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중간에는 한국 등 각국이 코로나19 환자 숫자 증가와 통제 어려움 패닉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코로나19를 둘러싼 치열한 ‘여론전’(public opinion warfare)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여론통제 및 사실 은폐 시도 등 이번에 드러난 중국의 국가 거버넌스의 한계를 환기시키며 중국공산당 리더십과 체제를 약화시키려하고, 중국은 이를 결사코 막아 민심이반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론전은 중국 국내 동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2월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그의 발언에 앞서 연사로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중국을 비난하자, 이에 지지 않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 측의 모든 비난은 '거짓말'(谎言)이다"1) 라는 가시 돋친 말로 맞섰다. 중국의 부총리급 인사가 생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유럽 최고위급 안보회의 공개 석상에서 그러한 비외교적 단어를 쓴 것은 외교적 품위 유지보다 지키려고 하는 더 큰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마오쩌둥(毛澤東)은 여론을 ‘전쟁터(阵地)’라고 했는바, 중국은 전쟁을 치를 정도로 치열하게 여론전에 임한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전쟁이란 무력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중국의 야망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분명히 불행한 역병이지만, 국가간 경쟁의 냉엄한 현실에서 볼 때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에게는 ‘호재’다. 관건은 코로나19 사태가 △ 시진핑과 공산당체제에 어느 정도의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인지, △ 미국은 이 사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 중국공산당은 민심이반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미국은 전례 없는 여론전을 전개하며 중국 내부 민심이반을 유도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 연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처음 폭로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사망, 마스크 부족을 비롯한 의료적 대응 체계 미비, 주민 격리 장기화, 중국정부에 대한 불신, 경제 활동 마비로 중국 내 사회 불안정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위계질서 정당성’ (hierarchical legitimacy)전술 △‘영웅 만들기와 희생양 찾기’ 역시 가동되고 있는 바,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중국공산당 체제위협에는 ‘의미’있는 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위계질서적 정당성’ (hierarchical legitimacy)전술은 베이징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책임 넘기기’다. 코로나19의 경우 베이징에 있는 공산당지도부는 ‘우한 지방정부가 초기대응을 잘못하여 사태가 커졌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영웅 만들기와 희생양 찾기’(hero-making and scapegoating)는 의사 리원량의 사망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중국공산당은 리원량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우한 지방정부 관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민심 분노가 베이징이 아닌 지방 정부로 향하게 했다.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은 본인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 대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은 처벌하겠다"고 하였다.

미국의 선제적 영사관 철수로 ‘cueing’(줄세우기) 심리 유도

미국은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우한 주재 미국영사관을 폐쇄해 ‘cueing’(줄세우기) 심리를 유도하였다. 미국 정부는 △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한에서 영사관과 공관원들을 철수시키고, △ 1월 31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서는 미국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줄세우기’(cueing) 심리 전술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위의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같은 행동을 따라하기를 유도한 것이다.

미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한에서 영사관과 공관원들을 철수시키고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황 상태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또한 중국은 일본, 한국 등의 국가가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는 등 도움을 주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이 지금까지 중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여론전에 능한 중국, 미국과 티격태격

사회주의 국가로서 ‘여론전’과 ‘심리전’에 능한 중국 당국은 위와 같이 반박하면서,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공세적으로 나갔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조차 미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의 ‘과잉 대응’이 미국 국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함을 정당화하려 했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 2주 내 중국 방문 외국인의 미국 입국 금지는 공권력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 미국 내 독감으로 미국에서 1천900만 명이 감염되고 8천200명이 사망한 점을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독감으로 사망자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무슨 자격으로 중국을 비난하느냐는 논리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둘 다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의 '레벨링(leveling)' 전술이다. 한국어로‘평평하게 만들기’정도가 될 것이다. 미중 간 논쟁에서 중국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우세를 무효화 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과거에는 중국이 수세에 몰렸었는데, 근년에 들어서는 중국이 오히려 미국 인권백서를 내어 미국의 인권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맞받아치는 것도 대표적인 레벨링(leveling)’ 전술이다.

미국은 중국 중앙정부의 늑장대응과 언론통제로 사태가 악화되었다며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정부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부처, 정치지도자, 언론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처 실패 원인을 언론통제, 대외 정보공개 불투명성, 수직적인 권력구조라는 중국의 제도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어 소위 개도국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주의 발전모델인 ‘차이나 모델’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정권정당성, 경제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미중관계의 프레임에서 분석하자면 미중패권경쟁이 안보, 경제뿐만 아니라 상호간의 정치제도까지 연계하여 글로벌 규범경쟁의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관련 미국의 여론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중국의 언론탄압 및 사실 은폐 의혹을 부각키고 있다. Freedom House의 Sarah Cook은 바이러스에 대한 첫 보도가 우한 지방정부에 의해 은폐되어 언론탄압의 폐해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국내언론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둘째, 미국은 중국의 대외 정보공개 불투명성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CSIS의 Yanzhong Huang은 지방 보건당국이 중앙 보건당국에 대한 ‘상향적 책무성(upward accountability)’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관련된 사실이 최고권력기관에 알려지기 전까지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보 공개 불투명성의 문제도 결국은 중국 ‘시스템’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셋째, 미국은 중국 정치지도부의 무능력함과 제도의 수직성을 지적한다. Time紙는 중국의 중앙권력이 시진핑 주석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관계부처 및 지방이 최고지도자의 지시 없이 대처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넷째,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부 분열이 가능할 지 관심을 갖고 있다. Time紙는 중국이 바이러스로 인해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는 등 내부적으로도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화민족 부흥의 위대한 꿈’이 좌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는 결국 월스트릿저널(WSJ)이 보도한대로 ‘중국의 정치제도가 모든 문제의 근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월스트릿저널은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봐주지 말 것(lean in and not let up)”을 제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아랍의 봄'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역사를 보면 역병은 왕조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이번 사태가 공산당체제에 어느 만큼 위협적인가이다. 중국에서 소위 ‘아랍의 봄’ 기폭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 최근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 쉬장룬(許章潤·56) 법학대학원 교수의 ‘反시진핑 선언’과 중국의 법학자 쉬즈융(許志永·47) `시진핑 사퇴` 공개 요구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침묵했던 중국 지식인들이 드디어 중국의 체제전환을 집단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쉬장룬 교수는 "신종코로나 대응실패는 시민사회와 언론자유 말살 때문" 이라고 사실상 ‘反시진핑’ 선언을 했다. “분노하는 인민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 한국을 위시한 국제 언론에 널리 회자되었다. 쉬즈융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미중 무역전쟁, 홍콩시위, 코로나19 확산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 주석의 정치 이데올로기는 혼란스럽고, 통치 모델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완전한 사회적 안정만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중국을 망쳤다"며 "당신(시 주석)은 악당은 아니지만, 능력 있는 사람 또한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VOA는 “침묵했던 중국 민의에 변화. 인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어 방송을 통해 “중국정부는 자기가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했지 않는가?”라고 하면서 코로나 감염과 확산 사태를 초래한 중국정부를 신랄히 비판했다. 특히, 과거에 중국 바깥 해외에 있는 반체제 중국 인사들을 주로 인터뷰했던 관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VOA는 우한 현지 시민 등을 포함해 중국 현지에서 미국으로 통화가 가능한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중국 인민들의 목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전례 없는 매우 활발한 반중국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VOA는 또한 중국공산당 선전부가 300명의 기자를 우한 지역에 파견하여 중국 정부의 노력을 치하하는 등 공산당지도부에 ‘긍정적인’(正能量) 담론을 유포하려고 한 점도 폭로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민심이반을 경계하며 공산당지도부가 얼마나 이번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는 가를 선전하고 있다. 2월 1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중국이 남들이 경탄할만한 책임감을 보이고 있다” (中国展现出令人钦佩的责任感)고 했다.2) 인민일보는 코로나19와 관련 “외신들과 해외저명인사들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효율적이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일련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인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전 세계와 지역의 공중위생 안전을 지키는 데 적극적인 기여를 한 ‘책임 있는 대국’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3) 고 주장했다.

공산당 선전부 소속이며 국무원신문판공실(国务院新闻办公室)이 운영하는 영자지 China Daily의 중국어판은 "국제 각계: 중국의 역병에 대한 대응에 신뢰를 가득 가짐. 중국의 방안은 믿을 수 있음!" (国际各界:对中国抗击疫情充满信心 中国方案靠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공산당의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光明日報)를 인용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 중국이 '대국의 책임'을 져 "세계가 안심할 수 있는 '정심환'(定心丸)을 보냈고, 전 세계의 공중위생 관리에 공헌했다"고 했다.

선전뿐만이 아닌 확실한 공권력이 중국공산당 독재의 힘

신종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큰 주목을 받았고 그의 죽음이 민심 폭발의 기폭제가 되어 ‘제2 톈안먼 사태’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중국 인민들이 대부분 리원량 박사의 죽음에 대해 극도로 화가 나 있는 것은 확실한 듯 하지만 현재까지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체제 위협’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지식인들을 제외한 중국 많은 이들이 ‘무엇’에 대해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조차 스스로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난 71년간의 깊숙한 사회주의 언론 세뇌환경이 중국인 비판적 정치의식에 끼친 영향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여론전이 중국내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전·세뇌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14억이나 되는 중국 인구를 믿게끔 만드는 완벽한 여론 전술이란 없다.

리원량에 대한 애도가 끝나자 중국당국은 벌써부터 인터넷에서 그의 ‘흔적’을 신속하게 지우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감시하고 반정부 내용은 정화시킨다. 공산당체제의 문제를 지적했던 쉬장룬은 행방불명이고 쉬즈융은 당국에 체포되었다. 우한 참상을 유튜브에 고발한 시민기자 천추스도 비슷하게 ‘실종’ 상태다. 이것은 다른 중국인들에게 주는 경고다. 즉, 21세기 소셜미디어 시대에서도 중국공산당체제와 디지털 독재를 지탱케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의 근원은 중국공산당의 확실한 공권력 장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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