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인’을 넘어 ‘레드 존’에 들어선 북핵, 세종연구소>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위원)

금년 2월 미국 밥 코커(Bob Corker) 상원 외 교위원장이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왔고 같은 달 뉴욕타임스 는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 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4월 11일 “한국의 동의 없는 어떠한 선제타격도 있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7월 20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북한 김정은을 핵무기로부터 떼어놓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 언론은 사실상 ‘김정은 축출’ 발 언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7월 24일 월스트리트저 널(WSJ)은 중국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에 대비해 북중 국경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히 높은 긴장과 불확실성이 느껴지던 4월 한반도 위기설 등 최근 북한 도발과 관련한 일련 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역시나’ 하고 지나 갔다. 

긴장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반도에서 전쟁 은 역시 무리다’라는 믿음만 더 공고해진 측면도 있다. 돌이켜보면 1976년 ‘도끼만행사건’ 위기도 무사히 지나갔고, 미국의 1994년 북한 폭격설도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간 중 하나였던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때에 도 결국은 확전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반도는 전쟁 ‘설’(說)은 무수한데 실제 ‘한 건’이 아직 터지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몇가지 이 유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은 여태껏 경험과 다른 점도 있다. 

전쟁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된다. 동시 에 전쟁 리스크를 확실히 인지할 때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준비도 가능할 것이다.

첫째, 북한은 곧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로 이미 미국의 “레드 라인”(red line, ‘한계선’: 이를 넘으면 군사 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넘어오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음)을 넘어서서 “레드 존”(red zone, ‘한계 선’을 넘어선 지경. 관리할 수 없는 위험 상황)에 입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태도는 평양에 대해 실질적으로 더없이 강경해지고 있다. 과거 북 한 미사일은 미국의 두 동맹국인 서울과 도쿄에게 만 위협이었다. 그때 미국에게 북한은 태평양 넘어 저 멀리 떨어진 ‘관리할 수 있는 위협’(manageable threat)이었다. 이제는 그 미사일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위 협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미국 안 보에 “명확하고 실질적인”(clear and present) 위험이다.

둘째, 워싱턴은 “운동적(kinetic) 옵션”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태다. 여기서 “운동적”은 한 국 언론이 잘못 번역한 것이다. 워싱턴에서 이는 “군사적인” 옵션의 의미다. 미국의 공식적인 대북 정책인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도 이제는 “최고의 압박”으로만 이해되어야 한다. 

뒤에 들어간 “개입”은 외교적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개입’의 대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개입” 을 뜻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개입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가리킨다.

셋째, 트럼프의 “중국 카드”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4월에 행해진 시진핑과의 마라라고 (Mar­a­Lago) 회담에서 둘 사이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 모종의 ‘담합’(deal)이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당시 트럼프는 한편으로는 시진핑에게 북 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런한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옵션’을 쓸 것인 것처럼 했다는 해석이 설 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부합하게 4월 한 반도에는 많은 첨단 미 군사 자산들이 운집했다. 하지만 ‘중국 카드’가 실패함에 따라, 미중간 전략 적 신뢰가 급격하게 와해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현재 북한에 취하고 있는 초강도 대북 압박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결국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군사적 옵션’은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본 다음 에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틸러슨은 이미 “지난 20 여년간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다”고 고해(告解)한 적이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북한의 상대가 ‘트럼프’라는 인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어른 감독”(adult supervision)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트럼프의 행동이 성숙하지 못한 애와 같아서 어른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점점 성숙한 글로벌 리더십 위상과 신뢰를 실추하고 있다. 

동맹 관계조차 ‘거 래’로 인식하는 그의 성정은 국방부장관 제임스 마 티스 같은 ‘어른’의 힘겨운 노력으로 그간 어느 정도 자제된 면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의견 마찰 로 마티스 장관이 하차하거나, 반대로 트럼프가 그 를 해고하는 날 한반도의 ‘악몽’이 시작될 지도 모 른다. 이는 워싱턴 정가의 속곳을 잘 아는 한 인물이 조심스레 해준 말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은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된 북한의 위협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 오히려 외신 이 떠드는 것을 ‘언론의 속성’인 ‘부풀리기’로 본다. 

그리고 오히려 의연하게 평시의 삶을 영위해왔다. 이는 한국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일례로 미국 한 잡지사는 한국의 ‘DMZ 투어’에 대해 “전쟁을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 “관 광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라고 질의해오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한반도가 여전히 ‘정전 상황’이라 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한 미군은 미국대통령의 지휘 계통 아래에 있다. 전쟁은 어느 때에나 재개 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에게는 이를 실 행에 옮길 권한이 있다. 또 미국 사회가 트럼프의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몹시 양극화 되어있지만, 미 국시민들과 의회는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자국 대 통령의 선택을 옹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대한 실 질적 위험이 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군사 행동 지시는 국내적 지지를 얻을 확률이 높다는 개연성 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여러 많은 스 캔들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에게는 ‘밖에서 전쟁이 라도’ 벌어지는 게 어쩌면 그의 국내 정치 입지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정치 동향을 신중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최근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을 강행했을 때 그는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미리 상의하 지 않았다. 혹자는 ‘시리아’와 ‘북한’은 다르다고 강변 한다. 

그 차이를 트럼프가 인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주위 ‘어른’들의 조언을 트럼프가 들을 지도 또 ‘불확실’의 영역이다. 

지난 4월 한반 도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을 때 숀 스파이서 백악 관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레드 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언론에는 “레드 라인 없다”라고 보도가 되었다. 

그러나 문맥을 보면 그 뜻이 아니다. ‘무엇’이 레드 라인인지 밝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시리아를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관해서 취한 행동은 그가 ‘적절 하다고 판단하는 순간에’(when appropriate) 단호 한 행동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제 한국의 숙 제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그 ‘적절한 순간’이 무엇 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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