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미사일은 한국에 치명적 위협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상으로 신형 전술유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 17일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시찰에서 소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실제 훈련으로 보인다. 정부는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단거리 발사체’라고 말을 바꿨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한 후에도 굳이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대북정책 비판을 면하기 위해 도발 수위를 일부러 낮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형 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큰 부담을 주는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발사가 가능한 이동식 고체연료 미사일인 만큼 사전 탐지와 신속한 대응이 매우 어렵다. 저고도로 초음속 비행을 하므로 요격도 쉽지 않고, 지하벙커파괴탄, 핵전자기(EMP)탄과 최대 50㏏의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다. 정확도도 매우 높아서, 북한이 핵이라는 독을 묻힌 단검을 우리 목에 들이댄 형국이다.

이번 발사는 사거리에 관계없이 탄도미사일 발사 자체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빅딜도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도록 한 만큼, 김정은은 이번 발사를 통해 빅딜을 수용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앞으로 미국에 직접 위협인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재개할 수 있다면서 계산 방식을 바꿔야 할 쪽은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대와 달리 미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동결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대북 협상의 주안점은 미국 본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는 그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자, 북한이 빅딜을 거부한 것에 대한 책임 회피성 발언이다. 안보리 결의 위반이 분명하지만, 단거리미사일인 만큼 국제사회의 위기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국에 결정적인 위협 수단을 확보했음을 과시하고, 미국에는 파국을 원치 않으면 입장을 바꾸라고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의 추가 대응도 마땅치 않은 절묘한 수를 두었다. 정상회담의 화려한 합의를 자기들 입맛대로 취사선택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며 ‘합의 따로, 이행 따로’의 구태를 반복했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국민의 안위를 지켜내고 나라의 번영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와 국민 모두의 책무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이 말했다는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는 우리도 명심해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다. 상대의 본질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이념이 앞선 인위적인 평화 만들기는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역사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국방부, 국가정보원, 경찰 등 국가 안보기관이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기본에 충실한 선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전면 재조정과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여는 용기를 보여주길 많은 사람이 바라고 있다.

국민도 우리의 생존은 우리가 지킨다는 자존과 결기를 다져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우리도 같은 식으로 대응하면 평화도 깨지고 전쟁 난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여지를 줘선 안 된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강해야만 주변국들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고 나라의 품격은 빛을 발할 것이며, 강하고 대등한 한·미 동맹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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