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연구, '아세안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 평가와 시사점'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

200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한 중국이 미국과 G2로 어깨를 견주기 시작하면서 미중 대결의 빈도는 잦고 강도는 세졌다. 2012년 ‘중국몽(中國夢)’을 발표하고 2014년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미국의 경제규모를 넘어선 중국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당장(党章)에 新실크로드 건설로 중국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명시하고 세계 일류 국가의 포부를 밝혔다. 이에 미국이 2017년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발표하고 중국의 패권주의적 부상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미중 패권경쟁의 막이 올랐다.​

본고는 미국은 중국을 패권야망을 지닌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압도적 지위를 지닌 패권국은 국제체제의 현상유지를 원하지만, 그 외의 강대국들은 세력균형 상태를 바꾸는 위험과 대가가 작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패권국이고, 중국은 30여 년을 기다렸다가 분발유위(奮發有爲)하는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전장(戰場)이 아세안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아세안으로 지역을 좁혀서 미중 패권경쟁의 양상을 분석 했다. 중국은 아세안 10개국 모두와 수 십~수백 억 달러에 달하는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프라 뿐만 아니라 인적교류, 문화적 연계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기금 격으로 출범시킨 AIIB는 자본금이 967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국임에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중국에 대한 불신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아세안은 중국에게서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략적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국만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對아세안 관여가 일관되고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고, 핵심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발표한 지 2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내용과 사업이 부족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성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기존에 미국이 아세안에서 수행하던 것들을 종합한 것이고, 해외 민간투자 지원기관인 OPIC에서 대출 및 자본투자 기능을 가져와서 별도로 설립하는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예산 600억 달러를 제외하면, 프로젝트 총 집행 금액은 20억 달러도 안 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對아세안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아세안의 안보를 보장하거나 구체적인 개발자금과 사업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전적으로 호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전략에 아세안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편들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역내 핵심 과제인 남중국해 분쟁, 지역 경제간 연결성과 같이 실질적인 문제의 해법을 함께 강구하는 파트너십을 보일 때 아세안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대국 사이에서 헤징전략을 통해 안보와 번영을 쌓아온 아세안에게 있어 미국이 공세적인 대중정책을 취하기보다는 자유와 번영, 투명성과 법치의 긍정적인 정책프레임을 강조하는 것이 환영받을 것이다.

​미국은 동 전략을 미국이 주도하기는 하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책임을 함께 지도록 촉구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1차적인 힘의 경쟁은 미・중간의 경쟁이지만, 2차적인 힘의 경쟁은 미・중 양국이 형성하고 있는 세력 간의 경쟁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아세안보다 미중 갈등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은 아세안과 함께 미, 중의 새로운 대외정책 앞에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아세안과 함께 강대국의 일방적 행보에 휘둘리지 않는 다자주의 원칙을 보다 충실히 세우고 지키는 앵커 국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 아세안이 보유한 다양한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고 신남방정책을 계기로 아세안과의 협의체를 보다 할성화시켜 아세안과 역내 발전에 주도적으로 나설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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