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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원인과 북한의 전략,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10.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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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원인과 북한의 전략>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난 5일 판문점 북미정상 회동 99일여 만에 재개된 첫 북미 실무협상이 후속 일정을 잡지 못한 채 결렬됐다. 북한의 김명길 협상대표는 실무협상 직후 15분 만에 성명을 통해 ‘결렬’을 알리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매우 불쾌”하다는 표현을 썼다. 반면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을 소개하는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스웨덴 정부가 제시한 2주 후 협상 일정을 미국은 수락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결렬’이란 강수를 두고 대화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을 보면,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큰 시각차 이상의 ‘실망’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실망을 느낀 것일까. 김명길 대표의 성명,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미국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에서 오고 갔을 내용의 윤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퍼즐을 푸는 핵심은 북한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미국의 ‘창의적 제안’에 있다. 북한의 성명과 담화는 이 ‘창의적 제안’에 대한 반응이자 자신들이 견지하고 있는 협상전략을 보여준다. 이 글은 북미 사이에 드러난 ‘차이’, 오고간 제안 내용, 북한의 협상전략을 짚어본다.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반발 북한은 김명길 대표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독 ‘안전보장’을 ‘거칠게’ 힘주어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 “우리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의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치” 등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협상 전보다 한층 거칠고 분명한 강조다. 북한 ‘계산법’의 핵심이 비핵화 대 안전보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협상 직후 ‘안전보장’에 대한 거친 강조를 해야만 했을까.

김 대표 성명 중 다음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선 비핵화 조치를 하면 생존권·발전권을 보장할 상응조치를 약속하겠다고 제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유독 거칠게 ‘안전보장’을 힘주어 강조한 것은 이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반발이다.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직접적 ‘안전보장’ 보다는 번영이나 발전과 같은 경제지원 ‘약속’ 아이템에 방점이 찍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존 볼턴식 ‘선 비핵화’와 기존의 경제적 번영과 밝은 미래를 선사하겠다는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이 ‘창의적’이란 표현을 쓴 것은 경제적 번영과 밝은 미래와 관련된 구체적 아이템(계획)을 가져갔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를 “새로운 계획”이라고 했다. ‘당장 주고받을구체적 조치’보다는 향후 실현할 ‘청사진’ 또는 ‘약속’의 개념이 강할 수 있다. 반면 비핵화에 대해서는 초기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핵·미사일(ICBM·IRBM) 시설 및 생산의 동결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노이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집”하는 “낡은 각본”을 들고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막연한 주장”을 한다며 비난했다. 만약 ‘안전보장’이 생략된 제안이었다면, 북한이 보기에는 아무런 안전상의 담보가 없는 막연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대 안전보장’이라는 교환구도, 기본 셈법 자체를 무시하고 있고 ‘선 비핵화’란 구태의연한 태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미국이 긴 시간 ‘창의적 아이디어’를 설명했음에도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빈손’이란 소리를 들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하는 셈법의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상부에 보고를 하고 ‘결렬’이라는 강수를 두며 ‘선 비핵화’ 조치는 있을 수 없고, ‘안전보장(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자신들이 원하는 ‘셈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 날 나온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거칠게 반응했다. ‘역스럽다’는 표현은 역겹다는 뜻으로, 역정이 나거나 속에 거슬리게 싫다는 강한 부정 표현이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안전보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상응조치와는 거리가 먼 ‘계획’(약속)아이템임을 추측케 한다. 이런 개연성은 성명과 담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출발선의 신뢰조성조치 요구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대응해 성명과 담화로 협상프레임과 구도를 강조했다. 우선 북미협상 ‘출발선’에 대한 환기다. ‘신뢰조성단계’에서 했어야 할 약속 이행을 환기시키며 ‘출발선’을 바로잡을 것을 주장한 것이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관되게 북미협상의 프로세스를 ‘신뢰조성단계’와 ‘비핵화단계’로 구분해 왔다. 여기서 신뢰조성단계는 북미가 약속한 ‘선의의 조치들’을 이행하는 단계다.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 중단, 북부핵실험장 폐기, 미군유해 송환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상응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속한 종전선언 체결, 관계개선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 해제를하겠다는 의향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종전선언 문턱 높이기, 전략자산 전개 및 무기 도입 지속, 싱가포르 이후 15차례 이르는 대북제재 추가 조치로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그런데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안전보장이 빠진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이 보기에 약속한 신뢰조치들을 이행하지 않고 건너뛰는 것은 공정한 셈법이 아니다. 출발선이 잘못 그어지면 이후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 자체가 불공정한 게임 구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신뢰를 비핵화의 구체성을 보여주는 것에 두고 상응하는 ‘신뢰조치’나 ‘안전보장’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결렬 선언을 통해 신뢰조치라는 ‘성의 있는 화답’이 있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논의할 수 있다는 북한식 출발선을 재인식시킨 것이다.

상호의무와 등가성·공정성에 입각한 교환구도 주장

북한은 이번 협상을 등가성·공정성에 기초한 교환구도, 단계적 진행의 틀, 소위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이 제대로 인식하고 상응조치를 준비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신뢰구축 조치 이행, 안전보장(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포괄적 이행 확약, 단계적인 교환 등이다. 반면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개항 각각에 들어갈 아이템을 추가적으로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비핵화 사안은 ‘집중적 논의’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교환구도의 공정한 틀을 만드는 내용이 아니라, 기존 선 비핵화 요구를 중심에 놓고 몇 개의 아이템을 보상처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계산법’의 핵심은 ‘공정성’과 ‘등가성’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미협상을 북한의 비핵화 ‘의무’와 이에 대한 ‘보상’이란 ‘불공정한’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제 양측 모두 ‘의무’만 교환되는 공정한 협상 프레임을 만들자는 것이 ‘새로운 계산법’의 핵심이다. 누가 누구에게 주는 ‘보상’이란 없다는 것이다. 가령 포괄적 비핵화와 포괄적 안전보장의 교환만 있는 것이다. 안전보장은 보상이 아니란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이 마치 북한의 ‘약점’과 ‘보상’이란 인식을 강화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을 바로잡는 의미도 있다. 결국 ‘결렬’ 선언은 경제지원과 같은 보상형식의 접근이 아닌 상호 의무와 등가성 차원의 접근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와 당리당략 의도 비판

북한은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 “막연한 주장”, “낡은 각본”,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빈손”, “기존 입장의 고수”를 하는 이유로 미국의 국내정치를 지목했다. 왜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의식한 제안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즉, 미국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 모습을 연출할 정치적 필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 조치 이후 경제적 지원과 발전 약속이라는 ‘막연한’ 계획을 제시한 것은 정치적 위기를 의식해 워싱턴 정가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한 ‘당리당략’ 차원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거부감, 안전보장 제공의 현실적 어려움 등 ‘정치적 상황’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의 트라우마를 경계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게 안전보장이란: 다층적 의미

북한이 말하는 ‘국가안전’, ‘안전보장’, ‘제도안전’은 자신의 제도를 위협하거나 전복하려는 모든 적대 행위를 제거하거나 철회하는 것이다. 소위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다. 군사적으로는 공격적인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위협 중단, 전략무기 도입·반입·구입 중단,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는 미국의 핵정책 변경 등이다. 정치적·외교적으로는 북미 국교수립을 비롯한 관계정상화, 테러지원국이나 적성국 지정 해제, 평화협정 체결 등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경제제재 해제다.

사실상 안전보장은 북한체제 지속의 핵심요소들이 다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북미협상 차원에서 ‘안전보장’은 핵심적 지렛대다. 우선 ‘안전보장’은 북한식 단계론, 비핵화 속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핵심 카드다. 안전보장은 미국이 단번에 들어주기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잔 것인데 결국 단계론, 속도 조절로써 의미를 갖는다. 둘째, ‘안전보장’은 북한식 비핵화 범주를 주장하는 의미도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과 폐기 요구에 대해 ‘무장해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오히려 북미가 서로 핵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안보불안’ 해소를 강조하며 단거리 미사일 및 SLBM 실험발사 등 자위적 국방력 차원의 첨단무기개발 지속 의사를 밝혔다. 결국 ‘안전보장’ 카드는 WMD식 비핵화 요구에 대응하는 수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보장’은 동북아 군비경쟁 구도를 활용한 협상전략에서 유용한 카드다. 최근 미국의 INF 파기 및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실험, 일본·한국·대만 등의 무기도입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동북아 군비경쟁 구도를 소개하는 북한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그림판을 환기시키는 내용들이다. 북한의 안전보장이 위협받는 현실, 자신의 안전보장 요구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지정학의 활용이다.

교환구도와 안전보장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북한이 ‘결렬’이란 강수를 둔 것이 초기 허들을 높이고 요구사항의 최대치를 제시함으로써 하노이 치욕(트라우마)을 설욕하고 자신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계획된 ‘결렬’로도 읽을 수 있다. 책임과 공을 미국에게 넘기고 연말 시한으로 압박함으로써 트럼프 협상 진영을 구석에 몰아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술 차원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성명과 담화 내용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기조는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실망감,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자신의 뜻을 전혀 미국이 반영하지 않았다는 좌절감이다.

북한은 4월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9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미국국장, 김명길 순회대사, 김계관 고문, 김성 유엔대사 등 연이은 담화를 통해 대화 재개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리며 미국이 준비해 올 내용에 대한 ‘힌트’를 길게는 5개월, 짧게는 한 달여의 시간을 줬다. 그 과정에서 ‘유연한 접근’(비건 대표), ‘새로운 방법’(트럼프 대통령), ‘창의적 해법’(폼페이오 장관) 등의 미국발 발언들이 나왔다. 북한은 실무협상 재개 준비를 알리며 ‘제도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 제거를 비핵화의 조건임을 사전에 알렸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에게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줬음을 강조했다.

‘안전보장’이 협상전략 상 북한이 내건 압박 수단 또는 상징적 간판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최소한 안전보장에 대한 논리적 대응 준비와 상응조치로써 제공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을 복안을 들고 갔어야 했다. 미국이 과연 북한의 ‘안전보장’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만큼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협상 전술상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내용을 가능한 수준에서 보다 풍부하게 준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북미 협상,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조건이 될 것이다.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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