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 결과 분석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지난 3월 10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역시 전기와 동일한 687명의 대의원을 선출했다. 김정은 시대 2기로 볼 수 있는 제14기 최고 인민회의 5년 임기는 2024년 2월까지이다. 북한은 중앙선거위원회 명의를 통해 ‘전체 유권자의 99.99%가 선거에 참가하여 100% 찬성투표 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 교체율은 대략 50% 정도이다. 지난 2014년 제13 기의 약 55%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역대 선거결과에 비교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2016년 당 제7차대회 이후 당-국가 권력구조의 변동을 반영하여 절반이상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권력구조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번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미선출: 정권 사상 첫 사례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당-국가 체계에서 최고주권을 대표하고 입법권을 행사하는 기구이며, 687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최고인민회의 휴회기간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그 기능을 수행하며,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명목상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겸한다.

제14기 선거 결과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았다. 통상 최고인민회의 선거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로 간주되던 최고지도자의 ‘후보자 추대’ 일정이 생략되면서 의문이 있었지만, 아예 입후보 자체를 하지않은 예측 불허한 결과가 나왔다. 1948년 8월 정권출범을 위한 제1기 선거부터 제14기까지 이어지는 70여년의 정권 사상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 미선출된 유일한 사례이다.

미선출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예상할 수 있다. 우선은 ‘정상국가화’를 표방하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입후보 ‘사양’ 형식의 ‘불출마’이거나, ‘수령중심’의 유일체제 공고화를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로 불리는 김정은의 공식 직위는 노동당 위원장, 공화국 국무위원장,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군 최 고사령관이며, 이외 당 정치국 상무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당연직으로 선출되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 미선출 자체가 유일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김정은의 대의원직 공백 자체만으로도 최고인민회의의 위상과 역할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향후 예정된 제14기 1차 회의 등의 계기를 통해 헌법 개정을 포함하여 국가기구체 계에서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은이 극히 형식적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운영체 계와 더 나아가 최고인민회의 역할 자체에 회의감을 가질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어떤 형식과 절차를 추구하던 궁극적인 체제 목표인 수령중심의 당-국가체제 강화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시대 2기 정비: 당-국가 권력구조 강화

제14기 선거는 50% 정도의 대의원 교체율을 보였다. 제13기와 비교시 명단 상에서 340여 명이 변동되었다. 일부 동명이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약 51%에 달하는 비율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된 제13기의 55%에는 덜미치지만 5년 내의 권력변동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다. 이는 기본적으로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이뤄진 권력구조 정비와 이후 시기 변동까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대시대 원로급에 해당하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 김영주와 리용무, 오극렬, 최영림이 제외되었다. 당내에서 노세대로 분류되던 최태복, 박도춘, 곽범기, 주규창, 리재일 등도 제13기를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대신 당·정·군의 요직과 명예직에 양형섭과 태종수, 리명수, 김기남을 잔류시켜 권력구조의 노·장·청 구조를 유지했다.

당중앙위원회와 군부의 중요 인물들도 교체되었다. 군 총정치국장 교체 이후 당 제1부부장을 맡았던 황병서를 포함하여 김경옥, 전일춘, 김히택, 원동연, 오일정, 한광상 등 제1부부장급들이 대거 탈락했다. 당 제1부부장급이 대의원 ‘당연직’으로 분류되는 관례상 이들의 당적 지위와 직책이 변동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군부에서는 김정각, 오금철, 윤정린, 김성덕, 리성국 등이 제외되었고 박영식과 김원홍 등은 권력교체에 따라 배제되었다. 또한 제14기까지 거치며 당·정·군에 포진했던 대표적인 항일 2세대도 거의 교체되었다. 연장자인 오극렬 이외 오일정, 오금철까지 동시에 탈락하면서 최룡해 당부위원장의 대표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선거 결과 나타난 특징은 당-국가 권력구조의 안정성 강화이다. 새로 선출된 대의원 중에서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당 제1부부장 김여정이다. 2014년 당 부부장을 시작으로 당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후보위원, 제1부부장 등 당직위를 받은데 이어 최고인 민회의 대의원까지 공식 데뷔했다. 한편 비교적 높은 교체율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와 국무위원회는 안정성을 유지했다. 지난 제7차 당대회에서 구성한 당 정치국(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성원 30명과 이들이 겸직한 정무국(부위원장 11명으로 구성)은 거의 전원이 유임되었다. 제13기 이후 직무가 변동된 리수용과 병상에 있다고 알려진 박광호 당 부위원장도 새로 선출되었다. 당 정치국과 국무위원회 중 권력변동이 있은 김정각, 박영식을 제외하면 당-국가 지도부의 인적변동이 거의 없었다. 북한은 제7차 당대 회이후당정치국중심의당-국가권력구조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당전원회의를 비롯한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당 정치국의 지위와 책임을 높이고 있으며, 국가전략수행에서 조직지도부를 위시한 정무국의 지도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당 지도부의 인적구성 유지는 수령중심의 권력구조를 강화함과 동시에 당면한 정책방향에도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급에서는 리만건, 리영식, 김창광, 김성남, 리병철, 홍승무, 김용수, 신룡만 등이, 부부장급에서는 홍영칠, 김병호, 장룡식 등이 유임되거나 새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당내에서 역할이 높아진 인물들이 주로 기용되었다.

제13기에 비해 군부의 대의원 수를 줄여 군부의 정치적 지위를 제한한 점도 주목된다. 통상 군부에 해당되는 선거구나 대의원 수는 상세히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발표된 선거결과로 군부 관련 선거구와 당연직으로 선출되는 중요 인물들의 인적사항 등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인민무력성의 주요 직책을 포함하여 군종 별 사령부와 군단급에서 당연직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고찰하면 제13기의 경우 대략 80여 명이 대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이번 제14기에서는 이보다 20여 명이 적은 60 여개의 선거구에서 군부 대의원이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에 할당된 전체 규모를 감안할 때 상당한 감소폭이며 이를 통해 최근시기 변화된 군부의 정치적 지위와 당적 영도체계 강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정책 추진 구조와 방향성 유지

이번 선거를 통해 북한은 내각을 포함한 정책 추진 구조를 보완하고 과학교육 발전 방향도 재삼 강조했다. 박봉주 내각총리 이외 로두철, 김덕훈, 리룡남, 고인호, 전광호, 동정호 등 부총리급은 대부분 유임되었고, 임철웅과 리주오는 신규로 보선되었다. 참고로, 2018년 7~8월 기간 김정은의 지방경제 지도에서 내각과 건설부문, 함경북도가 강한 질책을 받으면서 이에 따른 책임론이 점쳐졌지만 해당 분야를 맡은 동정호 부총리와 박훈 건설건재공업상, 리히용 함경북도 도당위원장도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대남·대외 분야도 기본적인 정책라인을 유지했고 일부는 충원했다. 고령임에도 조국 통일민주주의전선과 종교단체 등 통일전선 분야에서 활동하는 박명철, 리종혁, 리길송, 김완수, 강지영, 강수린 등은 유임시켰다.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은 새로 선출되었다. 제 13기에 비해 외교분야의 대의원 비중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외교정책을 관장하는 리수용 부위원장과 김성남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에 이어 최선희 부상과 지재룡(주중, 연임), 김형준(주러), 김성(주유엔) 등 주요국 대사들로 외교라인 대의원들이 보강되었다. 대남·대외분야는 현직을 위주로 중요 인물들이 대부분 유임되거나 신규 임명되었다. 이는 북핵 협상을 비롯한 당면한 정책방향과 추진 동력을 유지하는 측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군수공업분야의 대표적 인물들이 대부분 유임되거나 충원된 부분도 주목되는 점이다. 군수정책을 총괄하는 태종수 당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리병철, 홍승무 당 제1부부 장,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은 유임되었다. 또한 홍영칠 당 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왕창욱원자력공업상등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해 김정은 시대이후 핵과 군수공업부문의 높아진 지위와 역할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김정은을 위시한 당 정치국 성원들은 선거당일 투표를 통해 과학교육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은의 김책공업종합대학 투표를 비롯하여 최룡해(국가과학원), 김평해(김일성종합대학), 박태성(평양교원대학) 등은 과학교육 단위에서 선거에 참여했다. 향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중요 의제로 과학교육정책이 상정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관전 포인트

4월 11일 개최될 제14기 1차 회의 예상의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주목된다.

첫째, 병진노선 승리 선포와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제시1돌을 맞으며 이와 연관된 토의의제가 상정될지 여부이다. 거수기 역할에 한정되는 최고인민회의지만 제반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전략방향을 비롯한 현실적인 의제를 상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4년차 일정을 점검하고 대북제재 환경에 따른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경우 당면한 대외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고로, 제14기 1차 회의에서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변화된 정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미 메시지를 포함한 전략방향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정은 시대이후 병진노선 제시와 경제집 중전략 전환 등 중요한 의제들은 주로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회의 등을 통해 결정되었고,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기구로서 노동당 결정에 따른 노선과 정책결정을 추인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에서 암시한 ‘입장발표’ 형식과, 최고인민회의에 상정할 국가예산 사전 심의 사례 등을 감안할 때 4월 11일 이전에 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미선출에 따른 권력구조 변화 여부이다. ‘정상국가화’ 차원에서 단순하게 대의원직의 ‘사양’에 그칠지, 아니면 집권이후 강화해온 당-국가 체제의 제도적 절차를 넘어서는 새로운 조치가 나올지가 관심사다. 어떤 경우이든 이에 따른 다양한 파급영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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