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차이잉원 총통 재선 이후 양안관계 향방', 정재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나온 차이잉원(察英文)총통이 1996년 대만총통 직선제 선거 이래 최다득표(817만 231표, 57.13%) 당선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재선에 성공하였다.

이번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선거에서도 전체 113석 중 과반인 61석을 차지하면서 차이잉원 총통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배경에 대해‘항중보대(抗中保台:중국에 대항하고 대만을 보호한다)'선거전략을 최대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기간 내내 '항중보대'를 외치며 지속되는 중국의 강한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중국식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개의 체제) 통일방안에 거부감을 가진 대만 민심을 하나로 묶은 것이 재선 성공에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지난해 3월부터 홍콩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며 촉발된 대규모 시위사태와 미중관계 악화 등이 함께 맞물리면서 차이잉원 총통 재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시위 발생 이후 캐리람(林鄭月娥)행정장관이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내부적 혼란과 경제위기 등이 발생하면서 대만 민중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회의론과 경각심이 크게 확산되었다.

당시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 시위사태를 통해 일국양제 통일방안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면서 반중 노선 지지를 호소하면서 2018년 11월 지방선거 참패로 국내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한 차이잉원 총통이 다시금 재선에 성공하게 된 직접적인 발판이 마련되었다. 아울러 미중관계 악화에 따른 무역전쟁도 대만총통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던 상당수 대만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관세 회피를 위해 베트남, 미얀마 등지로 이전하거나 대만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중국에 진출했던 상당수 대만기업들이 돌아오면서 약 3%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보이자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높아졌다.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양안관계에 상당한 격랑이 예상된다. 사실상 대만독립을 꿈꾸는 차이잉원 총통이 반중 정서를 기반으로 대만 독립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중국 역시 일국양제를 고수하며 강하게 맞대응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 졌다. 차이잉원 총통 재선 이후 14일 영국 BBC와 첫 인터뷰에서 "대만은 이미 독립 국가이기 때문에 별도의 독립선언이 필요없다"고 언급한 이후 중국정부는 대만의 무모한 도전은 철저한 실패만 초래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였다.

16일 마샤오광(馬曉光)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불가분의 일부이며 이제껏 국가이었던 적이 없었으며 이와 같은 강철 같은 사실에 무모한 도전을 한다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다(妄圖挑戰這鐵一般的事實,只能碰得頭破血流)"면서 자신을 과신하고 정세를 오판하고 대만에 긴장과 혼란을 일으키고 위험에 빠뜨리지(不要自我膨脹、誤判形勢,進一步造成台海緊張動蕩,把台灣帶向危險的境地)말라고 강한 경고와 함께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겠다는 결의는 반석같으며 영토의 한 조각이라도 분열시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中國維護國家主權和領土完整的決心堅如磐石,絕不允許任何人、任何組織、任何政黨、在任何時候、以任何形式、把任何一塊中國領土從中國分割出去)"고 중국 정부의 일관되고 강경한 대만정책 입장을 다시금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지난 19차 당 대회 이후 줄곧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견지하자(不忘初心, 牢記使命)"를 강조하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실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이라는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대전략′을 강조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늦어도 2049년까지 대만과의 통일을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국가 분열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 조직, 정당, 시기 등을 불문하고 중국의 영토를 조금이라도 분열시키는 행위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조국의 완전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필연적이자 역사적 요구”로 중국의 꿈(中國夢)달성 시점으로 제시한 2049년까지 대만과의 통일을 완전히 실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하였다.

이미 시진핑 지도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一個中國)과 92공식(九二共識: 1992년 양안 모두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하면서 중화 민족적 대의와 역사적 조류 앞에서 어떠한 분열행위와 꼼수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강조하며 대만과의 통일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2049년까지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하여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을 무력화 시키고 새로운 중국의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는 강한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떄문이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 스스로 중국의 핵심이익(核心利益: core interests)인 대만문제에 있어 절대 타협 여지가 없다고 누차 강조한 만큼 대만문제를 놓고 독립을 허용할 경우 일국양제와 통치 정당성 등이 일거에 무너질 수 밖에 없어 일국양제 방안을 놓고 대만과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가장 강력한 1인 권력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 대만과의 통일은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역사적 소명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본격화에 따른 대만, 일본, 인도, 호주관계 공고화, INF(중거리핵전력조약)탈퇴와 역내 미사일 방어망(MD)구축, 미국의 대만 여행법과 국방수권법 통과, 대만첨단무기판매 등을 심각한 안보위협이자 핵심이익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중국은 강대국 지위와 핵심이익 존중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신안보관(亞洲新安全觀: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 스스로 지킨다)제시, 인류문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건설,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을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만문제 개입을 적극 차단하는 강온전략을 펼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한 대만 문제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제1해상 도련선내로 미군의 군사력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A2/AD(Anti Access Area Denial: 반접근지역거부)전략을 토대로 로켓군과 해/공군력 위주로 전력을 재배치 중에 있다.

이처럼 시진핑 지도부는 두 개의 백년이 완성되는 2049년까지 역내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힌 이상 중국식 일국양제 방안을 놓고 대만과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거나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역시 주변국들과의 균형적이고 조화로운 발전을 적극 모색하고 중장기적인 대외전략 구축차원에서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축 등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역내 협력 방안 창출을 위한 노력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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