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에게는 세부 정보도 주려 하지 않고 트럼프와 거래 시도"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시설 개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제안이 턱없이 부족하며 훨씬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 미국 외교 당국자들이 분석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의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은 하노이에서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 제안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을 다시 언급한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협상을 포기한 게 아니라 행동을 보류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북한 핵시설 개수를 언급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에는 우라늄 농축 등이 이뤄지는 핵시설에서부터 미사일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의 비핵화 해법은 ‘빅딜’이자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이 영변 외에 추가 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구체적 숫자가 거론된 것이 향후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폐쇄해야 할 시설의 숫자를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첩보’와 정보’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 대행은 "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핵시설 위치는 물론 영변 외에 그런 시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 것은 아니며, 북미 간 교착 상태 속에서 북한의 보다 진지한 조치와 투명성을 요구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에게는 어떤 세부 정보도 주려고 하지 않았으며 오직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이를 건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와 직접 거래해야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북한 측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힐 전 차관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상 간 대화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좀 더 부정적으로 바뀌곤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변화시킨 것으로 느낀 것 같다는 설명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이런 정황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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