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옵션과 가능성 평가, 세종연구소 세종논평>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 검토에 따라 한반도에서는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금년 4월에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이어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북한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정치일정, 북한 내부의 핵개발 목표시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전략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4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4월 위기설은 별탈없이 무사히 지나갔지만 한반도는 다시 ‘8월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트 위터를 통해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 (locked and loaded)”고 경고했다. 미국의 언론 들은 트럼프의 언급을 거론하며 군사·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대북 군사적 대응 시나리 오와 이에 따른 예상 결과를 분석, 한반도에서 어떠한 형태의 군사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이는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 과 분노,’ 그리고 화성-12호 4발로 괌에 대한 포 위사격 위협까지 나오면서 한반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듯 했다. 다행히 트 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13일(현 지 시각) 일제히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김정은도 “일단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북 대치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미국의 대 북 군사행동 옵션은 여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군사적 수단은 항상 가용 목록에 들어 있고, 또 실제로 정책수단으로서 활용되는 옵션이다. 미국은 항상 어느 수준에서 든 실제로 전쟁을 해온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 에 있다’고 말할 때 그 속에는 군사적 옵션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책수 단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는 것과 군사행 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군사행동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가능한 수단과 방법, 효과와 비용에 대한 분명한 검토를 거쳐 미국의 군사자산과 인적 피해를 감수하고자 하는 군통수권자의 정치적 의지가 투영되어야 한다.

미국의 강경 분위기 가운데 미국이 대북 군사 작전을 이행한다면 그 형태는 어떤 것이 될지에 관해서는 추론이 무성하나 현 단계에서 가장 가 능성이 높은 방안은 국지 정밀타격 (surgical strike)이다. 그럴 경우 F-22나 F-35 등 첨단 공 군력을 동원한 국지타격, 혹은 토마호크 순항미 사일을 동원한 핵시설 정밀타격을 예상할 수 있다. 

정밀타격 외에 한·미 합동 특수전 부대가 직접 침투해서 김정은을 암살하거나 체포하는 시나 리오도 가능하겠지만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전면 전으로 확전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이는 아마 도 최종적으로 고려할 수단일 것이다. 

1994년 북 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 을 고려했을 당시에도 가장 유력한 방안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폭격이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 령은 전쟁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고 그의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당시 북폭 방안은 세가지 방향으로 고려되고 있었다. 

첫째, 영변의 재처 리 시설만 공격하는 방안, 둘째, 재처리 시설과 함께 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의 다른 핵시설도 공격하는 방안, 셋째,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북한 의 주요 군사시설을 함께 파괴하는 방안 등이 그 것이다. 

국내의 시각도 대체로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을 개시하면 핵시설에 초점을 맞춘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 한 분석에 의 하면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추진할 때는 ①방공망, ②군 지휘부, ③핵·미사일, ④핵실험장 파괴 등 대략 4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 가들의 분석이다.

어느 경우이든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은 북한의 보복과 확전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가진 장점은 본질적으로 체제 자체가 위험수용적 (risk-acceptant)이라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제한적 공격을 당하더라도 적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비대칭적인 과도한 보복을 가할 수 있음을 의미 한다. 한반도에서 다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사실상 북한이 승리할 가망이 없다는 점은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미국의 추가 개입을 막기 위해 전면적이고 죽기살기식의 대응을 할 가능성 이 크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대북 군사 작전에는 상당한 리스크와 더불어 방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하나의 가 능성으로 존재하는 대북 군사행동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과정이나 시점이 정확히 어떻게 될지 예 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북 군사행동이 임박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두드러진 징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징후들이 나타 나기 시작하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발생을 대비한 한국내 거주 미국 민간인 및 비전투요원들에 대 한 소개작전 (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이 개시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주한미군 포함 미국시민 20~30만명이 소재한 것으 로 추정된다. 한국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보복 공격 위험 때문에 미국은 군사행동 개시 이전에 한반도 주재 자국 민간인들을 먼저 소개할 것이다.

둘째, 한미 연합군의 데프콘 상향 조정이 이 뤄질 것이다. 데프콘(DEFCON)은 디펜스 레디니 스 컨디션(Defense Readiness Condition)의 줄 임말로서, 전투준비태세라고도 한다. 상황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되며, 단계의 숫자가 낮아질수록 전 쟁 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와 1999년 6월 서해 상에서 남북한의 함정이 교전을 벌인 연평해전 때 데프콘3가 발령되었다. 데프콘3가 발령되면 전군에 휴가와 외출이 금지되고, 한미연합사령부 가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셋째, 한반도 주변으로 미국의 전략자산 이동 배치, 특히 최소한 2~3개의 항모전단과 전략핵 잠수함, B-2, F-22 등 첨단 전략무기들이 한반 도 인근으로 전진배치될 것이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후 폴번연 작전 당시 한반도 상공 에는 B-52 폭격기가 F-4, F-5 전투기가 떠 있었고,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에는 중무장하고 연료를 가득 채운 F-111 전폭기가 대기하고 있었 다. 

해상에는 미드웨이 항공모함 소속 기동부대 가 정박해 있었고, 비무장지대 인근에는 중무장 한 미군과 한국군 보병 기갑부대, 포대가 대기하 고 있었다. 만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크 게 강화된 현 시점에서 미국이 대북 군사작전을 추진한다면 그때보다 월등한 화력과 준비가 필요 한 것은 당연하다.

넷째, 일본내 유엔후방사의 전시 전개 준비 상황 돌입이 본격화될 것이다. 유엔사는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하여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고 한반도 지역의 국제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제공하는 임무를 부여 받고 있다. 

또한, 정전협정에 의거 정전협정을 유지 관리 하며, 유사시 주일 유엔사 후방사령부의 기지를 이용하여 유엔사 회원국의 한반도 지역 전개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기틀을 제공하고 있다.

다섯째, 민간의 각종 경제지표가 상황의 불안 정성을 반영하여 요동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조용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 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적 대응 경고에도 불구하 고 핵심 경제지표들은 전쟁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증거로 네 가지 경제지표를 제시했다. 

달러 약세, 중국 위안화 강세, 신흥시장으로 자금 유입 지속, 그리고 가상화 폐인 비트코인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으 로 경고하고 북한이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공 격’을 위협했지만, 이들 4가지 경제지표의 흐름에 는 변화가 없다.

미국은 대북 군사 옵션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정은 참수 작전은 공갈이 아니라 진짜 트럼프의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 NSC는 미국의 3가 지 옵션으로 한국 내 미군 전술핵 재배치, 김정은 정권 지휘부 제거, 비밀작전을 통한 기간시설 파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여부에 대한 힌트는 1994년 북핵 위기에서 추론할 수 있다. 

당시에도 영변지역에 대한 폭격이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과, 자국민 철수가 한국 정부의 도 움 없이는 어렵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한반도 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고려 할 때 결국 한국의 동의 없는 미국의 독자 북폭 은 한미동맹의 파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이 파열 지경에 이른 상태에서, 아무리 수퍼파워 미국이라도 한반도를 전장으로 하는 전쟁 을 치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이 여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인 것은 맞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다만, 최악의 사태 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ICBM을 개발하겠다며 죽기살기 식으로 핵개발을 가속화하면서 불거지고 있는 현재의 긴 장 고조 상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안보적 차원에서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추는 한편, 미국의 대북 군사압력 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수단은 모든 비군사적 수단을 소진한 다 음에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려면 과연 모든 외교적 시도를 다 했는지에 관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 되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가능한 모든 외교·경제적 수단을 소진했는가? 이 질문에 ‘그렇 다’고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북 군사행동 검토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