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북한의 제6차 핵실험 평가와 한국의 대응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은 지난 9월 3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 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핵과학자, 기술자들이 2016년 1월의 첫 ‘수소탄 시험’에서 얻은 성과에 기초해 핵 전투부(탄두부)로서의 수소탄의 기술적 성능을 최첨단 수준에서 보다 갱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핵탄 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kt급으로부터 수백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우리의 수소탄은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Electro Magnetic Pulse, 핵전자기파)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당일 오전 북한의 최고 파워 엘리트 5인으로 구성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해 결정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진행할 데 대하여'를 채택하고 제6차 핵실험을 지시했다.

그리고 북한 시간으로 낮 12시(한국시간으로 낮 12시 30분)에 ‘ICBM 장착용 수소탄’을 가지고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작년 9월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시 인공지진 규모는 5.04, 폭발위력은 10kt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규모 5.7, 중국 지진대망과 미 지질 조사국(USGS) 발표에 의하면 규모 6.3, 러시아 지진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규모 6.4의 인공지진이 발생해 폭발위력은 50kt~400kt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년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이 약 5배~4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16kt이었는데 북한은 그보다 약 3배~25배의 위력을 가진 핵폭탄까지 개발한 것이다.

2005년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울 용산에 20kt 핵폭탄이 터질 경우 서울에서 113만 명 정도가 사망하며 전체 사상자는 약 275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만약 북한이 300kt~400kt 위력의 수소폭탄을 서울에 터트린다면 서울 시민의 대부분이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인명을 살상하지 않으면서 수km에서 수백km까지의 광범위한 지역의 적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파괴)할 수 있는 EMP 공격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북한은 9월 4일자 로동신문에 ‘핵무기의 EMP 위력’에 대한 해설을 실어 EMP 공격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핸리 쿠퍼 전 전략방위구상(SDI) 국장은 올해 6월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 EMP 기술과 관련해 “미국 의회 EMP위원회 조사를 통해 2004년 러시아의 EMP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EMP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의 부담이 적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은 첫 번째 공격수단으로서 직접적인 핵미사일보다는 핵 EMP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을 1.5t으로 소형화해서 노동미사일을 사용해 충청도 상공에서 20kt급 EMP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해 대부분의 전압시설과 전자부품이 파괴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핵무기가 고도 30㎞ 이상에서 폭발할 경우 강력한 EMP가 발생해 인명과 전력망, 군 장비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서울 100㎞ 상공에서 10kt의 핵폭탄만 터져도 EMP로 인해 지상의 피해반경은 250여㎞에 달한다는 원자력연구소의 시뮬레이션 연구 분석 결과도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를 통해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공정으로부터 부분품 정밀가공 및 조립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들이 주체화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지난 9월 3일 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으므로 이제 북한은 본격적으로 수소폭탄 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를 예고한지 약 6개월 만인 지난 7월 4일 제1차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을 시험발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후인 7월 28일 제2차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또한 지난 8월 8일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개했고, 8월 9일에는 전략군 사령관 명의의 발표를 통해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그로부터 20일 후인 8월 29일 북태평양을 향해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성공’했으므로 이제 다시 태평양을 향해 ICBM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실상 ‘레드 라인’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대한민국 비핵화 선언’으로 전락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폐기부터 선언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가 이 선언을 폐기하지 않으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뿐만 아니라 핵재처리시설의 보유도 어렵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김정은의 핵과 ICBM 능력 고도화 의지를 꺾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및 석유 수출 중단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사드 구입 및 직접 운용 방안’ 등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 또는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올 하반기 최대의 외교행사로 대대적으로 준비해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 개막일에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과 반감은 더욱 커졌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석탄 수입 중단이나 철광석 수입 중단 등 특정 분야에 국한해 제재를 하는 경우에는 북한이 일정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북한 관광 금지 및 북중 밀무역의 철저한 차단,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대북 석유 수출 중단, 북한으로부터의 일체의 수입 중단 및 중국 내 북한 근로자의 귀국 조치 등 중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가지고 북한을 압박한다면 북한은 경제파탄을 피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정책만을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도 한국 및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타협을 계속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매진한다면 한국 정부는 평화적인 방식에 의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까지도 은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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