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통일·대북정책과 여론, 통일연구원>

(이상신 통일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지난 5월 9일 대선이후 신정부가 출범한 지 세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국민과의 참여와 소통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통일·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통일국민협약”과 통일교육 강화를 공약하는 등 이전 정부에 비해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한 국민공감대 형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 및 통일 문제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통일연구원에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한 달 후인 2017년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대면면접조사(face-to-face survey)를 실시했다. 이 조사의 전체 응답자는 1,002명이며, 무작위추출을 가정하였을 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였다. 이 조사에는 통일 및 북한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다양한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조사에서 현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살필 수 있는 문항들을 골라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대북정책 선호의 특징을 먼저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대선에서 투표한 후보를 기준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즉, 문재인 지지자나 홍준표, 안철수 지지자들의 대북정책 선호도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북한 문제가 후보자 결정과정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2) 안보 및 북한 압박, 제재와 관련된 대북정책들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경제협력, 인도적 지원 정책들에 대한 선호도 보다 높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남북한 시장 통합, 남북기본협정 체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의 일정한 성과가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보인다.

(3)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선호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훨씬 많은 응답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4) 또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대북정책 공약인 남북기본협정 및 통일국민협약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결과들을 다시 요약해보자.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 관계가 협력적 관계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위의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 것이다.

안보에 대한 높은 관심, 경제협력에 대한 상대적 회의감

다음 의 그래프에서는 이번 조사에 포함된 15개 대북정책에 대한 대선 지지 후보별 태도를 비교하고 있다1). 이 15개 대북정책들은 11점 척도(0=전혀 동의하지 않음; 5 = 보통; 10=매우 동의)로 측정되었으며, 에는 각 대북정책에 대한 선호도의 평균값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선호도의 점수가 높을수록 국민들이 해당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11점 척도의 중위값인 5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해당 정책에 대한 반대보다는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낮으면 반대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사된 15개 대북정책의 선호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북한 경제제재 지속2)”, “통일보다 평화공존 추구”, “평화협정 체결”, “핵동결 한다면 교류협력 재개”, “북 인권 문제 계속 제기”, “사드 배치 찬성”, “대북 심리전 적극 활용” 등 주로 대북압박 혹은 안보와 관련된 문항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북한과의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과 관계된 항목들, 즉 “조건 없는 식량원조”, “인도적 지원 계속”, “탈북민 지원 강화”, “개성공단 재개”, “남북관계 협력 추구”, “개성공단 폐쇄 찬성”, “금강산 관광 재개”는 상대적으로 안보 관련 문항들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예외적으로 “스포츠 문화 교류 확대”가 예외적으로 북한과의 교류협력 문항 중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이는 스포츠 혹은 문화 교류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15개 대북정책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북한 경제제재 지속”이었다. 응답자 전체의 선호도 평균값은 6.8이었으며, 문재인 지지자들의 경우는 6.7, 홍준표 지지자들은 7.0, 안철수 지지자들은 6.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에 큰 상관없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확실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이 문항에 4점 이하의 점수를 매긴 응답자들, 즉 대북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응답자들의 비율은 전체의 8.4%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북한의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전체 국민의 일치된 합의(consensus)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가장 선호도가 낮은 정책은 “조건 없는 식량원조”였다. 전체 응답자 중, 60.4%가 이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3)를 보였다. 이 문항에서는 문재인 지지자와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태도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선호도 평균은 4.1, 홍준표 지지자들의 경우는 3.5였는데, 이는 99% 신뢰수준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조건 없는 식량원조에 대해서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을 더 긍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차이가 불필요하게 과장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57% 또한 조건 없는 식량원조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25.3%만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문재인 지지자들의 경우에도 그 압도적인 다수가 조건 없는 식량원조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을 명시한 바 있다4). 그런데 대선 지지후보별로 가장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인 정책이 바로 개성공단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두 가지 문항이 포함되었다. 첫 번째는 “개성공단 폐쇄 찬성”이며, 두 번째 문항은 “개성공단 재개”이다. 폐쇄 찬성 문항이 이전 정부의 과거 결정에 대한 태도를 묻는 것이라면, 재개 문항은 앞으로 개성공단 재개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다. 두 문항의 통계적 상관관계 등을 분석해보면, 두 문항이 같은 내용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 응답자가 이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해도, 그 사람이 미래에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성공단 폐쇄 및 재개의 전체 선호도 평균은 모두 5.2였다. 즉, 전체적으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공감하면서도, 앞으로는 다시 개성공단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살짝 많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지지자들은 개성공단 폐쇄한 이전 정권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4.9),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타 후보 지지자들에 비해 높았다(5.6). 가장 보수적인 홍준표 지지자들의 경우는 폐쇄 결정에 상당히 찬성하면서도(5.8), 앞으로 다시 재개되는 것 또한 반대하고 있었다(4.6). 두 후보 지지자들의 선호도 차이를 비교해보면, 다른 대북정책에 비해 개성공단 관련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된 정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국민 여론에 상당히 큰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높은 지지

지난 7월 6일 베를린에서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구상과 지난 대선의 공약을 종합해보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남북한 시장통합, 남북한기본협정 체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한 경제 교류 및 협력의 재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실험 등으로 인해 이러한 남북 대화의 재개 노력은 벽에 부딪힌 상태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종합해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일정한 돌파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교류 협력 정책은 남한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도 한계를 겪을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63.7%의 응답자들은 김·노 정부의 대북정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매우 선호 24.2%; 약간 선호 39.5%).

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남북기본협정 체결과 통일국민협약에 대한 태도도 압도적이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남북기본협정 체결에 대한 찬반을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74.2%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며(매우 찬성 12.9%; 어느 정도 찬성 61.3%), 통일국민협약에 대한 찬성의견도 74.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매우 찬성 12.5%; 어느 정도 찬성 61.9%).

이상을 종합해보면, 북한과의 교류협력 정책에 대한 상대적으로 회의적 태도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 힘들어진 상황이라는 현실주의적 판단과 안보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교류협력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가 압박 및 안보 정책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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