정책 핵심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회담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또한 대북제재에 중국까지 동참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홀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 차이는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 외에 사드비용분담, 방위비분담금 증액, 전시작전통제권전환, 한미일 안보협력 등의 한미 현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넣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상견례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6월에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한미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2017년이 가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여 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한미 현안과 관련하여 국제관계에서 유달리 공정성(fairness)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여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및 청와대 주요 보직을 수행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부시 정부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협상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방주의적 성향을 가진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대한 노하우가 나름대로 형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수에 강하다’고 자신을 평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트럼프 정부와의 마찰 을 최소화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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