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의 국제주의 외교와 2019년 한일 갈등

이정환

제주평화연구원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 속에서는, 일본의 대한정책에 대한 정책기조를 역사수정주의 세력과 평화주의 세력의 양분법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7월과 8월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의 엄격화’로 부르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의 근간에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적 정책 기조에 입각한 역사 정책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한국사회에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역사 정책은 정치인 아베의 역사 인식과 일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베 정권은 2015년 아베 담화를 기점으로 국제주의에 입각한 역사 정책을 추구하여왔고, 이를 통해 ‘국제질서’ 개념을 일본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으려 추구하였다. 아베 정권의 국제주의 외교는 아베의 역사수정주의 역사 인식을 우려하며 실용주의적 외교를 지향하는 일본 국내의 보수리버럴과 중도세력에게 안도감을 주며 이들의 아베 정권 외교에 대한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2019년 한일 갈등에 대한 일본 내 담론구조에서 혐한론과 역사수정주의가 아닌 ‘국제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한국’의 반한 담론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일본 보수중도가 지지하고 아베 정권이 표면에 내세우고 있는 국제주의 외교는 ‘국제질서’의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이익에 따른 전략적 계산에 입각한 외교 정책들에 대해서 정당화 수단이 되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현재 국제주의의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지지하는 일본 내 보수중도 세력에게는 실용주의적 성향이 여전히 강하고, 따라서 외교적 협상으로 양국 갈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일본 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차

1. 문제제기

2. 아베 정권기 역사수정주의 정책화의 한계

3. 2015년, 일본 정부의 국제주의 역사 정책 정착

4. 가치관 외교 패러다임과 물신화된‘국제질서’

5.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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