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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WTO 절차 한국 승소의 함의,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5.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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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WTO 절차 한국 승소의 함의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1. 들어가며

2011년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縣)의 50개 수산물에 대하여 수입금지 조치 등을 취했다.그럼에도 일본의 오염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결국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6일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하여 수입을 금지하는 ‘임시’특별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이외’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스트론튬 및 플루토늄 등 다른 방사성핵종(radionuclides)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추가로 요구하는 조치도 단행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이 취해온 일련의 조치는 일본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일본은 2015년 5월 21일 관련 WTO 절차에 따라 국제법적 절차를 개시했다. 2015년 8월 20일 일본은 제1심에 해당하는 패널(Panel) 설치를 요청했고, WTO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는 한국과 일본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패널을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 간 분쟁의 쟁점은 주로 한국의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이하 ‘SPS 협정’)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2018년 2월 22일 회람된 패널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은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조치에 해당하는 등 SPS 협정 내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특히 한국이 2011년과 2012년에 단행한 조치조차 2015년 패널 설치 당시를 기준으로 SPS 협정 내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정도로 한국에게는 참패에 가까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에 한국은 최종심에 해당하는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에 패널 보고서에 포함된 법적 쟁점 및 패널이 제시한 법적 해석에 대하여 상소를 했고, 2019년 4월 11월 WTO 상소기구는 패널과는 거의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며 사실상 한국의 승소를 선언했다.

이와 같은 한국의 승소는 일본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후쿠시마산 식품을 매일 먹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연일 한국의 승소를 희석시킬 의도를 가진 발언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3그러나 이는 한국이 취한 조치의 국제법적 합법성을 확인한 한국의 승소를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본 이슈브리프는 WTO 패널 및 상소기구의 결론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함의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얻어야 하는 교훈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2018년 WTO 패널 보고서의 주요 내용 및 결론

(1)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WTO 패널 절차 일반

일본은 2015년 5월 21일 ‘Understanding on Rules and Procedures Governing the Settlement of Disputes’ 제4조 등에 따라 ‘협의’(consultations)를 요청하면서 WTO 내 절차를 시작했다. 2015년 6월 24일과 6월 25일 협의가 열렸음에도 일본은 법적 결론을 얻기 위해 2015년 8월 20일 제1심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를 요청했고, 2015년 9월 28일 WTO 분쟁해결기구는 패널 설치를 결정했다. 2016년 2월 8일 WTO 사무총장은 패널 의장이 된 우루과이 출신 William Ehlers를 포함하여 총 3인으로 패널을 구성했다.

 

(2) WTO 패널 단계에서의 주요 쟁점

가. 한국의 조치는 적법한 잠정조치인가

패널에 의하면 한국은 자신이 채택한 조치가 ‘잠정’조치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13년 9월 6일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하여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 등을 단행하면서 이를 ‘임시’특별조치라 지칭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잠정조치 채택에 관한 근거 규정은 SPS 협정 제5.7조이다. SPS 협정 제5.7조는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회원국은 관련 국제기구로부터의 정보 및 다른 회원국이 적용하는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정보를 포함, 입수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잠정적으로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국은 더욱 객관적인 위험평가를 위하여 필요한 추가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하며, 이에 따라 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재검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패널 절차에서 한국은 후쿠시마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 남아 있는 방사성핵종 양의 불확실성 또는 해수, 퇴적물 등의 환경적 오염 정도의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잠정조치 채택의 요건 중 하나인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가 충족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패널은 2011년을 제외하고는 예를 들어, 2013년 전면적 수입금지 조치를 포함하여 한국이 일련의 조치를 단행하기 전 TEPCO(Tokyo Electric Power Company) 등이 공표한 자료 등이 존재했다고 언급하면서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2011년을 제외하고) 한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잠정조치 채택의 요건 중 하나인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한국의 2013년 조치가 입수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패널은 한국이 자신이 취한 조치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CODEX 규격’(국제식품규격위원회 규격)이 수입금지 조치 부과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한국의 입장을 배척했다.

그리고 패널은 2014년 한국이 2013년 조치에 대한 재검토 시작을 공표했으나 (2013년 조치는 물론 2011년 이후 한국이 취한 모든 조치에 대하여) 재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한국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재검토하지 못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패널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이후 한국이 취한 모든 조치는 SPS 협정 제5.7조가 의미하는 잠정조치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한국의 조치는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조치에 해당하는가

SPS 협정 제5.6조는 “…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수립 또는 유지하는 때에는, 회원국은 기술적 및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동 조치가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가 되지 않을 것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조치가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술적 및 경제적 타당성’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은 ‘100 Bq/kg 미만’이라는 일정 기준의 ‘세슘 검사’를 ‘대안 조치’(alternative measure)로 제시했고, 패널은 이러한 세슘 검사가 기술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이와 같은 세슘 검사가 한국의 조치보다 유의미하게(significantly) 덜 무역제한적인 조치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가 ‘유의미할 정도로’ 덜 무역제한적인 조치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했으나 일본은 한국이 요구하는 추가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6주의 시간과 50% 정도의 수출 비용이 더 든다는 주장을 펼쳤다.패널은 이 쟁점과 관련하여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고, 이는 일본이 제안한 세슘 검사가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한국의 조치보다 유의미하게(significantly) 덜 무역제한적인 조치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패널은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가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패널의 인식에 의하면 한국의 일반적인 (위생 또는 식물위생 보호의 적정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보호수준’(Appropriate Level of Protection)은 1 mSv/year이다. 한국은 자신의 적정보호수준이 1 mSv/year라는 양적 기준으로 단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무시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이 제안한 100 Bq/kg 미만이라는 일정 기준의 세슘 검사는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패널은 2013년 취해진 한국의 조치에 대한 자신의 결론을 내리면서 (문제의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의 양이 100 Bq/kg 미만을 유지하고 있고 스트론튬 및 플루토늄 역시 CODEX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 검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분한 자료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즉, 패널에 의하면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를 통해 한국의 일반적인 적정보호수준, 즉 1 mSv/year는 보장된다는 것이다.

결국 패널은 패널 설치 당시 유지되고 있던 한국의 2011년과 2012년 조치를 포함하여 추가 검사를 요구한 2013년 조치 그리고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 수입금지 조치가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와 비교하여 필요한 정도 이상의 무역제한적인 조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 한국의 조치는 자의적이고 부당한 차별을 가져왔는가

SPS 협정 제2.3조는 “회원국은 자국 영토와 다른 회원국 영토 간에 차별 적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자국의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회원국들을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차별하지 아니하도록 보장한다.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는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단 ‘차별’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패널은 오로지 ‘일본산’ 수산물만 수입금지 조치의 대상이 되었던 점 그리고 0.5 Bq/kg 이상의 세슘 또는 요오드가 검출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하여 그 종류에 관계없이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것 등을 고려했을 때 차별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별이 자의적이고 부당한지와 관련하여 패널은 예를 들어, 특히 2013년 취해진 전면적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하여 이러한 조치가 매우 높은 수준의 무역제한에 해당하고, 관련 일본산 수산물에서 측정된 세슘 등의 양이 한국이 수인할 수 있는 기준 아래에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이와 같은 차별이 자의적이고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이어서 0.5 Bq/kg 이상의 세슘 또는 요오드가 검출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하여만 그 종류에 관계없이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것 역시 자의적이고 부당한 차별로 간주되었다.

 

3. 2019년 WTO 상소기구 보고서의 주요 내용 및 결론

 

(1)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WTO 상소기구 절차 일반

2018년 2월 22일 회람된 패널 보고서에 대하여 한국은 2018년 4월 9일 패널 보고서에 포함된 법적 쟁점 및 패널이 제시한 법적 해석에 대하여 상소 의사를 표현했다. 이와 관련하여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WTO 상소기구는 패널 보고서에 포함된 법적 쟁점 및 패널이 제시한 법적 해석만 다룬다는 것이다. 즉, 상소기구는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다.

 

(2) WTO 상소기구 단계에서의 주요 쟁점

가.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가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WTO 상소기구는 패널이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이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이 제안한 대안 조치가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상소기구에 의하면 패널이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로 (i) 일반적인 환경에 존재하는 수준, (ii)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방사능) 노출, (iii) 1 mSv/year라는 양적 기준 등을 인정했음에도 오로지 1 mSv/year라는 양적 기준에만 초점을 맞추어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이는 문제의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100 Bq/kg 미만으로만 검출된다면 한국의 일반적인 적정보호수준, 즉 1 mSv/year는 보장된다는 논리는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했다는 의미이다.

 

나. 한국의 조치는 자의적이고 부당한 차별을 가져왔는가

한국은 WTO 상소기구 절차에서 특히 SPS 협정 제2.3조 중 “…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 where … similar conditions prevail …)이라는 표현의 해석과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의 주장에 의하면 패널이 ‘관련 조건’(the relevant condition)으로서 일본의 환경적 또는 생태학적 조건 등을 배제하고 국제무역에서 ‘식품에 현존하는 위험’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상소기구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와 같은 패널의 해석을 배척하고 영토적 조건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환경적으로 오염된 영토적 조건 등이 추후 식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WTO 상소기구의 해석은 적용에 있어서도 다른 결론을 가져왔다. 즉, 후쿠시마 인근 영토와 그 밖의 전 세계 다른 영토는 같은 조건 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일본 식품과 다른 국가의 식품이 유사한 조건 하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서 WTO 상소기구는 패널이 SPS 협정 제2.3조 중 “…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이라는 전제조건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한국의 조치가 자의적이고 부당한 차별을 야기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4. 2019년 WTO 상소기구 보고서의 결론에 대한 비판적 수용

한국의 주장이 WTO 패널 단계에서와 달리 상소기구 단계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패널이 내린 결론을 상소기구에서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상소기구 단계에서 한국의 준비 및 대응이 매우 잘 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다음 번에 유사한 WTO 절차가 진행될 때 좀 더 잘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게 불리한) 패널 보고서 및 (한국에게 유리한) 상소기구 보고서의 결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1) 잠정조치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추가 노력 부재

WTO 패널 단계에서 한국의 조치는 적법한 잠정조치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적법한 잠정조치의 여러 요건 중 한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지적은 한국 정부가 2013년까지 취한 조치를 합리적인 기간 내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패널의 지적이다. 어떤 국가가 자신이 채택한 잠정조치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거나 입수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조치를 채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령 패널 또는 상소기구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 정부 역시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입수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잠정조치가 채택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취한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아 적법한 잠정조치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한국 정부의 후속 절차 미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이번 WTO 상소기구 단계에서는 패널 단계에서와 달리 한국의 잠정조치가 적법했는지 여부를 다루지 않았다. 상소기구는 일본이 패널 단계에서 한국이 단행한 잠정조치의 적법 여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도 패널이 잠정조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하며 잠정조치 관련 패널의 결론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그러나 만약 한국의 취한 잠정조치의 적법 여부가 상소기구 단계에서도 검토되었다면 패널과 마찬가지로 상소기구 역시 재검토 절차를 밟지 않은 한국의 잠정조치를 적법하다고 결론짓지 않았을 것이다.

재검토 절차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체계적이지 못한 절차 수행은 2014년과 2015년 당시 여러 사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즉,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도로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의 공개 미흡, 민간전문가위원회의 현지조사 이후 결론의 도출 미흡 등은 결국 패널 입장에서 재검토를 완수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2)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 필요

이번 WTO 상소기구 보고서가 한국의 승소를 선언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가 법률심 준비를 잘 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소기구 단계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조직적이고 정교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패널 단계에서 적정보호수준에 대한 한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과 관련하여서는 향후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한국 자신의 적정보호수준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 자신의 연구 결과가 아닌) CODEX 규격 등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는 오히려 한국의 적정보호수준은 1 mSv/year라는 일본의 주장만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한국이 좀 더 체계적인 연구에 기초해 적정보호수준을 결정하고 주장했다면 패널 단계에서 결과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WTO 상소기구 단계에서 한국의 승소를 이끈 정부 관계자도 패널 단계에서 한국의 과학적 연구 성과 제출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이 관리할 수 있는 방사성핵종의 수와 검사기술을 확보된 방사성핵종의 수가 다소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적은 한국이 패널 단계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른 기준이 아닌) CODEX 규격 등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동시에 1 mSv/year라는 양적 기준 하나에 의해서만 적정보호수준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한국의 주장이 패널 단계에서 쉽게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따라서 식품의 방사성핵종 관리 항목 중 아직 한국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항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또는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5. 나가며

한국이 WTO 상소기구에서 승소함으로써 한국은 지난 2013년 단행한 임시특별조치, 즉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이외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추가 방사성핵종 검사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는 조치도 유지된다.

현재 한일관계는 1965년 한국과 일본 양국 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관계 악화의 끝이 불투명한 가운데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이슈와 달리 한국 정부는 표정관리를 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관한 한 일본 정부를 향하여 여유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 정부의 여유로움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어떤 문제에 대하여 국제법적 합법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을 향하여 표출되는 일본의 억지 또는 불안감은 국제법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이 국제법적 합법성을 확보한 상황은 추후 일본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과 관련하여 협상을 요청하더라도 일본에 대하여 상당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당황한 일본은 다각적인 차원에서 전면적 수입금지 조치 등을 해제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은 정치적 소망의 발현에 그칠 뿐이다. 특히 국제법을 잘 준수하는 국가를 표방하는 일본에게 국제법적 합법성을 확보한 결론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만 승소를 통해 일본에 대하여 레버리지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정부는 다음 번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WTO 절차 대응을 위해서라도 한국에게 불리한 패널 보고서의 결론조차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검토 절차와 같이 이미 취해진 조치에 대하여 추가적인 국내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깊이 있는 과학적 연구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은 SPS 관련 분쟁에 있어서는 기본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번 한국과 일본 양국 간 WTO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한국 정부는 더욱 정교하게 분쟁해결절차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이 제1심에 해당하는 패널 절차에서 불리한 내용의 패널 보고서를 받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패널 절차에 대응하는 특정 부처 또는 팀이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재검토 절차 등을 취하지 않고 있었고 사전에 과학적 연구 성과를 도출해 놓지 않았던 것 등은 종합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제2심에 해당하는 상소기구 단계에서는 국제법에 근거한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강제징용 관련 문제가 국제관계 등의 변화로 인해 일본과의 합의를 전제로 중재재판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단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현재 치열하게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정치적 또는 국내법적 논리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제법적 준비가 철저히 그리고 정교하게 되어 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문제이다. 주변국과의 이슈가 언제든지 국제법적 판단 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한국 정부가 이슈 검토 및 대응 시 국제법적 검토를 함께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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