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 한국전 종전 관련 수정안 통과의 의미와 시사점

강인선 안보전략연구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0년 미국 국방수권법 하원안이 7월 12일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미국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20)은 2019 년 10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의 기간 동안 국방 예산의 규모와 사용을 승인 하는 법안이다. 동 법안은 상원안과 하원안이 별도로 상ㆍ하원을 통과한 후 두 안의 조정ㆍ통합 절차를 거친 최종 법안이 다시 상‧하원을 각각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을 갖는다. 상원은 6월 27일 찬성 86 대 반대 8로 국방수권법 상원안을 통과시켰다.

7월 12일 하원안이 표결에 붙여지기 전 민주당 칸나(Ro Khanna) 의원이 셔먼 의원과 공동으로 추진한 (수정안 217)이 본회의를 통과하여 하원안에 포함되었다. 한국전 종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수정안 발의에 한국 국회의원 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보도와 함께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미국의 한국전 종전 관련한 입장과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하원 통과의 의미 

이 수정안 자체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의회에서 한국전 종전 추진 문구가 포함된 법안이 최초로 통과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현재 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한국전 종전에 대한 지지가 모아졌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대북 정책 추진에 긍정적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칸나 의원은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미국이 북한에게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하고 북한 정권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여 줄 협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의 신뢰 구축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칸나 의원과 셔먼 의원이 발의한 이번 수정안이 통과되는데 있어 미주 한인 단체들과 국내 평화운동 단체들의 주도적인 홍보와 활동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 통과는 미주 한인들과 국내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북한 및 한반도 관련 이슈가 의회에서 논의되도록 유도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이번 수정안의 통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칸나 의원이 지난 2월에 의회에 제출한 한국전 공식 종전 촉구 결의안(하원 결의안 152)이 향후 의회에 상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정안이 상‧하원의 조율을 거쳐 최종법안에 포함될 경우, 향후 종전 촉구 결의안의 의 회 상정과 통과 가능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번 수정안의 미국 하원 통과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데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수정안이 포함된 하원의 국방수권법안은 상원안과 큰 차이가 있고, 따라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와 트럼프 대통령의 비토권 행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 결과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 하고 있는 하원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은 지난 6월에 상원을 통과한 상원안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상원과 하원에서 승인한 국방예산의 규모인데, 상원안은 국방예산으로 7500억 달러를 승인한 반면 하원안은 7330억 달러를 승인했다. 올해 하원 국방수권법안은 군사위원회 의장 스미스 민주당 의원의 주도하에 마련되어 세부 사항에 있어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했으며, 하원안이 최종안으로 올라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둘째, 이러한 이유로 하원의 국방수권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 전통적으로 국방수권법은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여 초당적으로 통과되는 것이 관례로 상원안을 통과시킨 찬성 86명의 상원의원 중 36명은 민주당 의원이었다. 반면 이번 하원안은 하원 본회의를 단 한 명의 공화당 후보 지지 없이 찬성 220 대 반대 197로 통과함으로써 예외를 만들었다.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하원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방지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스미스 의장은 민주당내 진보주의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포함한 민주당원들의 수정안을 대거 수용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칸나 의원의 입장은 민주당의 당론에 기반한 논의라기보다는 민주당내 진보주의 관점에서 비롯됐음을 주지해야 한다. 칸나 의원의 한국전 종전 추진 수정안 발의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와 관련한 각별한 관심의 산물은 아닐 수 있으며 국제평화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의 보편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칸나 의원이 2월 에 공동 발의한 한국전 공식 종전 촉구 결의안 또한 35명의 공동 발의 의원 중 29명이 진보주의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다. 칸나 의원은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전쟁을 시작할 수 없다는 수정안 또한 겟츠 의원과 공동 발의하여 하원 국방수권법 조항으로 통과시켰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덧붙여 민주당내 진보주의의원들의 대내외 정책 관련 입장이 전체 민주당 의원들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다 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따라서 수정안 통과로 한국전 종전선언에 대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다소 앞서간 측면이 있다. 물론 수정안의 내용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상원안과의 조율 과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수정안의 발의가 칸나 의원의 '의회 승인 없는 이란 전쟁은 불법'임을 주장한 또 다른 수정안과 연계될 소지가 있다. 이 경우 수정안이 최종법안에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공화당은 '의회 승인 없는 이란 전쟁 은 불법'이라는 수정안이 대외 정책에 있어 대통령의 권한과 국가비상 상황에 대한 긴급한 결정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칸나 의원의 수정안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 평화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유연한 전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수정안 발의 과정에서 칸나 의원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이전에 경제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7월 북한-이란-러시아 제재법(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 강화법)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수정안 통과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첫째, 한반도 이슈와 관련하여 미국 국회의원들과의 의원외교를 활성화시키는데 미주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수정안 발의에 역할을 한 경험이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의 의회 상정과 통과를 위해 의원외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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