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미국 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모습(사진=RFA)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미국과 북한 간 초기 신뢰구축을 위해 상호 간 모든 적대행위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 등 창의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연철 장관은 20일 미국 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해 70여년 간 적대 관계였던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전환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해를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미북 간 초기 신뢰구축을 위해 정전체제의 항구적 평화체제 전환, 미북 간 모든 적대행위 중단, 대북제재 완화 등의 창의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어느 단계에서, 어떤 범위로 할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보다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며,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추어 있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10월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햇다.

이어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화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북미 양 정상 간의 두터운 신뢰와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미국도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 북한에게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게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된 창의적인 방법이 어떤 것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이른바 ‘스냅백’(Snap back) 방식을 거론했다.

스냅백 방식은 대북제재를 완화했다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를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을 말한다.

김연철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실무협상을 통해 이런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연내에 미북 간 실무협상이 한두 차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 내 이산가족을 비롯해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금강산 한국측 시설 철거 요구와 관련해서는 "남북이 마주 앉아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지난 7일 북한으로 추방한 북한 주민 2명에 대해서는 자신들은 귀순의사가 있다고 하지만 범행 이후 도피 목적으로 한국에 온 것으로 보고 추방시켰다고 말했다.

<김연철 장관 기조연설 전문>

1. 인사말씀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통일부장관 김연철입니다.

한반도국제평화포럼 미국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세종연구소 백종천 이사장님과

미국평화연구소 조셉 윤 대사님,

이 자리를 함께 축하해 주신

모든 귀빈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느 때보다 한미 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미국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분들께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직접 설명 드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갖고 계신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이번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 가고 있는 평화의 앞길을 밝혀줄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합니다.

2. 남북미 삼각관계가 지닌 함의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추어 있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10월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화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북미 양 정상 간의 두터운 신뢰와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미국에게, 북한에게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게 소중한 기회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기회를

반드시 살려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해법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관계의 변화’가

곧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관련된 행위자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남북미 세 행위자 간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남북·북미·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가

보조를 맞춰 선순환 할 때,

한반도 문제에서도 진전이 이뤄져왔습니다.

지난해의 경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남북대화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와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이 다시 추진력을 얻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 삼각관계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9월 한미 양국 정상은

유엔총회에 앞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전환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남북미 삼각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남북·북미·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 각각의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 남북관계의 전환

첫 번째로, 남북관계에서

보다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1953년 정전 이후, 남북관계는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왔습니다.

지난해, 유례없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더디어지자

다시 소강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여전히 남북 간에는 가야할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분단의 가장 큰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 시급합니다.

한국 정부에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13만3천여 분 중에

60%에 해당하는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생존해 계신 5만3천여 분의 평균 연령도

81세에 이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고향 땅 근처라도 가봤으면 한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야 하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내 이산가족 문제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작고하신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남과 북은 이미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설 면회소 개소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외에도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입니다.

나아가 남북관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미 공통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남북관계가 선행하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끄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하고 이행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비핵화 대화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게야말로

미래와 운명이 달려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관계의 발전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대외 여건들로 인해

남북관계의 공간이 많이 축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해야 하는 역할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남북관계를 묶어놓고는

북미관계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우선,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부터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북한은 금강산을 국제관광지대로 만들기 위해

노후시설을 철거해 갈 것을

한국 정부와 사업자들에게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철거는 합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며

남측 주민들이 금강산에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1998년 첫 출항 이래 10년 동안

193만여 명의 한국 국민들이 방문했을 만큼,

금강산은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자

남북 주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현장이었습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들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금강산관광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남북이 마주앉으면

양측 모두 만족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금강산관광의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 교류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변화된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나아가 협력의 범위를 보다 넓혀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이 합의한 대로

동해안 일대에 남북 공동의 관광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무대로

남과 북, 국제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안정적인 비핵화를 추동하는 안전보장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북한이 호응만 해온다면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하면서도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추동하기 위해

남북관계가 해야 하는 독자적 역할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간에 지속가능한 협력의 공간들을

적극 발굴하고 넓혀 나갈 것입니다.

안으로부터의 평화가 밖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현실로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4. 북미관계의 전환

두 번째로,

북미관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국과 북한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 북미간 적대관계 종식을

맞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 단계의 과제는

서로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을

어떤 순서로 해 나갈 것인지에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미 양국의 신뢰 수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양국은 70년이 넘는 적대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단번에 불신의 바다를 건너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미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차근차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가능한 조기에 후속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이와 함께, 양측간 초기 신뢰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쟁불용’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의미합니다.

소극적 평화인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날 수 없는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상호 간 안전보장’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안보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상호 간에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유예 결정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긍정적 여건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북미 간 상호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구체적인 실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번영’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의미합니다.

평화가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더욱 공고한 평화 구축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비핵화를 촉진하고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 완화가 어느 단계에서

어느 범위로 이뤄져야 하는지가

여전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습니다.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도 가능합니다.

남북관계도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지 않으면서

북한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는 대안들을

남북 간 협력 공간의 확대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과거 패턴에 기반한 의구심으로

소중한 기회를 놓치기 보다는,

지금의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은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북미 간의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야 할 때입니다.

5. 한미협력의 과제

셋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과

양국의 국익 증대에 기여하는

한미 협력이 되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은 지난 66년간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미 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 점에 있어 한미 양국의 국익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북미 간의 싱가포르 합의 네 개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앞길을 밝히는 이정표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이 네 개의 과제에서 각각의 진전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남북 간에는 지속가능한 협력의 공간을 찾고,

북미 간에는 차근차근 신뢰를 쌓으면서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고착화된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통의 목표가 있고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 온 경험과 지혜가 있습니다.

한미동맹의 역사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서로의 역할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조율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전문가 분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께서도

한미 양국의 쉼 없는 노력에

지혜와 마음을 더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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