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이 갖는 전략적 함의, 한국국방연구원>

(박원곤 한동대 교수·前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7월 11일 주한 미 8군은 지난 64년의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평택으로 주둔기지를 옮겨 청사 개관식을 열었다. 평택기지 개막은 주한미군 주둔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서 평택기지는 대북 억제 및 방어 능력의 획기적 향상이 가능하다. 향후 과제 가 남아 있지만, 평택기지는 21세기형 새로운 복합형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모델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기지 이전 사업 과정 및 목적

2003년 5월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모든 미군 기지를 평택․오산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따라 한미는 2004년 『용산기지 이전협정(YR P)』을 체결하여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협정상 최초 완료 시점은 2008년이었지만, 공사기간이 부족하고 평택 부지 매입 과정이 지연됨으로서 수차례 연기되었다. 또한 한미는 2014 년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전시작전권 전환 이전까지 연합사를 용산에 잔류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미군은 2017년 6월 미 8군 본대 이전을 마무리하였고, 2018년까지 미 2사 단의 평택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평택기지 이전이 추진된 이유는 우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미군의 용산기지가 위치함으로서 도시 발전을 저해하고 지역민원과 시민과의 마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1953년 6.25전쟁 이후 미 군 기지가 전국에 산재해 있음으로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기지 이전 사업 이전 미군 기지는 총 91개 구역, 2억 4000만 제곱미터 부지에 산재해 있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170여 개의 주한 미군 기지를 평택, 오산의 중부권과 대구, 왜관, 김천의 남부권으로 재 배치함으로서 주한미군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미군기지의 통폐합 으로 보다 종합적 관점에서 국토개발 추진이 가능하다. 평택 미군기지의 이름은 캠프 험프리스로 1962년 작전 도중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벤저민 K. 험프리스 준위를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다.

평택기지 규모 및 시설 특징

평택 기지는 한국과 미국이 총 17조원을 투입하여 건설하였다. 평택 기지는 초대형 종합 단지로서 미군이 운영하는 특수 지역이다. 총 면적 1,448만㎡로서 해외 주둔 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 이다. 

기존 미군부대 부지의 2배 규모의 땅을 매입하여 구축하였다. 용산의 미8군과 타 지역 미군 부대가 집결한다. 주한 미8군 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청사를 비롯한 총 513동 건물이 들어섰다. 단지에는 각종 헬기와 수송기 비행장과 활주로 외에 군막사, 군인가족 아파트, 학교, 병원, 운동시설, 식당가, 골프장 등이 있다. 

서울에서 철도로도 연결된다. 또한 평택기지는 한국의 주요항구로 서 수심이 17m 전후의 LNG선박이 접안되는 규모의 평택항과 미군 오산비행장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전략적 의미

평택기지의 가장 큰 유용성은 육해공군 시설이 집결되어 유사시 전력의 통합 운영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주한 미 지상군 전력인 2사단이 평택 기지에 위치한다. 공군전력의 경우 주한 미 공군의 주력 기지인 오산 공군기지가 약 20km 내에 위치한다. 평택항도 반경 20km에 있다. 기지 설 계시 평택항과 기지 내외부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미군은 평택기지와 평택 역 11km 구간을 연결하는 철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유사시 육해공을 연결하는 신속한 전력 투사와 배치가 가능하다. 해상으로는 고속 수송선(HSV)을 활용할 경우 오키나와 미군기지로부터 병력과 물자가 24시간 내에 평택항으로 투입될 수 있다. 

공중으로는 미 수송작전의 주력기인 C-17 수송기의 평택기지 활주로 이착륙이 가능하므 로 역시 병력과 장비의 신속 투사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유사시 신속한 미군 증원전력의 전개와 전방지역으로의 신속한 전력 투사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미군은 전국에 산재한 미군 기지를 평택기지로 통합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므로 보다 효율적인 주한미군 전력의 운용이 가능해 진다. 기지가 결집되어 있을 경우 전력의 신속하고 통합적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택기지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유연한 전력 운용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북한 위협의 고조로 주한 미 210포병 여단이 전방에 남지만, 기존 주요 전력의 대부분이 후방인 평택으로 이전함으로써 미 전력의 기본적 생존성이 보장된다. 이에따라 적 위협에 우선순 위에 따라 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다.

평택기지 중심으로의 전력 통합으로 지휘통제의 효율성 증대도 기대된다. 평택기지는 최첨단 전 술지휘통제자동화체제(C4I)를 갖추고 있으므로 작전 능률 향상이 가능하다. 기지 방어 체계의 효율성도 증대되었다. 지점방어(point defense) 전력인 패트리어트 포대를 활용하여 기지 방어가 가능하다. 미군은 PAC-3의 기지 내 추가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주한미군 기기의 평택기지로의 이전은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핵심인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의 한반도 신속 전개와 기지통합으로 군사적 효용성과 융통성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감지한 북한은 2017년 7월 14일 판문점대표부 대변 인 담화를 통해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우리 군대의 제1차적인 타격 목표"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북한이 평택기지를 심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역으로 평택기지는 한미동맹의 중요한 대북 억제 및 대응 자산임을 확인해 준다.

특히 북한이 “미제침략군 기지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우리 군대의 화력타격 효과는 더욱더 높 아질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평택기지가 규모면에서 육해공의 통합적 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북한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북한의 입장에서 평택기지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에 기여하므로 그만큼 반발하고 있다. 북한이 평택기지를 “미국의 한반도 영구강점기도”라고 비난한 것은 이러한 북한의 우려를 반영한다.

평택기지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군사 허브 또는 거점기지(staging base)로서의 역할 수행도 가능하다. 평택기지는 항만과 공항이 인접하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미군 전력의 역내 투사가 가능한 거점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미 본토 전력은 물론 타 지역에 위치한 해외주둔 미군 전력이 평 택기지를 거점으로 투사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주한미군 기지를 허브 기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 2010년 미국의 『4년주기 국방태세검토 보고서』(QDR)에서도 밝혔듯이 평택기지 이전은 주한미군이 전진배치(forward deployed)에서 전진주둔(forward stationed)형태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전 진주둔은 가족 동반 근무형태로서 주로 허브 기지에 적용된다. 주한미군은 평택 기지의 전력을 강 화하여 역내 외로 투사할 수 있다.

평택기지는 향후 민·군 복합도시로서 새로운 미군 해외주둔지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2만8천 명의 미군 중 상당수가 평택으로 가족과 함께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4만5천명에서 최대 6만명의 인구가 평택에 새로 유입될 것이다.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 대규모 미군과 미군가족, 한국민이 같이 거주하는 것으로서 상호이해와 협조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한미 관계 증진은 물론 21세기 복합적 해외주둔 기지의 모범이 될 수 있다.

향후 고려 사항 및 발전 방안

평택기지로의 이전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전략적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평택기지가 동북아 군사 ‘허브’로서 대북 억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분쟁에 투입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여건을 갖추므로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2004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등에 따라 아시아 주둔 미군을 중국 견제를 위해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평택기지는 중국과 가장 근접 하였고, 중국 함대가 태평양으로 나오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으로 일각에서는 평택기 지를 세계 최대 대중 전초기지로 간주한다. 

2015년 사드 한반도 배치결정 당시 중국은 평택기지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경계했다. 당시 ‘핵 비확산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인민대 우리챵 교수는 사드가 평택기지에 설치되면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과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사드 사례를 교훈삼아 평택기지가 중국 봉쇄 또는 견제용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평택기지는 15년 전인 2003년부터 계획된 것으로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을 통해 대북 억제 및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울 도심에 위치한 주한미군 기지를 이전하는 것이 주 목적임을 중국에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평택기지가 허브 또는 거점기지로 활용될 수 있지만, 중국이 군사력을 선제 사용하지 않는 한 군사적 대결을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을 것임도 밝힐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민감해 하는 미군의 전략 자산을 평택에 배치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목적과 미래 발전 방향을 구체화하여 한미동맹이 지역 평화를 위한 기제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평택 기지 방어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하고 정확도를 높이고 있 는 300mm 방사포의 사격권에 평택기지가 포함되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용산기 지의 완전 이전을 위한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조사와 정화 책임 문제도 남아 있다. 또한 평택기지 이전으로 변화된 전력에 맞춰 한미의 전력 균형 및 정보공유체계도 안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평택기지는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계기와 수단을 제공한다. 특히 북한의 위협이 최대로 고도화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효율성과 유연성, 대응 능력 이 향상되는 것은 중요하다. 향후 한국과 미국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평택기지를 계획대로 발전시켜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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