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국가 대표’ 권한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이양될 수 있을까?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지난 4월 11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최룡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때 최룡해가 국무위원장 직책에 사용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표현을 가지고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장에게 국가의 대표 자격, 즉 대외적 국가수반 지위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표현은 김정은 위원장이 일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다르게 특정 선거구의 주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북한 인민을 대표하는 직책이라는 의미이지 전체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국가 대표’ 권한을 부여하고자 했다면 최룡해가 추대사에서 국무위원장 직책에 대해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자 최고대표자이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야 했다.

둘째로, ‘국가 대표’ 권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최룡해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국가 대표’ 권한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이양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국가 대표’ 권한을 국무위원장에게 이양하고자 했다면 기존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국가 대표 권한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직으로 바꾸어 최룡해를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직에 선출했어야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최룡해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아래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도 선출되었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장의 대외적 국가수반 지위가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이전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김정은 위원장보다 서열상 낮은 위치에 있었고, 북한의 국가기구 서열에서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국무위원회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 선출되었다고 해서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의 상하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국가 대표’와 입법 권한은 가지고 있었지만 대외협상이나 경제 분야에 대한 지도와 관련해서는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도 선출됨으로써 그가 박봉주 전 내각 총리와 김재룡 새 내각 총리 및 리용호 외무상까지 지도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더욱 커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의 헌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국무위원회 제1위원장직과 국무위원회의 권한 확대 및 국무위원회 제1위원장직 신설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번에 국무위원회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전직 총리 및 외무성 제1부상까지 새롭게 포함시켜 국무위원회의 외교 및 경제에 대한 지도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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