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무용론·압박해결론 뒤의 진실, 남북물류포럼>

(황재옥 여성통일외교포럼 대표)

북한이 결국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고, 9월 3일 ICBM장착용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핵 도발 강도와 수위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최고지도부인 김씨 일가를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대북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8월 위기설’이 한참 돌던 중에도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은 8월 13일 WSJ에 군사적 해법보다 외교적 해법을 기대한다고 공동명의로 기고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 달 전에 했던 이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꼬일대로 꼬인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북핵 문제가 이렇게 꼬이고 악화된 데는 북한쪽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미국쪽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거세지는 대북 압박과 제재가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면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과거 북핵회담 관련 연구들을 보면 회담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즉 회담 개최의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북한이 호락호락하게 미국의 페이스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북한과의 협상 그 자체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면서 핵협상 개시의 모멘텀이 죽을 수 있다. 압박이 최대로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장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면서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즉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무용론과 압박해결론이 고개를 슬며시 들것이다. 그런 점에서 협상무용론과 압박해결론 뒤에 도사리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핵 협상무용론은 부시 정부 때 처음 나왔다. 요지는 이렇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시간이 지나면서 협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협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협상 결과로 나온 합의를 북한은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행하지 않는다. 

북핵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협상을 다시 시작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도발-제재-협상-합의 파기-도발-제재-협상-합의 파기’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결국 북한과의 협상은 해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외관상 돌아가는 모양새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북한이 합의 이행을 미적거리거나 못하도록 미국 쪽에서 핑계거리를 주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물론 자진해서 미국이 말하지는 않겠지만, 선후관계나 인과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앞으로도 6자회담 과정에서 협상무용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미국의 주장과 요구가 어떻게 접점을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함정이나 허술한 점은 없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북핵 협상무용론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보다 압박과 제재가 특효약이라는 주장이 ‘북핵 압박․제재해결론’인데, 북핵 협상무용론보다 한참 하수(下手)다. 제재해결론의 맹점은, 첫째,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말을 듣고 북한에 강한 제재를 해줄 것이라는 판단 착오다. 동북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키우려는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설사 미·중과 미·러간에 거래가 이루어져 북한에 강한 제재를 하면 북한이 항복하고 나올 것이라는 판단 착오다. ‘무오류의 수령’이 지도하는 북한 체제 속성상 항복은 체재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체제 존속을 원하는 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약 국제사회의 제재가 고통스러워 북한이 대화에 나왔다고 해서 의미있는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협상무용론과 제재해결론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로 넘어야 할 고비는 많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시작되어야 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대화를 시작하도록 요구하고, 남북대화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일 한반도평화포럼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적했듯이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내보내기 보다는 평양에 특사도 보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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