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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북미실무회담 평가와 향후 전망',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10.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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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북미실무회담 평가와 향후 전망>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

회담 결과에 대한 상반된 입장

판문점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한지 4개월 여 만인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회담 결과에 대한 북미 양측의 평가는 상반된다. 미국은 이 회담을 성과가 있는 첫 만남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결렬로 규정하고 있다. 회담 재개에 관해서도 미국 측은 “한 번의 협상으로 오랜 적대를 극복할 수 없다”며 2주 내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회담을 열자는 스웨덴의 제안을 수락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2주 내에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면서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회담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미국과 북한이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양측의 주장을 바탕으로 회담장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개략적이나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의 여러 사건들을 되살펴보았으며, 양측이 관심을 가진 많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더욱 집중적인 협상의 중요성에 대해 (북한 대표들과) 논의하였다.

그리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이 각각 진전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구상들(initiatives)을 간략히 소개하였다. 반면에 북한 측은 미국 대표단이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고 아무런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하였다고 회담 내용을 소개하였다.

미국이 소개한 새로운 구상들이 북한 대표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복스(Vox)가 보도한 것처럼 미국이 일부 제재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 미국 대표들이 “빈손으로” 회담장에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재 완화를 완강히 거부해 온 미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입장 변화를 보인셈이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단이 회담 결렬을 선언한 것도 북한이 요구한 계산법을 미국이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양측이 입장 차이가 여전히컸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보도된 것처럼 석탄과 섬유 수출에 대한 제재 유예의 대가가 영변 핵의 완전한 폐기는 물론 우라늄 농축의 완전한 중단이었다면 북한으로서는 값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영변 폐기 대신 민생 관련 제재 전부의 해체를 요구했던 하노이 회담 당시와는 달리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 두 방면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한국군 전략자산 도입 중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평양 설치 등을 안전보장 조치로 제시하였다면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 등이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 조치”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후속회담 무응답 이유

미국이 과거에 비해서는 진전된 방안을 제시하였음에도 북한 대표단이 회담을 되풀이하면서 절충을 시도하려 하지 않고 회담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우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너무 커서 실무급에서 논의를 반복하는 식으로는 이를 좁힐 수 없다고 본 듯하다. 과감한 양보를 결단 할 수 있는 고위급에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서 회담 재개를 요청하기를 기대하면서 2주내 회담 재개라는 스웨덴 측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압박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는 판단도 회담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제제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미국이 유연한 접근,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세우며 새로운 구상을 제시한 것은 판문점에서의 북미정상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회담 재개를 미루면서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미국을 압박한 결과라고 북한은 판단하였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실제적 조치”를 요구하며 압박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북한의 편이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탄핵을 둘러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승리를 장담했던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므로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하기 전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필요성이 적지 않다. 반면에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유지해왔다. 중국으로부터 대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받는데다 중국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안정된 경제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참모들은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켰다. 마찬가지로 북한 대표단은 시간이 북한의 편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스톡홀름 회담의 결렬을 선언하였을 것이다.

회담 재개와 ‘새로운 길’ 사이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단기간 내에 재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보다 진전된 대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제재 유예 방안을 제시했던 미국으로서는 그 이상의 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안전보장 면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과 한국군의 전략자산 도입 중지 등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음에도 ‘동맹 19-2’와 같은 훈련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미군과 미 국방부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방증한다.

더욱이 한국도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 주도의 작전능력을 검증하는 형태의 연합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 두 측면에서의 추가적 양보를 포함한 방안을 어렵사리 마련하여 회담 재개를 요청한다면 북미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방안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북한이 또 다시 결렬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2020년 2월 3일에 열릴 예정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부터 재선을 위한 캠페인에 몰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의회의 탄핵조사와 대선 등으로 쫓기는 입장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압박을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이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부정적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계속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북한이 협상 재개를 위한 요구 수위를 낮추지 않고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먼저 협상 종결을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내에 북미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거나 미국이 협상 종결을 선언할 경우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에게 군사적 개입이나 추가적 제재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중국, 러시아 등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상황을 관리하는 식으로 체제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선택은 장기적 방책이 될 수 없다. 우선 북한은 염원해 온 경제발전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북한의 추가적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이 없더라도 비핵화 거부를 명분으로 최대압박정책을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유엔 차원의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도움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은 북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선택은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미국과 북한은 서로의 조건을 고집하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한 발짝씩 양보하는 자세로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스톡홀름에서와 같은 공개적 회담보다는 비공개 접촉을 가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인물들이 어디서든 만나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의 합의라도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공개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양국 간 논의는 추상적이거나 개괄적이어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조치들을 실행하기 위한 거래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방도를 가지고 오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미국과의 타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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