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인가?, 통일연구원>

(홍제환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

지난 7월 21일 한국은행은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1) 일반적인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3.9%였다. 한은이 추정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1% 내외에 머물러 왔고, 2015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 기도 했다. 

게다가 2016년에는 대북제재도 한층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1999년의 6.1%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북한 경제

북한 경제성장률의 상승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은행에서도 밝혔듯이, 기저효과(base effect) 덕분이라는 점이다. 2016년 에 기상여건이 호전되어 농업생산이 증가했고, 발전량이 늘어 산업생산도 호조 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2015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 2016년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데에 일조한 것이다. 

실제 2015-2016년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저효과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해 보인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예년과 비교해 볼 때, 회복이 빨랐고 반등폭도 컸기 때문이다.(<그림1> 참조) 그렇다면 북한 경제가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될 수 있게 만든 요인들은 무엇일까.

우선 시장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에서 시장은 주민의 생계유지뿐 아니라 국영기업의 생산 과정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시장화가 눈에 띄게 진전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여 년간 진전되어 온 시장화에 따른 자원배분의 효율성 향상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데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외무역 역시 북한 경제의 빠른 회복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 공사(KOTRA)에서 발표한 2016년 북한의 대외무역(남북교역 제외) 규모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65억 6,000만 달러이며, 수출은 4.6% 증가한 28억 2,000만 달러이다. 

제재 조치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민생용 예외 조항을 이용한 대중 석탄 수출 호조로 인해 증가세를 보인 수출 역시 경제의 빠른 회복과 반등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북한의 생산 정상화 움직임이다. <그림2>는 북한의 용도별 대중국 수입 비중의 추이를 나타낸 것인데, 2010년대 들어와 산업용 자재 및 자본재의 수입 비중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2010년대 수입 규모가 급증한 만큼, 금액으로 보면 산업용 자재 및 자본재의 수입 증가는 더 두드러진다. 산업용 자재 중 상당 부분은 의류 임가공 수출과 관련된 원부자재일 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산업용 자재 및 자본재의 수입 증가는 북한이 강조하는 생산 정상화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지난 몇 년 간 북한 내 자체 조달이 어려운 기계류 및 생산 자재를 수입하면서 생산 정상화를 꾀해온 것 역시 북한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의 단기 성장 전망은 밝지 않아

그렇다면 북한의 성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겠는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정황은 북한 경제의 단기 성장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우선 북한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림3>은 북한의 분기별 대중무역 추이를 제시한 것인데, 올들어 수출액 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수출액은 3억 6,122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4.0%나 감소했으며, 분기별 수출액으로는 2010년 2분기 이후 7년 만의 최저치이다. 

수출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석탄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민생용 예외 규정을 두었던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와 달리, 2321호에서는 석탄 수출 상한을 설정했고, 그로 인해 2월 하순 이후 대중국 석탄 수출이 잠정 중단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3>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1~2억 달러 수준이던 분기별 대중 무역적자가 2분기에는 5억 7,360만 달러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는 분기별 적자로는 2008년 4분기 5억 7,800만 달러 다음으로 가장 큰 금액으로,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북한 당국이 산업용 자재, 자본재 등의 수입을 늘려,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결과이다. 생산 정상화를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듯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를 지속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이 안정되어 있는 등, 아직 북한의 달러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경제 여건으로 보아 2분기와 같은 수준의 무역적자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 된다. 

대북제재로 인해 수출 증대 여력도 크지 않고, 그 외의 달러 유입 경로도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머지않아 수입, 특히 산업용 자재 및 자본재의 수입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국영기업의 생산 활동 및 생산 정상화 시도에 차질을 불러올 것이다.

북한 경제의 단기 성장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은 가뭄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7월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심각한 가뭄에 직면해 있으며, 주민들이 춘궁기를 버티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 45만 톤에서 올해에는 31만 톤으로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영향인지 데일리NK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5,000원 이하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던 쌀 가격이 6월 들어 상승, 6월 하순에는 6,000원에 육박하였다. 가뭄은 가을 추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특히 가뭄이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에서 심각했던 터라 그 여파가 클 가능성도 있다.

가뭄은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북한 전력생산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전체 전력 생산의 절반가량을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전력난이 가뭄으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이는 생산시설 가동 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생산 저하로 이어 질 가능성이 있다. 2015년의 마이너스 성장도 극심한 가뭄에 따른 전력생산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다.

북한 경제의 불안 요인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

북한 경제의 불안 요인은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대북제재 법안이 미국 상하원을 통과했으며, 조만간 새로운 UN 안보리 결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제재의 강도 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매우 강력한 제재 방안이 도입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가 강력한 형태로 도입된다든지, 현재 4억 달러 수준인 북한 의 석탄 수출 상한이 축소된다든지 하는 식의 조치가 취해지고, 이러한 제재의 효과가 누적 된다면, 북한 경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북한 경제의 성장세 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