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트럼프 행정부의 한일 핵무장 용인론과 한국의 옵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미 NBC뉴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옵션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는 중국이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미국 관리들이 중국 측에 밝혔다는 것이다. 

비록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6년 3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한일의 독자적인 핵무장에 대한 열린 태도를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의 다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핵무장에 대한 ‘열린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그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최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이 트럼프의 입장에 다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국제정치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 미 바드대학 교수·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 위기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의 시각이 둘로 갈라져 있다고 지적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악관 고위 참모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핵무장을 막고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보지만 반대로 동아시아의 핵무장을 미국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승리’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미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이 핵을 가짐으로써 중국의 지정학적 야욕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정부는 치밀한 준비를 거쳐 생존 차원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에 대해 미 행정부와 비공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올해 두 차례의 ICBM 시험발사와 수소폭탄 실험으로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북한이 ICBM 실전배치 단계까지 가면 미 본토만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더욱 심각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하순 김정은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진행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국과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남북 핵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 비핵화나 남북 핵균형이 실현되지 못하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는 영원히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장밋빛 청사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안보와 평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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