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시진핑 訪韓 시기와 문재인 행정부의 中國 정책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한과 관련, 한국측은 거의 2년 여 동안 정부間, ‘1.5트랙’ (반관반민) 회의에서 필요성을 꾸준히 중국측에 의제화 하였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따른 중국측 답방의 필요성, △ 한국 신정부 출범 후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한이 지연되고 있는 점, △ 사드 갈등 봉합 이후 한중관계의 ‘정상화’, 등의 논리를 들어 중국 지도자의 방한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시진핑 방한의 필요성을 ‘논리화’한 것이다.

중국측은 스스로를 ‘전략형국가’(战略性国家)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국가간 관계에 있어서 전략적 사고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지난 2년의 기간 동안 시진핑 방한 초청을 수차례 했어도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시진핑의 방한이 중국측이 판단하는 외교 우선순위나 필요성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시진핑 방한 이슈는 문재인 행정부가 거듭 반복해서 공개적 언급을 하여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2월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때 한국측은 다시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간 통화 내용엔 한국측이 보도한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 예정대로 추진” 부분이 없다. 정상간 통화에 한국측이 중시하는 내용이 중국측 기록에 없다는 것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진핑의 방한에 관련해서는 앞서 2월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양자회담을 한 뒤, “양국이 이전에 합의한 대로 상반기 중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중국 외교부 기록을 보면 왕이 국무위원은 ‘상반기’란 말을 쓰지 않았다. 그가 쓴 말은 ‘금년’ (今年)이란 단어였다. 더욱이 그는 한중 ‘정상회담’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더욱 폭넓은 ‘고위층 접촉’(高层交往)이란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였다.

정상간의 회담도 결국 각 국가의 ‘필요’에 의한 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문재인 행정부는 한국 유권자들에게 중국에 대해 과공(過恭)으로 비쳐질 정도로 시진핑 방한 ‘필요’를 절실함으로 드러냈고, 중국측은 한국측의 초청을 유교적 예(禮)로 응하기 보다는 ‘고려하겠다’(考虑)는 표현을 쓰며 오히려 전략적 여유를 보이며 시간을 끌고 있다. 한중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원래 ‘2019년 하반기’로 논의 되던 것이, ‘2020년 상반기’로, 그리고 그것이 다시 ‘금년’ 어느 시점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방한이 이루어질 경우, 중국측은 ‘시진핑 방한 그 자체’가 한국에 대해 충분한 외교적 선물이 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한국이 그만큼 원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오해는 한국측이 초래한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이 한국에 요구할 정상회담 ‘선물’은 경제영역 뿐만 아니라 미중갈등 심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장 표명에 관한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의 임기가 3년반 시점이 되면 한국과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를 주저하는 소극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한국에서 4년차 이후 본격적 선거철에 들어가면서 한국 현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때쯤 미리 ‘정리 정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특히 대북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보수간 변화가 있을 경우 한국의 대북 정책이 ‘180도’ 반대로 바뀌는 것을 중국이 학습한 바,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만약 한국이 시진핑의 방한을 소망하는 이유가 대북 정책에 있어 ‘중국역할론’을 견인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중국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연기되고 있지만, 올 해 안에는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전략적 점검을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