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논평>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 교체와 한국 정부의 과제:‘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북․미 핵 합의안 초안 제시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중략) 김정은이 김영철을 통일전선부장직에서 해임하고 그를 정상외교에서도 배제함으로써 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이다. (중략)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 협상 라인이 군부 출신의 김영철에서 리용호, 최선희 등 외무성 인사로 교체되었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전략이 단기간 내에 큰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리용호와 최선희 모두 미국에 대해 강경한 성향의 인물들이고, 김영철처럼 군부의 이익을 대변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군부의 이익에 반대되는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전략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통해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고 대외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누구도 김정은에게 과감한 비핵화 협상안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에게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제시할 이 같은 포괄적 공정표를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청와대나 외교부에 외교와 안보, 북한과 미국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서둘러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았고 내년이면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만약 올해 안에 남․북․미 간에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고 북․미 및 남북 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과 북한 모두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상응조치’ 합의안 초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정부가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합의안 초안을 만들 수 있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북․미 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막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T/F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상응조치’ 합의안 초안을 만들게 되면 먼저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한․미 공동의 합의안 초안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이를 대북 특사 파견이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해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남․북․미 공동의 합의안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핵 합의안 초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하면서 지나치게 점진적인 접근으로는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미국에서의 정권교체로 북․미 수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취할 여러 개의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병행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조기에 비핵화를 완료하고 북․미 수교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기존의 지나치게 단계적인 합의와 단계적인 이행 입장을 고수해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북한 비핵화 과정이 중간에 중단되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 모두를 구속하는 합의를 올해 안에 반드시 도출할 수 있도록 ‘한반도 비핵․평화 T/F’를 통해 치밀한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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