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사진=VOA)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 처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북한에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과 마린트래픽 등을 확인한 결과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애니(Eny)’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화물선으로, 2015년 당시 한국의 산업은행(KDB) 캐피탈과 명산해운이 소유하던 선박으로 나타났다고 VOA가 보도했다.

또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도 이 선박이 한국 선박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당시에는 또 다른 한국업체인 J쉬핑이 소유주로 표기됐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인 산업은행 캐피탈과 해운 업체인 명산해운이 공동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실질적인 운영을 명산해운이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J쉬핑은 선원 운영이나 기술부문 지원 등을 하는 회사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국 선박이었던 애니호가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북한으로 넘어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 등에 따르면 2015년 초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애니호는 소유주가 바뀐 직후 곧바로 캄보디아 깃발을 달아 언뜻 보면 캄보디아 회사에 팔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북한 회사로 곧바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니호가 매각된 직후 바꾼 이름은 ‘송이(Song I)’ 였는데, ‘송이’라는 이름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소유했던 평양 소재 북한 회사 ‘송이 무역회사’와 이름이 동일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 선박들은 일반적으로 평양에 있는 선박의 운영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있으며, 송이호는 2015년 8월, 선박의 이름을 지금의 와이즈 어네스트 호로 변경하면서 선적을 시에라리온으로 바꿨다. 이어 탄자니아로 선적을 한 차례 더 변경한 뒤 2016년 11월 북한 깃발을 달게 됐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선적을 자주 바꾼 2016년은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등 편의치적, 즉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던 선박의 자국 등록을 허용하던 나라들이 북한 선박들의 등록을 취소하던 시기와 일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북한 깃발을 달게 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18년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유엔이 금지한 북한 석탄을 실은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등장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돼 강제 매각 처리됐다.

한 때 한국 깃발을 달거나 한국 해운업체가 소유한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사례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유조선 백마 호는 2016년까지 파나마 선적의 ‘로얄 미라클’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는데, 실제 소유와 운영은 2011년부터 한국 업체가 맡았던 것으로 나드려났다.

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신쉬핑이라는 한국 업체가 운영했던 ‘한국호’는 현재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금빛 1호’가 돼 있다.

또 신성하이 혹은 탤런트 에이스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석탄을 밀반입했다가 억류된 선박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진 한국의 ‘동친해운’이 소유했던 ‘동친 상하이’였다.

이처럼 보천호와 동산 2호 등 북한 선박 여러 척이 최근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지만, 이후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초 한국에서 북한으로 매각됐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닐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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