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의 기술적 의미와 정치적 의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진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9월 3일 북한이 전격적으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해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하고 꼭 1년 만이다. 이번 핵실험은 지금까지의 다섯 차례 핵실험과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된다. 기술적인 측면이나 정치적 의도 면에서 이전 핵실험과 차원이 다르다. 지난 5차 핵실험까지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적 필요성이 가지는 의미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6차 핵실험은 기술적 필요성과 정치적 의도가 공존한다. 현재 북핵문제를 이해하고 향후 진행상황에 대한 예측과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면 모두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은 핵실험직후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기상청이 발표한 리히터 규모 5.7 지진을 기준으로 해 국방부는 폭발력을 약 50kt 수준으로 예측했다. 지난 5차 핵실험 때보다 5배, 일본에 떨어진 두 번의 핵폭탄과 비교해도 3배가량 높은 위력이다.

  그럼에도 아직 이번 실험이 수소탄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다. 규모 5.7의 지진과 50kt만으로는 완전한 수소탄으로 보기에는 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진파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핵실험을 실시한 지역과 차폐상태에 따라 외부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규모를 6.0 이상 6.3까지도 보고 있다. 이는 300kt에 달하는 엄청난 위력이다. 핵실험으로 갱도가 무너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국방부의 예측대로 이번 핵실험의 규모가 50kt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북한이 가진 핵무기 위력의 최대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이 안전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폭발력을 낮추어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도 핵실험 이후 발표에서 “핵탄의 위력을 타격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실 50kt라는 어마한 폭발력을 확인한 마당에 이게 수소탄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과 공포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핵무기란 단순히 핵폭발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이 결합되어야 한다.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도록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소탄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6차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발장치가 북한이 당일 아침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구형 물체와 동일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50kt 위력을 지닌 폭발체를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기술적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6차 핵실험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있어 기술적으로는 마지막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보여줄 다음 순서는 화성14형에 실어 멀리 태평양으로의 실 거리(5000km 이상) 발사일 수도 있다.

  그간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지 단추를 누를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6차 핵실험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 6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핵실험을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측은 북한에 대해 자기희망적으로 해석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반대로 핵실험을 한다고 주장했던 측도 왜 하는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다음을 예측할 수 없고 대응도 할 수 없다. 6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평가만큼이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접근이 중요한 이유이다.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 해결할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북한이 이번 6차 핵실험을 통해 북미간의 게임판을 완전히 엎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지 7개월이 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계획된 행동이나 정책보다 여전히 말만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기대 수준과 미국과의 게임 시작을 언제로 볼 것에 따라 6차 핵실험의 로드맵이 달라졌다고 본다. 이는 북한이 지금 6차 핵실험을 한 의도에 대해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첫 번째는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북한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만으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핵실험 카드를 빼 들었다고 본다면 이는 오히려 북한의 조바심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시각은 당분간 트럼프 정부가 협상이든 대화에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보는 것이다. 더 이상 트럼프 정부를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인정을 받든 말든 핵보유국 지위에 올라설 수 있는 최대한의 핵무력을 완성시켜 놓은 다음 역으로 대미 협상 제의 등 유화책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의 대단한 자신감에 근거한다.

  두 가지 중 이번 6차 핵실험의 정치적 의도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행동의 수위와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전자처럼 여전히 트럼프 정부에 미련이 있다면 속도와 수위 조절을 하면서 살라미 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다. 반면 후자라면 미국과 상관없이 새롭게 마련한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My Way를 갈 것이다.

  미국이나 우리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북한은 추후 이번 핵실험한 것을 ICBM에 탑재해 남태평양으로 실 거리 사격을 하는 것을 보여 줄 수도 있다. 미 전략자산이 뜰 때 마다 괌 포위 사격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고, 도면만 슬쩍 노출한 신형 SLBM인 북극성 3형과 새로운 ICBM 화성 13형도 날아오를지 모른다. 단지 시기의 차이일 뿐이다.

  북한의 의도가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두 가지 중 어떠한 경우이건 간에 북한이 내민 손을 과연 트럼프가 잡아줄지 의문이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북미관계 변화의 계기 마련은 북한 측의 도발 중단이라기보다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당면한 문제를 정리하고 북한문제에 실질적인 관심을 가질 여력이 언제 생기냐 하는 것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했으니 북미 관계에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존심 강한 트럼프도 명분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장사꾼으로 바뀔 수 있다. 아마 그때가 되면 우리에게 통보는 하겠지만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를 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하고자 우리에게도 회담을 제의하고 나올 지도 모른다. 핵무력을 최대치까지 올려놓고 던진 대화제의를 미국이 받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

  과연 그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우리 안보라인이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고민해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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