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와 향후 한일 관계 전망

김숙현 대외전략연구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7월 21일 오후 8시. 개헌의 향방을 가르는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일본과 한 국, 그리고 중국의 관심이 일제히 쏠렸다. 당초 예상대로 자민·공명 연립이 신규의석 124석 가운데 71석(자민 57석, 공명 14석)을 확보하면서 무난히 과반수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참의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개헌 발의선인 164석을 획득할 수 있는 가에 있었다. 참의원 개표 결과, 개헌세력이 160석(신규 81석, 기존 79석)으로 3분의 2석인 164석에 미치지 못하면서 개헌 발의가 불투명해져 사실상 패배한 선거로 평가 할 수 있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이른바 ‘한국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고 한국에 대한 수 출규제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보복조치가 아니라 한일 간 안보적 신뢰관계의 훼손에 기인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7월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쟁점과 의미, 그 리고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7.21 참의원 선거의 관전 포인트 

이번 참의원 선거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 2012년 12월 출범하여 2021년 9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아베정부에 대한 중간신임도를 묻는 선거였다. 선거 이전까지 아베내각 지지도는 40%대를 유지하였고 이를 의식한 아베총리도 이번 선거에서 기대수준을 낮춰 53석만 넘으면 승리한 선거라 언급한 바 있다. 비단 한일 관계의 악화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적으로 아베총리에 대한 피로도는 적지 않았다. 자민당 당규를 개정하여 3연임을 하면서 최장 9년이라는 장기 집권을 노리는 보수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 및 여론의 시각도 우호적이진 않았다. 여기에 아베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비리가 있었고, 금융청이 ‘노후에 2천만 엔’이 필요하다는 보고서 제출 뒤 공적연금이 논란이 되었으며, 오는 10월에는 소비세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국내적 수세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내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한 이른바 ‘한국 때리기’를 수단으로 사용했으나, 오히려 일본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는 한국 관광객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거결과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개헌 가능한 발의선인 164석의 확보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한 선거였다. 아베총리는 임기 내 헌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헌법 개정에 대한 찬성이 40% 미만이고 반대여론도 50%가까이 이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개정까지는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만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능하면 국회에서 발의를 하여 국민들에게 헌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개헌 발의선에서 4석이 부족한 160석의 결과로 나왔고 물론 과반수는 넘었지만, 자민당 의석수는 10석이 줄어든 113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향후 임기 내에 독자적인 힘으로는 헌법 개정 발의가 불가능해졌고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총리의 입지는 선거 전과는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헌법 개정이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 

물론 이번 참의원 선거로 당장은 헌법 개정은 어렵지만, 현재 일본 자민당 내에서는 일부 야당에서 개헌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의원들을 포섭하여 발의를 진행 시키고자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시 자민당 당규를 개정하여 4연임을 가능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베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상 헌법 개정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 아베총리의 헌법 개정에 대한 집념은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뜻이기도 하며 전후체제의 종식을 꿈꾸는 아베총리의 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헌법 개정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

첫째, 헌법 개정은 일본의 재무장 및 보통국가화를 의미한다. 일본이 재무장을 하게된다면 동아시아 지역정세가 미일 vs. 중에서 일 vs. 중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미일동맹과는 차별화된 동아시아 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일본의 경제력에 걸맞는 안보 강대국으로 부상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무장한 새로운 강 대국을 이웃으로 맞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헌법 개정은 일본의 전후체제와의 단절 또는 청산을 의미한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오히려 지금은 과거사 문제가 외교 갈 등에서 통상 분쟁까지 확대되는 상황으로 나아가 양측의 안보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만일 일본이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면 현재 남아있는 과거사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 및 한미일 안보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 미국의 중재나 관여가 가능하겠지만 헌법 개정이후의 일본에게는 더 이상 미국의 중재나 관여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 관계 전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의 향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참의원 선거 개 표직후 아베총리는 아사히 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 했고,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소한의 선을 지켜라”라고 응수했다. 한일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우리 정부는 규제의 부당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미국에게 한일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요청했다. 일본은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라 한국의 전략물자 유출 의혹 등 안보상의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어렵게 체결했던 GSOMIA 연장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영향일까?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 보보좌관이 23일과 24일 일본 방문 뒤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 는 것을 우려하여 중재역할을 하고자하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한일 양자 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접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은 일관되지 못한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에 한국은 강대강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해법을 놓고 충분히 유연성을 갖고 협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 자체를 거부 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더 이상의 감정적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감정적으로 일본을 자극하여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일 관계 갈등의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일본경제에도 마찬가지이다. 한일 갈등이 점차 안보, 인적교류까지 확대된다면 지금까지 어렵게 구축해온 한일 관계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 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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