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국제평화지대화의 의의와 추진방안 조 한 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DMZ 국제평화지대화의 의의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4일 제 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의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개성-판문점 지역의 평화협력지구 지정, DMZ에 유엔기구의 유치, 그리고 DMZ에 매설된 지뢰의 제거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국제사회의 보장을 통해 DMZ를 평화지대로 전환함으로써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DMZ의 단절을극복함으로써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하고 있다.

남북은 이미 지난해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를 통해서 DMZ의 평화지대화에 합의한 바 있다. 군사분계선(MDL)인근 적대행위중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경계초소(GP)의 비무장화 및 폐쇄, 철원 화살머리고지 공동 유해 발굴 등의 합의사항들은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졌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북한의 군사적 합의에 대한 위반 사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비록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지체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 전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가장 큰 성과가 군사분야에서 도출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해당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과도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문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전 과정이 지체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으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 전반에 근본적인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당면 현실이다.

문 대통령의 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라는 단일 요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국제사회로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동력과 함께 우리의 능동성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체제와 안전의 확보를 위해 핵 무장을 선택했으며, 북미 간 협상을 통해 이를 보장 받으려 하고 있다. 만일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보장할 경우 이는 북미 양자관계의 평화구축 보다 더 넓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DMZ가 국제사회가 보장하는 평화지대로 전환될 경우 북한의 체제와 안전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평화와 생태를 지향하는 국제적인 연구 및 협력 기구들이 DMZ 인근에 자리해 활동을 시작하면 무력충돌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는 항구적으로 정착될 것이다.

DMZ 국제평화지대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로 인해 북한은 체제와 안전에 대해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확고한 보장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평화지대화를 통해 DMZ가 단절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DMZ의 평화적 활용에 대한 논의의 역사는 짧지 않으며,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DMZ 세계평화공원 지정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DMZ의 평화에 대한 국제적인 보장에 방점이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우선 유엔총회와 유엔안보리의 결의 등을 통해 DMZ 국제평화지대화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유엔 산하에 가칭 ‘DMZ 평화특별위원회’ 같은 실무기구의 설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남측 DMZ는 유엔사령부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평화적인 유엔의 기구로 이관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유엔의 실무기구의 기능이 현재의 유엔사령부와 같이 DMZ 주권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평화의 유지와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DMZ 인근에 유엔 및 국제 평화·생태 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DMZ가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등 평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생태 연구 및 협력의 거점으로 위상을 정립할 경우 세계적인 상징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유엔 및 국제기구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해 DMZ 인근에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칭 ‘DMZ 평화·생태 협력기구’를 창설해 접경지역과 지구촌의 평화·생태문제의 연구와 협력을 위한 국제적인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지뢰제거는 DMZ 생태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시급한 지역부터 우선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별 접근법이 바람직하다. DMZ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경우에 대비해 남북 공동의 관리 및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DMZ 국제평화지대화와 아울러 남북 접경지역을 한반도와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중심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DMZ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단절시킨 ‘분단경제’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는 평화경제를 위한 새로운 동력의 창출을 의미한다. 개성-판문점간 평화협력지구의 조성을 통해 남북한 및 국제사회의 경제협력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DMZ 국제평화지대화의 과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의 실현을 위해 효율적인 협력구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DMZ에 대한 절반의 관리권은 북한에 있으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견인하지 못할 경우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는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가칭 ‘한반도접경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당면 접경지역 현안은 물론 DMZ의 국제평화지대화에 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동서독의 경우도 분단기간 접경위원회를 구성해 전염병 예방 등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공동방제와 접경지역 수자원관리 등 남북 간에도 현안이 산적해있다. 북한 역시 체제와 안전의 보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호응과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기대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기획과 설계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엔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지속적이고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내 추진력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DMZ의 브랜드 가치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평화와 생태를 사랑하는 많은 세계인들이 DMZ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관광객의 다수가 DMZ 방문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전 세계의 전문가, 학자, 활동가들의 참여가 가능한 가칭 ‘DMZ국제평화지대화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DMZ의 미래에 대한 기획을 세계인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DMZ는 역설적으로 평화와 생태에 대한 성찰과 기억의 장소, 공동 번영을 위한 희망의 장소로서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의 추진을 통해 세계 평화와 생태의 문화를 선도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DMZ를 세계적인 평화·생태의 랜드마크(landmark)와 한국적 평화문화의 아이콘(icon)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다.

DMZ는 한반도를 넘어 인류전체의 소중한 유산이다. DMZ 전체는 하나의 벨트이자 연계된 공간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보존과 지속가능한 활용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