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결집효과(Rally Effect)와 미국의 대선  

1. 들어가며

결집효과(Rally Effect)는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 미국의 깃발을 따라서 뭉치는 것이 미국 군에게 보내는 지원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알려진다. 그 후에 이것이 보다 정치적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외부의 위협 등으로 인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가의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 결집효과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많은 미국의 경우, 외부적 위기, 특히, 다른 국가와의 전쟁 같은 것이 발생하게 되면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는 현상이 자주 관찰되면서, 대통령 중에 외부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정치적 지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나오곤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9.11 사태 전후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엄청난 폭으로 상승했다던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물리치고 난 이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던지 하는 것은 결집효과의 예이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국내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 부정적인 내부 여론을 돌리기 위해 코소보 참전을 감행했다고 보는 의심도 등장한다. 이러한 결집효과는 과거 사회학에서 발달된 개념을 정치학에서 차용하여 발전시킨 것인데1), 우리는 in-group과 out-group, 즉 내부사회와 외부사회로 우리의 경계를 나누어 문제를 인식한다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부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견으로 나뉘어 갈등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협의 요인이 외부사회로부터 오는 경우에는 내부사회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결집하게 된다는 관찰에 근거한다. 미국의 경우, 국내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보다 대외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에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의 폭이 훨씬 넓다. 그래서, 국내 정치적으로 지지율 하락과 같은 문제를 겪을 경우, 미국 대통령들에게 가장 손쉬운 처방은 대외 문제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서 여론의 관심을 문제가 있는 국내 문제에서 대외 문제로 돌리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10월의 이변 (October surprise) 역시, 11월 선거를 앞두고 미국 대통령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성공할 확률이 높은 대외 문제에서 커다란 뉴스거리를 만들어서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미국의 대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올해 최고의 관심을 끌만한 사안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을 것이다. 2016년 예상하기 어려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후 지난 3년여간 세계는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미국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외교 안보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대다수의 미국 언론들은 올해 초 연일 민주당 후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을 띄우는 데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 상황과 그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만이 주요 뉴스로 나올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본 글의 관심사항이다.  

2. 코로나 창궐 이전 상황의 전개  

지난 3월 3일 소위 수퍼화요일을 앞둔 시점에 미국 내 가장 큰 뉴스는 민주당 후보 경선이었다. 올 11월에 누가 민주당 후보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트럼프에 적대적인 언론 관점에서 보면 이 경선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부티지지 시장의 인기, 샌더스 상원의원의 초반 강세 등은 뉴스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러던 차에, 아이오와 경선에서 중도적 성향의 부티지지 시장이 1위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흥분감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그 이후의 경선에서 무소속의 샌더스 상원의원이 강세를 보이면서 결국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가 되지 않겠는냐 하는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한 위기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CNN 등의 주요 논지는 수퍼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민주당의 다른 중도 후보들이 사퇴하고 바이든 전부통령으로 힘을 몰아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하게 반영된 분석이다. 또, 샌더스 의원이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당선시킬 만한 득표력이 있겠느냐 하는 부분 때문에 민주당 내부의 반발도 있었다. 특히 이들에게 중요하게 각인된 사건은 샌더스 상원의원의 타운홀 미팅 발언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경선 초반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그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에 대해 언급한 것이 미국 민주당 유권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경선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보는 미국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기 자신을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가 카스트로 정권을 변호하는 듯이 이야기하자, 카스트로 정권의 압박을 피해서 미국으로 온 쿠바계 미국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플로리다 주는 매번 미국 선거에서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 투표와 관련한 전망 때문에 미국 민주당 유권자들이 바이든 전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샌더스 의원이 후보가 된다고 하면 쿠바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쉽게 내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선거를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2월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을 4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민주당 유권자들이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흑인유권자들이 바이든 전부통령에게 힘을 몰아주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전부통령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수퍼화요일에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슈가 없던 민주당 경선에 바이든 전부통령의 재기는 강한 활력을 제공하는 호재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3.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의 변화  

3월 3일 슈퍼화요일 이후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상황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외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한 조치를 내놓으며 대책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실업률 저하와 주식시장의 호황, 즉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선거를 이끌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큰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황 초기에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이제 이 문제가 선거를 결정할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의 경제 전망 역시 매우 비관적으로 되고 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것은 현역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경기 하락을 최대한 막아내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또,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본인의 강력한 정책으로 미국민들의 안전을 지켜냈다고 하는 논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치적 경향성은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발견된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판단의 근거가 당파성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내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되어있는 공화당 유권자들은 1/3 정도가 현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유권자들은 2/3 이상이 현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또, 90%에 가까운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20%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성은 2009년 에볼라바이러스 때에도 발견되었는데, 당시 민주당 유권자의 70% 이상이 같은 당인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40% 정도만이 그렇다고 답했었다. 현실이 현실 자체로 인식되기 보다 선거와 맞물려 더욱 정파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미숙한 대처였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리얼클리어폴리틱스 (RealClearPolitics)에서 조사한 내용2)을 보면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는 47.3%인데 반해, 반대는 49.3%로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작은 격차 (-2.0%)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이 격차는 –7.9%였다. 심지어, ABC방송사와 워싱턴포스트가 3/22-3/25에 조사한 내용3)을 보면 49%대 47%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성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결집효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사이의 가상대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사4)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7%로 바이든 전부통령의 49%에 매우 근접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지난 2월 17일 같은 기관 조사에서 나타났던 45% 대 52%, 7%p 격차에서 매우 좁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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