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방북의 배경과 관전 포인트

박병광 대외전략연구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으로 오는 6월 20일부터 21일까지 북한을 국빈방문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 (胡錦濤) 전 주석의 방북 이후 14년 만이다. 시진핑은 2008년 6월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부주석시절 첫 해외 순방지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중 관계에서 최고지도자의 상호방문 및 정상회담이 지니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금번 시진핑의 방북은 비핵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정세변화와 북중관계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진핑 북한 방문의 배경과 의미

애초 시진핑 주석이 상반기 중 한국 방문을 검토하던 상황에서 왜 갑자기 북한 방문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는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배경과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김정은의 답방 요청에 화답한다는 배경과 목적을 지닌다. 금년 1월 김정은의 4차 방중에서 양국은 올해 북중관계의 최대 이벤트가 될 시진핑의 북한 방문에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상황 및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상황을 고려하면서 가을까지 시주석의 방북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올해가 북중수교 70주년이라는 것과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김정은이 무려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답방 요청에 호응한다는 차원에서 언제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으로서는 지금이 시진핑 방북의 적기라 판단한 것이고 어차피 금년 내 북한 방문이 외교적 과제라고 본다면 상호 필요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숙제를 마치고자 했을 것이다.

둘째,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최근의 한반도정세에서 ‘존재감’을 찾고 ‘영향력’ 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 및 대한반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기조의 하나는 영향력 유지이다.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된 가운데 최근 김정은의 친서가 전달되고 트럼 프 대통령이 친서의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미대화 교착상태가 탑-다운 방식으로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스웨덴에서 남북한과 북미 간에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공표한 바 있다. 따라서 시진핑으로서는 직접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으로부터 최근의 ‘물밑 대화’에 대한 진상과 김정은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접촉을 통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 하고자 했을 것이다.숙제를 마치고자 했을 것이다.

셋째,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무역전쟁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미중관계의 전환점 마련을 위해 ‘북한카드’를 활용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애초 시진핑은 작년 가을 북한 방문을 고려했으나 미국의 ‘중국 배후론’ 등 비판적 시각에 따른 부담 으로 인해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을 대신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면 중국으로서는 중국 책임론이나 북미대화의 훼방꾼이라는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으로서는 북미대화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을 모색 함으로써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시진핑이 직접 트럼프에게 북미대화에 관한 김정은의 진의를 전달하고 미중 간에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와 협력 의사를 다지는 것은 무역전쟁으로 악화되고 있는 양국관계 개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넷째,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금년 4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따른 영향력 경쟁과 견제 필요성이 작용한 결과이다. 김정은은 4월 25-26일 러시아를 방문 하여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러 간 우호협력관계를 재확인하였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2011년 8월 김정일의 방문 이후 8년 만이었다. 김정은으로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고 중국 역시 대북제재 완화와 지원에 대한 적극적 행동에 한계를 보이자 새로운 출구를 모색 할 필요가 작용했던 것이다. 북한이 대중국 편향외교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데 대해 시진핑으로서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장쩌민의 2001년 9월 방북이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7.26~8.18)에 따른 북러관계 밀착에 대한 중국의 견제 필요성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진핑 북한 방문에 따른 관전 포인트

중국 정부는 불과 이틀을 남겨두고 시진핑의 방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특히 14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이란 점에서 국제사회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째, 시진핑의 방북에 따른 선물 보따리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전례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에는 항상 대규모 경제 지원이 뒤따랐다. 따라서 시진핑의 이번 방북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과 교류협력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엔(UN)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여건이다. 중국으로서는 안보리 결의안을 비껴가는 선에서 최대한 경제지원을 모색하고자 할 수 있으며 어쩌면 비밀스런 방식으로 경제지원에 관한 양국 간의 딜(deal)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양국 간 전통우호협력관계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이번에는 어떠한 수사 (rhetoric)가 등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네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거치 면서 두 지도자는 ‘운명공동체’, ‘순치관계’, ‘한 집안 식구,’ ‘혁명의 한 참모부’, ‘불패의 친선관계’ 등으로 양국관계를 묘사해 왔다. 비록 북중관계의 내면에는 전략적 이익을 두고 치열한 셈법의 차이가 존재하며 김일성 시대부터 불신의 골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은 냉전시기부터 강조되어온 바와 같이 “강산이 맞닿은 이웃이며 피로 뭉친 관계(鮮血凝成)이고 순치관계(脣齒相依)”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시진핑과 김정은은 모두 북중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할 것이란 점에서 어떤 수사가 등장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셋째, 시진핑의 방북을 통해서 김정은이 트럼프와 국제사회를 향해서 과연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 방문을 통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주요 메시지를 던지고는 했다. 일례로 김정은은 제1차 방중에서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겠다”고 했으며, 한국과 미국에 대해 “평화실현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조치”를 조건 으로 내세운 바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평양 방문을 통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고 비핵화 협상으로의 진전된 태도전환을 견인 하고는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시진핑의 방북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미 대화의 교착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김정은의 메시지는 무엇이며,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강산이 맞닿은 이웃이며 피로 뭉친 관계(鮮血凝成)이고 순치관계(脣齒相依)”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시진핑과 김정은은 모두 북중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할 것이란 점에서 어떤 수사가 등장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시진핑 북한 방문의 시사점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양국관계의 완전한 정상궤도 진입뿐 아니라 북ᆞ중ᆞ러 3각 협력구도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내포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후진타오 주석 방북 이후 14년 만의 중국 최고지도자 방북으로서 북중관계가 전통우호관계 및 특수관계 차원에서 완전히 정상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진핑의 방문은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따른 북러 관계 밀착 직후라는 점에서 한반도문제를 둘러싼 북ᆞ중ᆞ러 3각 협력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내포한다.

한편 시진핑의 방북은 북중관계 밀착을 의미하며 이는 한 동안 한국으로 기울 었던 중국의 균형추가 다시 북한을 향해 본격적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한 가운데서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 대해 중국의 북한 접근은 또 다른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미중 대립구조가 격화되어 가는 와중에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자국의 영향권으로 확실히 붙잡아 두고자 할 것이다.

또한 시진핑의 방북은 북한 비핵화와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일련의 한반도 정세변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어떤 의미에서 김정은의 정통성을 인정해주고 북한에 대한 ‘중국판 체제보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비핵화, 종전선언, 북미회담, 평화협정 등 일련의 한반도 정세변화 과정에서 역할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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