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위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서에 서명한 모습(사진=노동신문)

<북한 6차 핵실험의 의미: 도박인가, 승부수인가?,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연구부문, 박지영 연구부문 /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한반도 긴장의 롤러코스터가 다시 급가속 되고 있다. 9월 3일 12시 29분경 북한이 전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해 온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도 5.7 규모의 인공지진이 감지되었다. 지표면 부근에서 일어난 인공지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6차 핵실험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며, 결국 북한은 3시간 뒤(평양시 기준 오후 3시)의 ‘중대발표’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호’ 로켓발사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미국 현지시각 8월 8일), 북한 전략군의 ‘괌 포위사격’ 공언(8월 9일 및 10일)으로 정점에 이른 이후, 8월 14일 김정은의 자제 시사 발언으로 다소 소강기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었던 한반도 긴장은 다시 고조되었다.

6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내용

폭탄의 종류

5차 핵실험이 증폭핵분열탄으로 추정되었던 것에 비해 6차 핵실험은 수소탄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소폭탄은 1차 핵분열반응으로 인한 에너지가 2차 핵융합반응을 핵분열폭탄의 수십~수천 배의 위력을 갖는다. 6차 핵실험의 정확한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100kt 정도를 추정한다면 소규모의 수소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5차 핵실험으로부터 규모가 대폭 증가하였으며 3차때부터 지속적으로 수소탄을 언급한 점, 수소탄 형태의 핵탄두 모형을 공개한 점, 6차 핵실험 이후 언론 발표를 통해 상세하게 1~2차 폭발에 관련된 기술적 사항들을 열거한 점 등은 이런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든다. 풍계리와 같은 지역에서의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는 수소탄 실험을 감행할 수는 없으므로 규모를 조절한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폭발력

우리나라는 5차 핵실험을 지진강도 5.0, TNT 10kton의 폭발력으로 추정하였다. 이는 중국이나 미국의 추정보다 낮은 수치였다. 6차 핵실험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지진규모 5.7로 미국이나 중국이 추정한 6.3의 지진강도보다 낮다. 만약 지진규모 6 이상이라면 이는 100kt이 넘는 폭발력을 갖는 폭탄이다. 따라서 폭발력 측면에서 이를 무기화하는데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표 1] 북한 핵실험 규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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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탄 실험 완전성공의 전략적 함축성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지속적으로 수소탄을 언급했으며 실제 폭발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5차 핵실험 시 핵분열탄에서 핵융합탄으로 가는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는 증폭핵분열탄이 성공한 것이었다면, 매우 빠른 진전을 이루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속도와 폭발규모의 증가로 볼 때 수소탄 실험이 가능성도 높다. 다만 수소탄이었는지 증폭핵분열탄이었는지 여부는 외부에서 증명할 방도가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공언한대로 ‘수소탄’ 실험의 완전한 성공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석가마다 평가가 갈리고 있다. 감지된 진도를 중심으로 추산할 경우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은 최소 50kt내외에서 최대 100kt내외까지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 10kt 내외)이나 그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다른 수치이기에 북한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지하핵실험의 특성과 고도의 정보폐쇄성, 그리고 이를 대외적으로 활용해 온 북한의 행태를 감안할 때 실제적인 ‘수소탄’의 성공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2

다만, 6차 핵실험에 사용된 북한의 핵폭탄이 ‘수소탄’이든 아니면 ‘증폭핵분열탄’이든 단순 핵분열탄이든 간에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있다. 경량화나 ICBM 탑재 가능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북한 핵무기가 기존에 비해 괄목할 만큼의 폭발력의 보여주는 데 성공했으며, 그만큼 북한의 핵능력이 급속한 진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이루어진 가장 큰 이유는 폭발력의 증대에 있기 때문이고, 핵융합 작용을 이용한 ‘수소폭탄’ 역시 상대적으로 경량화된 폭탄으로 최대의 폭발력을 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즉, ‘수소탄’ 자체의 성공여부와는 무관하게 북한의 핵무기는 과거에 비해 훨씬 큰 폭발력을 보이는 단계에 도달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추정할 때 경량화 기술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6차 핵실험이 있기 전, 9월 3일자로 발표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사실을 보도하면서 북한이 “높은 단계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이 보도는 이 무기가 바로 ICBM에 장착 가능한 ‘수소탄’이며, “핵탄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 kt급으로부터 수백 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 전투부”라고 주장하였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그들은 이미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며, 미국 본토까지를 사정권에 둔 폭탄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군사적 대비의 차원에서라면 최악의 시나리오(‘worst scenario’)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전략적 게임에서 모호한 상대방의 능력을 공언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는 오히려 제대로 된 대응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북한이 2016년의 5차 핵실험에서 ‘표준화·규격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했고, 2017년 2차례(7월 4일 및 28일) ‘화성-14호’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의 성공적 발사를 발표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자신들이 공언한 대로 ‘핵무력 완성단계’를 향해 가파르게 달려가고 있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설사 북한이 핵 탄두를 ICBM에 장착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경량화에는 성공했을 경우에도 심각성은 유사하다. 북한은 2016년~2017년간 한반도를 벗어나 아·태 지역의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중거리미사일(IRBM) 발사를 활발하게 진행하였고, 2017년 5월 14일의 ‘화성-12호’ 발사실험은 안정성에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던 기존의 ‘무수단’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3 더욱이 핵실험 닷새 전인 8월 29일에는 일본상공을 통과한 동 미사일을 발사를 통해 정확도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암시하였다. 핵탄두의 위력증대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분명히 분리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그 연계성상 어느 한 쪽의 진보는 다른 쪽의 상응한 발전을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양의 의도

현 상황에서 실제로 북한이 9월 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수소탄’ 탄두를 6차 핵실험에 사용한 것인지, 그래서 기존에 비해 일취월장한 폭발력이 시위된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평양이 던지고자 하는 대외적인 메시지이다. 어쨌든 북한은 두 개의 잘 짜인 각본(‘수소탄’ 공개에 이은 핵실험)에 따라 그들의 핵실험이 경량화 된 새로운 종류의 핵폭탄이며, 이미 그들이 ‘핵보유국’의 문턱을 넘었다고 세계가 받아들여주길 바란 것이다. 기존의 ‘핵보유국’들 중에서도 파키스탄이 아직 수소폭탄 성공에 이르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세계가 받아들이건 아니든 간에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의 반열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

사실, 북한이 금년 8월 26일과 29일 잇달아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호’)을 발사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자기 임의대로 조절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6차 핵실험 자체가 워낙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터라 도대체 북한이 무엇을 노리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대체적으로 현 상태에서 평양의 의도는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첫째, 자신들은 결코 ‘겁쟁이’가 아니라는 워싱턴에 대한 메시지이다.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호 미사일 발사로 고조되기 시작한 한반도의 긴장은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 그리고 북한 전략군사령부의 ‘괌 포위사격’ 발언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8월 14일 김정은이 전략군 사령부의 ‘괌 포위사격’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뜻을 시사함으로써 긴장은 상대적으로 완화되었고, 미국 역시 이러한 신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모양새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마치 자신들이 미·북간의 전략적 게임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치킨’이 아니며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이는 어떠한 긴장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려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 국무부는 헤더 노트 대변인 명의의 외신기자 브리핑을 통해 미·북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북한이 먼저 “핵실험을 중단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역시 하지 않으며,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한 바 있다.4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며, 만일 대화가 필요하다면 미국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내의 무력감, 더 정확히는 대북 제재 무용론(無用論)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한국 역시 대상이 되겠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관계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주(主) 타깃은 전반적인 제재국면을 이끌고 있는 미국으로 보아야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공언대로 군사적인 옵션을 항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직접 실행하는 데에는 여전히 주저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실정을 감안할 때5, 제재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수록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평양은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월 5일 UN 안보리를 통과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의 내용이 결코 감내하기 만만치 않다는 점 역시 고려된 것이다. 10여년이 넘는 대북제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돈줄’을 옥죄기 위한 실질적인 결의안은 2016년 3월의 안보리결의안 2270호라고 할 수 있고, 이는 12월의 2321을 통해 더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2371호는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가득원인 석탄과 철광석의 수출을 차단하였으며,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민생용’이라는 방패를 더 이상 들이댈 수 없는 최초의 제재이기도 했다. 따라서 평양으로서는 이 제재의 효과가 자신들을 옥죄기 이전에 짐짓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양보 혹은 조기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평양의 계산이 작용했던 것이다. 10월 18일의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둔 중국이 내부 정치구도의 정비에 신경 쓰느라 대북제재에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이전에 확실한 자신들의 능력을 시위해야 대화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가장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핵실험에서는 평양의 초조감 역시 동시에 묻어나고 있다. 2016년 이후 북한이 부쩍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사실은 평양 나름의 ‘목표시한’이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폭주를 계속하는 김정은의 행보가 시간과 자원을 모두 쥔 우월자의 존재가 아니라, 점차 조여드는 그물을 탈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일 가능성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단선적인 경로로 판단하기 쉬운 ①핵/미사일 개발, ②실전배치 및 양산/유지/관리, ③실질적 사용(핵을 포함한)의 각 단계는 매 단계마다 새로운 비용을 부과하며 전혀 다른 손익계산을 강요한다. 이 점에서 북한으로서도 더 이상 부담스러운 게임을 지속하기 이전에 ‘핵보유국’ 지위 획득과 유리한 고지에서의 대미 협상이라는 선택에 매달릴 동기가 충분한 것이다.

주변국 반응과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압박을 예고하며 대응에 나섰다.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른 긴급 NSC회의 후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엄청나고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는 모든 무역행위를 중단(이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발동을 의미한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일본 역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최고수위의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 역시 외형적으로는 강경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6차 핵실험 당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외무성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시진핑 주석 역시 BRICs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중·러간 협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전반적인 면에서 주변국들의 6차 핵실험에 나타난 반응은 한결같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 이러한 외교적 수사들이 실질적인 대북 압력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가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북 제재의 중요한 고삐를 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2371호보다 더욱 격상된 제제, 즉 대북 유류공급의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수용의 전면 중지와 같은 조치에 쉽게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오히려, 현재까지 나타난 중·러의 반응은 지난 수년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과 관련하여 별반 진보된 것이 없다. 모두 UN 결의안의 위반 사실을 적시하면서 북한의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한·미와 북한의 양비론(兩非論)적 접근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점이다. 사드 문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를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들의 진정한 제재 동참에 의문부호를 남기게 만든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북한 역시 더 격상된 제재까지를 각오한 행보를 이미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유류 100만t의 비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도쿄신문』의 9월 2일자 보도나 2017년의 원산 에어쇼를 취소키로 했다는 NHK의 8월 27일자 보도는 모두 아직은 추측에 불과한 선이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결시킬 때에는 가능성이 있는 전망이다. 즉, 북한은 더 심각한 제재를 불러올 수 있는 조치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주변국들의 공조 틈새를 적극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마 앞으로도 평양은 제재의 고삐가 더 조여들기 이전에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시위하려 노력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제재론을 돌파하여 미·북 직거래의 길을 열기 위해 진력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통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노선임을 보인 바 있다. 이미 ICBM에 장착할 ‘수소탄’이 성공했다고 공언한 마당에 북한의 다음 수는 9월 혹은 10월의 ICBM 발사(기술적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전제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의 행보, 특히 지난 2~3년간 평양이 보인 핵/미사일 관련 행태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이밍’의 선점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평양은 항상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서 예상한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인상을 주려 하여왔다. 2016년부터 북한이 2~3년 내 ICBM 개발을 완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2017년의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이미 이것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공언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능력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의문들을 해소하거나 시위하는 형태의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해 왔다.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신형 엔진시험’이나 ‘화성-14’호와 같은 무기체계를 선보였으며, 북한 미사일의 정밀성을 의심하면 ‘중대발표’를 통해 이미 상당한 정밀성을 확보하여 왔다고 주장(7월 4일 ‘화성-14’호 1차 발사 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북한은 시간과 자원이 무한정 자기편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하여 부심해 왔다.

따라서, 향후 한·미와 국제사회의 대응은 철저하게 이러한 북한의 페이스와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방향에 1차적인 중점을 둠이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레드라인(red-line)’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 어차피 레드라인(red-line)은 천명된 강력한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변국은 물론이고 한·미 차원에서도 확실하게 천명되거나 실행된 공통의 대응조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드라인(red-line)에 대한 평양의 면역력만을 강화시켜주었을 뿐이다. 특정 레드라인(red-line) 설정하고 이 이전에 저지하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우리의 대응자원과 시간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면 일단 역설적으로 북한 일정표대로 움직여보라는 여유도 필요하다. 다만, 북한이 일정한 핵/미사일 능력을 현실화한 이후에도(이는 결코 대비의 차원이지 ‘수용’이 아니다) 제재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되, 북한 위협에 상응하는 한국 자체와 한·미 연합전력의 지속 보강을 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북한 스스로의 일정표에 따라 나아갈 때, 한·미와 주변국 역시 예정된 대응의 수순을 밟아나간다는 자세로 접근할 때 더 이상 시간은 북한만이 조작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게 된다. 오히려,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핵/미사일의 비축량을 늘이는 자원의 소모 속에서 국제적 제재의 지속을 감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북한의 추가적 행동에 맞추어 한·미가 준비해 나갈 수 있는 군사적 대비태세의 종류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군 자체의 군사력 발전 우선순위를 재조정하여 가능한 조기에 확보 가능하며 가장 북한이 아파할 수단부터 확보해 나가는 작업 역시 병행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중·러 등 주변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설득하고 요청하는 데 있어서도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로 된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추가적인 일탈행위를 취하면 기존의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항상 더 큰 고강도의 제재에 매달려왔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레버리지를 불필요하게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재의 격상의 효과는 기존의 제재가 그대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더 큰 압력이 가해짐으로써 나타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현실화된 마당에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추가적인 제재라면 모를까, 2371에 입각한 제재를 제대로 이행해야 할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넘어 제대로 제재가 이루어지는 가 혹은 생각지 못 한 우회로는 없는가를 점검하기 위한 협력체제를 유관국 간에 만들어나가야 한다.6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제재를 위한 양자/다자 협력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다고 해서 이것을 남북한 간의 전면적 교착상태로 연결 지을 필요는 없다.한반도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 될수록 오히려 오해나 정보미흡으로 인한 오판을 방지할 소통 통로는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다만,이를 위해 추가적인 양보를 할 필요는 없다.현 수준에서 한국의 대북협상자원(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효용이 떨어진다면,제재를 통해 북한이 이 협상자원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까지의 인내가 필요하다.이를 참지 못하고 추가 양보를 고려하면 협상자원 저하의 딜레마는 지속됨을 명심해야 한다.이와 함께,스포츠를 비롯한 비정치 분야의 교류·협력 노력(지자체 차원의 협력 포함)은 북한 수용에 관계없이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를 활용하여 ‘대화 및 제재 병행’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강조하는 한편,여전히 제재에 미온적인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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