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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의 진화와 그 역설: 확대되는 경쟁 속 중국의 전략적 딜레마, 이동률, EAI동아시아연구원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6.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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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특별기획논평] 중국 일대일로의 진화와 그 역설: 확대되는 경쟁 속 중국의 전략적 딜레마

이동률

EAI동아시아연구원

편집자 주

"샹그릴라, 그 이후: 가속화되는 '인도·태평양 VS 일대일로' 구도와 한국의 전략" 특별 논평 시리즈의 두 번째 보고서로, 미중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분석한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의 논평이 발간되었습니다. 일대일로는 초기 중국 내 지역균형발전과 과잉 생산 설비 해소 등과 같은 경제적 동기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으나, 자금원인 AIIB의 성공으로 탄력을 받아 그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시진핑 정부의 핵심 대외 프로젝트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자, 시진핑 정부는 이를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일대일로를 정권의 사활이 걸린 사안으로 상정하면서 중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미중 경쟁을 확장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경쟁이 양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에 더 많은 참여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네트워크 경쟁'으로 확대될 경우, 아태 지역 내 여러 국가들이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이는 동시에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시진핑 정부에게 일대일로는?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이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 중국 국방부장으로는 8년 만에 참석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격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국방부장의 참석은 그 자체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패트릭 섀너한(Patrick Shanahan) 국방장관대행이 웨이 부장의 참석을 의식한 듯 “어느 한 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배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라며 작심하고 중국을 겨냥해 날선 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웨이 국방부장은 ‘중국과 국제안보협력’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의외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라는 화두로 미국의 공세에 대응했다. 웨이 국방부장도 대만문제에 관해서는 “중국군의 결심과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아세안 국가들을 의식하며 비교적 신중하게 대응했다. 즉 “현재 남중국해는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한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의 지혜와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신형국제관계’와 더불어 시진핑 정부의 핵심 외교담론인 ‘중국특색의 대국외교’를 구성하는 양대 요소이고, 일대일로는 바로 인류운명공동체 구상을 실천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경쟁이 무역마찰을 시작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류운명공동체’를 역설하고 있다. 4월에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5월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 이어서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다시 인류운명공동체를 역설한 것이다.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역설하는 이유는 중국의 부상이 위협과 도전이 아님을 국제사회에 설득하는 한편, 미국과의 힘겨운 경쟁 과정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은 추상적 담론인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실천적으로 입증해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일대일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역설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일대일로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의 일대일로의 진화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해외 순방 과정에서 직접 제기한 것으로, 사실상 이제는 시진핑 정부의 국정 브랜드라 할만하다. 일대일로가 장기 프로젝트임을 감안하더라도 6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이미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고 부침도 있었다. 일대일로는 등장 초기에 그 성격과 내용, 목적이 모호하다는 차원에서 ‘전략’, ‘구상’, ‘제안’, ‘프로젝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질 정도로 개념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제안 초기에 ‘시진핑 의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 또는 ‘대전략’이라는 공세적 화법을 통해 과감하게 홍보하고자 했다. 그만큼 초기에는 일대일로의 흥행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출발했다. 그런데 일대일로 추진의 자금원으로 주목받았던 AIIB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면서 일대일로는 탄력을 받게 되었고 주변 연선(沿線) 국가들이 배제를 우려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심지어 일대일로가 중국의 패권전략의 일환이라는 경계심마저 초래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일대일로는 ‘구상(構想)’, ‘발의(倡義)’라는 신중한 표현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일대일로의 내용은 초기의 국내 지역균형발전과 과잉설비의 해외 인프라 시장 개척이라는 경제적 동기에서 이제는 인류운명공동체 실현이라는 거대한 실천 프로젝트로 확대되었고, 참여 대상도 주변 연선국가에서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은 그야말로 일대일로의 확장과 성취를 국내외에 과시하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되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0여명의 국가 및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640여억 달러(약 74조 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협력 및 협의 체결을 과시했다. 한때 소강국면에 있던 일대일로가 미국과의 경쟁이 고조되면서 오히려 중국 정부가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미국의 견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저항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일대일로가 연선국가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고 흠집내기 공세를 폈다. 2018년 3월 미국 글로벌 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몇몇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중국에 대한 채무 불이행도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일대일로에 참여한 68개 국가 중 23개 국가의 재정상황이 취약해졌고, 이 중 파키스탄, 지부티, 몰디브, 라오스, 몽골, 몬테네그로, 타지키스탄, 키르키스탄의 경제 상황을 심각한 것으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경우처럼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카드로 중국에게 더 많은 경제지원과 양보를 얻어내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예컨대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한다는 합의문에 동의케 하면서, 통화 스와프를 3년 연장하는데도 합의했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파키스탄 측에도 차관 지원을 약속했다. 이제 중국 정부는 경제적 실익 여부를 떠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18년 7월말 ARF에 참석하기에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상세하게 발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다분히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의식하면서 1억 1300만 달러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자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제안한 투자 액수는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투자 제안 액수의 1/10에 불과하다면 평가절하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일대일로가 아시아 지역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안을 했다는 것은 다분히 중국을 의식하고 이 기회에 역내 국가들의 일대일로 참여를 억지하여 일대일로의 발전을 막고자 하는 의도라고 중국은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다방면에 걸친 미국의 대중국 압박공세를 이제는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물러서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점차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대일로 진화의 역설과 국제질서의 새로운 양상에 대한 희망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시진핑 정부는 오히려 일대일로를 정권의 사활이 걸린 이슈로 상정하고 추진 의지를 강화해 가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무역경쟁에서 출발하여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미국의 공세가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실제 그렇게 몰아가는 분위기이다.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진핑 의제’로 알려진 일대일로 사업이 미국의 견제에 의해 무산되는 상황을 인정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주석이 아시아문명대화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주도하고 직접 참여하며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창하는 것은 중국 국내 인민들을 향해 미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일대일로는 초기의 의도와 목적과는 달리, 시진핑 체제의 안정과도 연결되는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면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경쟁이라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일관된 핵심 과제는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부상 일정, 해양 강국화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공산당 체제를 더욱 공고화해 가는 것이다. 중국은 해양 강국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대일로라는 지경학적 접근을 통해 기성 해양 패권국인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과 갈등을 우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즉, 중국은 일대일로가 인접 국가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공공재’임을 역설하면서 인접 국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경제협력 기반을 강화하면서 점진적으로 부상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코자 했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미국이 중국의 지경학적 접근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하면서 일대일로는 중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미국과의 경쟁을 확장케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의 갈등은 완화되지 않고, 일대일로 사업도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하면서 참여 확대를 유도하는 데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꿈’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권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는 강국화 일정을 후퇴시키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영토를 양보하는 유연한 전략적 선택을 하기에는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제 미국과의 경쟁이 더욱 격화된다 하더라도 일대일로 건설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인민, 미국, 그리고 주변국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방정식을 풀어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일대일로 진화는 중국의 의도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국제질서에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경쟁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비록 중국이 강대국화를 향한 발전전략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지만, 연선국가들의 적극적 참여와 동의 없이는 중국이 의도하는 방향과 목표로 일방적으로 전개할 수만은 없는 특성이 있다. 최근 중국이 아시아 주변국가들을 향해 ‘문명대화’ 등 매력공세를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향후에도 일대일로라는 연계협력 방식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상대적으로 연선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상대적 약자의 힘’으로부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이처럼 강대국 간 경쟁이 냉전시기의 진영 간 경쟁과는 다르게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경쟁’이라는 새로운 패턴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도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네트워크 구성 경쟁이 여전히 강대국들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간의 경쟁이 심화된다면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겹치는 협력 대상국을 견인하기 위한 상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네트워크를 일방적으로 형성하고 주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구성하는 지역 국가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이들 네트워크 간의 경쟁 구도에서 지역 국가가 압박 속에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런데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사례처럼 강대국 간 경쟁을 활용하여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과 기회가 생성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미중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 아베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의외의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인도 모디 정부 역시 중국에 대한 전통적 경계심을 지니고 있음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면에서 중국과 대립적 관계가 조성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향후 강대국 간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선택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공통의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 중견국가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활성화되어 오히려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추동할 수 도 있다는 희망적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는 지정학적 특수성, 분단의 현실, 북핵문제 등이 중첩되어 있어 ‘약자의 힘’을 발휘할 여지가 매우 협소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향후 한국이 지속적으로 미중 간 경쟁에 따른 압박의 파고에 시달려야 하는 운명을 직시한다면, 무엇보다 정부가 유연성 있는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국민적 합의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심한 전략을 구상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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