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북한의 어리석은 전략이 문제 악화"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사진=VOA)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난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외교적 절차나 목표도 실종된 비관적 결과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적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6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협상의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회담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북한의 어리석은 전략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힐 전 차관보는 “협상에서 첫번째 해야 할 일은 협상을 마무리할 때 무엇을 발표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지만, 이번엔 양측이 각각 다른 회담에 참석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을 합의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으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여서 우려스럽고 무엇인가로 향하는 절차조차 아니어서 비관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이런 결과를 만들려고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미국 측이 ‘창의적인 방안’과 ‘많은 새 계획’들을 협상장에 들고 들어갔다는 게 국무부 설명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는 않지만 ‘창의적’이라고 표현하면서 그게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 건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밀리에 진행하는 건 이해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분명히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걱정스러운 징후라면서 ”다만 ‘창의적인 방안’이라는 건 일부 제재를 일시 유예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문제를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조용하게 끌고 가려고 했던 것이 분명하며, 북한도 지금까지는 그런 의도에 동조하는 듯 행동했고 이번 회담이 이렇게 극적으로 마무리된 건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미국은 2주 뒤에 재협상을 하자고 했고 북한은 2주 동안 미국 셈법이 바뀔 리 없다고 거부했는데 실제로도, 조건을 재정비하고 접점을 찾는 데 너무 짧은 기간 아닌지'에 대해 "미국이 부처간 논의를 통해 새 접근법을 마련하기에 매우 짧은 기간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양측 발표에서 상호주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며, 북한과 미국의 말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으로 "절차상의 문제이며, 이 절차상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라는 것을 아직 정립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정상회담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지만, 스웨덴 회담이 아무 결과도 없이 하루 만에 끝나버린 걸 보면, 북한은 전혀 진지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길 대사는 이번 협상을 끝낸 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여부가 미국에 달렸다'고 경고한데 대해서는 “북한이 그런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는 건 스스로의 결정이지 트럼프 행정부에 달린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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