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중앙) 훈련 모습(왼쪽은 한국 해군 구축함인 양만춘함과 세종대왕함, 오른쪽은 미 해군 구축함 웨인메이어함과 마이클머피함(사진=미 해군)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부가 인도-태평양 역내 전략을 담은 보고서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전직 고위관리들은 동맹들의 기여에 따라 동맹 서열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무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미국의 역내 목표는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국가들 사이에 어느 편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그러나 “모든 국가의 주권 존중, 항행과 비행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준수 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흔들리는 시기에 핵심적인 원칙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역내 안보가 직면한 위협으로 중국의 인권 유린과 사이버 공격, 남중국해 군사거점화 등을 열거하고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대표적 협력 국가로 호주, 일본에 이어 한국을 꼽았다.

지난 6월 국방부가 공개한 인도-태평양 보고서도 중국을 핵심 위협으로 꼽으면서, “중국이 단기 목표로는 역내, 궁극적으로는 세계 패권을 위해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경제 정책을 통해 타국의 주권에 대한 간섭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장관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을 예고하면서, “이 지역이 미국이 우선시하는 전구(theater)라는 점을 강조하고 동맹국들과 역내 중국의 위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중국과 경제적으로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맹국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역내 국가들에게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해 반대에 직면하는 것을 의식해 항행의 자유 같은 공통의 원칙에 바탕을 둔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역에서는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 국방백서 작성에 깊이 관여한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는 지난 5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재부상한 초강대국 중국, 러시아의 도전을 언급하며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단일전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이 두 개 전선 이상에 개입해 온 전략을 폐기하고, 전력 현대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중국, 러시아 뿐 아니라 테러 등의 2차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 문제 역시 이같은 전략 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미국은 역내 집단 안보에 대한 동맹의 기여가 확대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역내 전략의 기여도에 따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선호나 우선 순위가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일본이 한국 보다 미국의 반 중국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을 걱정하는 워싱턴의 정책입안자들의 관점에서는 한국 보다 일본이 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설명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단순히 기여도에 따라 역내 국가들의 가치를 매기는 셈법은 오히려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접근법이”라며, “중국의 입김에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지정학적 고려도 함께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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