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미․북 교량-조정자 역할해야, 남북물류포럼>

(황재옥 여성통일·외교포럼 대표)

북한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 안에 둔 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 안보리는 8월 5일 2371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에는 중․러의 반대로 북한으로의 원유수출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의 석탄, 철광석, 납, 납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고, 처음으로 수산물을 수출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 노동자의 신규 해외 송출도 금지시켰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에 비례해 제재의 강도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북한은 유엔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자마자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이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면 미국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말폭탄이 현실이 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제재에 굴복하기보다 최소한 저강도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제재의 강도가 강화되면 오히려 3차 ICBM 시험발사나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월 하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훈련기간에 저강도 도발을 하다가 다음달 9일 북한정권 창립기념일을 전후하여 고강도의 군사행동으로 미국을 압박해 들어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반도에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대강’ 대결전선이 형성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조치로 남북군사당국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민간차원의 접촉․교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이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과거 대응방식이 통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6월 무주를 방문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했던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즉, 정치·군사적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남북회담에 나오겠다는 것이 우리의 제의에 대한 북한의 답인 것 같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미국 주도의 유엔제재 결의가 곧 가동되기 시작할 것이다.미국은 중․러의 대북 석유수출을 막지 못한 대신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대북 독자적 제재 강화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특히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감시가 심해질 것 같다. 임기 초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우리의 대북입지가 참으로 좁아졌다. 미․북간 힘겨루기와 기 싸움이 계속되면 될수록 앞으로 우리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결국 북한과 국제사회(현실적으로는 미국)가 ‘주고 되받아 치고 다시 주고 또 다시 되받아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90년대 초부터 핵카드를 들고 미국을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쓰면서 일관되게 요구해온 미․북수교와 펑화협정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북한한테 극단적인 무력도발로는 결코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충고를 해주는 것뿐이다. 동맹국의 자격으로 우리가 미국한테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목격하고 체험해왔듯이,압박과 제재로는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를 종식시키고 남북이 화해협력하면서 통일의 여건을 마련해 나가기 위해서는 동맹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 보다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간 다리(Bridge)역할이나 중간 조정자(Moderator)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월29일 사드 추가배치, 독자적 제재방안 강구 등을 지시하면서도 ‘베를린 구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도 했다. ‘베를린 구상’의 동력을 살려 나가려면 유엔제재 결의를 위배해서는 안 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하는 것처럼 제재의 틈새를 뚫고 나갈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힘은 없지만,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최대 피해자는 우리나라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피해자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물밑접촉부터 시작하는 게 일의 순서다. 

미국에게는 대북 압박과 제재를 당장 멈출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1.5트랙 채널 등을 활용해서 미국이 직접 북한의 태도 변화를 설득하는 노력도 병행하라는 권고를 해야 한다. 북핵․미사일 문제가 바로 우리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외교전략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