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대북정책 풀려면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아산정책연구원

 

국방부에서 발간한 ‘국방백서 2018’은 26쪽 도표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미사일을 신형 단거리 고체미사일로 분류하고 있다. 국방부는 그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당초 미사일로 발표한 것을 슬며시 바꾸더니, 북한이 사진까지 공개한 이후에도 고집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북한에 끌려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는데 사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북한의 결단과 변화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을 이어가고자 하니, 정부의 행보가 꼬이게 되고 궤변을 낳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평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는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만 돌이키지 못하는 형국이다.

군 당국이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군의 사기를 꺾는 일이고, 위기 상황에서 조기 경보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면 누가 사실대로 초기 보고를 할 것이며, 어떤 현장 지휘관이 자신의 책임에 따른 선택을 하겠는가.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나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지만, 군의 복지부동은 위기가 도래했을 때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심각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저강도 군사도발이다.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깨겠다는 경고이기에 정치적 압박이고, 단거리 미사일로는 새로운 유엔 제재가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한 행동이기에 저강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불법적 행동으로 규정했기에 군사도발이다. 북한은 자위적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핵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로 인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군사도발이 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꾸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면 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정부다. 정책 실패의 여러 징후가 목격되는데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려 든다면 남은 3년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조차 어렵다.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진화형 정책으로 변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화의 출발점인 정부 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보면 한반도 비핵화의 추구, 북한 변화 유도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순으로 돼 있다. 이 우선순위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서부터 순서가 뒤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고,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그간 변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문재인정부가 아닌지 돌아보고 국민과의 약속대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과도한 욕심도 버려야 한다. 임기 내 돌이킬 수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한미군이나 서해 해상경계선 획정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어려운 북한의 실질적 변화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단거리 질주가 아니라 장거리 계주 경기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주자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수립과 남남갈등 극복이 중요한 이유다.

행정부 내 경직성을 타파해야 한다.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모습을 보이면 그 아래 관료들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못 부른 상황이 발생한 것도 결국 위의 눈치를 보는 의사결정의 경직성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청와대 안이 아닌 밖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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