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 한국은 미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가?

이성현 (세종연구소)·민현종 (서울대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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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웨이를 ‘수출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한국정부에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중국은 관방언론을 통해 화웨이 설비수입을 한국이 중단하면 한국기업의 손실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과거 사드 문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었을 때 한국은 1년 넘게 결정을 못하며 혼란 속에 우유부단한 자세를 보였다. 한국은 그에 대해 큰 대가를 지불했다. 당시 한국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동맹인 미국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을 뿐 아니라, 흥미로운 것은 중국측의 인식도 더 악화시켰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느꼈다.

기회주의적인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국제관계의 현실정치에서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종종 유익하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2015년 5월 30일). 윤 장관은 동아시아 지정학에서 한반도가 미중 사이에서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를 언급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러브콜’을 받아야할 할 한국이 왜 중국으로부터 사드 보복을 당했는가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 문제에 있어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울도록 경제적 유인책과 정치적 양보를 선사하면서 한국에 읍소하는 ‘구애 작전’을 폈어야 하지 않았을까?

중국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한국에 대해 다양한 보복조치를 취했다.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여론전과 심리전을 펼쳤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였고, 통관 지연, 위생검사 등으로 공포를 유발했으며, 중국인 관광객을 막았고, 학회와 교류 프로그램을 취소했으며, 정부 간 채널을 폐쇄하였다. 이건 확연히 ‘러브콜’이 아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주변국을 3개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첫째, 일본과 같은 미국의 확연한 우방국들이다. 중국은 이런 나라들을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냉담하게 대한다. 최소한의 필요한 접촉을 유지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때는 관계개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본을 ‘투명인간’ 취급했던 중국이 7년 만에 일본과 정상회담을 연 이유다.

두 번째 그룹은 필리핀과 같은 ‘친중(親中) 국가’다.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그들에게 제공하여 중국 편으로 묶어두려 한다.

세 번째 그룹은 한국 같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국가들이다. 경제적 이익으로 그들을 유인하기는커녕 중국은 오히려 혼쭐을 낸다. 사드 갈등은 그 첫 ‘시범 케이스’였다. 중국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되는지를 한국을 본보기삼아 주변국가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한국에 대해 보복하지 않으면 역내 다른 나라들도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 중국의 경고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를 겁주기 위해 닭을 죽인다”는 고전적인 전술이다.

사드 파동 당시 한국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속내를 읽지 못한 듯하다. 당시 상하이를 방문했던 한국의 한 고위인사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무역은 본질적으로 상호적이기에 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하면 중국에게도 손해가 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경제 논리’를 든 것이다. 그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의지를 더욱 다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문재인 행정부는 사드 파동을 전임 정부로부터 물려받으며 출범했다. 이번 화웨이 사건을 놓고 다시 한국은 사드 때처럼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 실존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국이 자기편을 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미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가능한 한 낮은 키 (low-key)모드로’ 대처할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불쾌해 할 것 같다. 중국 또한 사드의 경험을 반추해보면 만약 한국이 화웨이를 거부한다면 십중팔구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다. 분명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전략적 모호성’이 점점 한계점에 달하고 있는 시점이다.

화웨이 사건이 터지자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선택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럼 선택을 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시간을 끌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사드 사건의 교훈은 이미 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외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프레임으로 이미 들어섰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전략적 프레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중 양쪽 모두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아태지역에서 상대를 견제하는 전략차원에서 다루려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한국이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안하는 것이 가장 좋은 최선책이다. 하지만 한국이 미중 중간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최상인지, 과연 그럴 외교적 자산과 역량이 있는 지, 같은 사항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을 할 미중 양쪽에 한국은 어떠한‘시그널 외교’를 어떻게 전개하여 한국의 국익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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